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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의 정치색이라는 것에 대해
게시물ID : movie_457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유소년
추천 : 10
조회수 : 605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7/02 21:02:21
조금 전 베스트에서 연평해전의 정치색에 대한 찬반 논란을 보고 한 마디 적습니다.

흔히들, 영화에 정치색을 입힌다는 것에 대해서

북한이 잘못했네, 김대중이 잘못했네, 우리 소리 높여 반공을 외치세 하며 현실 비판하는 것만을 정치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실상 정치적인 영화 중에서 그렇게 노골적으로 한쪽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역공당하기 십상이죠. 한창 냉정 시대던 70~80년대면 모를까 요즘 들어 그런 뻔한 하책을 쓰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가 정치색을 띈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다음 두 영화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movie.jpg

바로 '트랜스포머'와 '반딧불의 묘'입니다.

하나는 착한 로봇 VS 악한 로봇의 대결을 그린 전형적인 히어로물이고, 하나는 비록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기는 했지만 전쟁의 주동자들 보다는 힘 없고 약한 전쟁의 희생자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견 정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영화들이지만, 두 영화 모두 제작측의 다분히 의도적인 정치적 색깔이 분명히 들어있습니다.

우선 트랜스포머는 정의의 편인 오토봇과의 동맹 관계로 은근슬쩍 미군이 끼여 있습니다. 이 미군은 디셉티콘과의 전투에서 별 활약이 없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오토봇과 함께 중국, 이집트, 러시아 등 전 세계를 아주 자연스럽게 누비며 전투를 벌입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리 미군이 세계의 경찰은 자처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협조도 없이 남의 국경을 넘어들며 전쟁을 치뤄도 될만큼 국제법이 허술했던가요? 현지 군대는 괴수 로봇들이 자기네 나라를 때려 부수는 동안 메르스 확진 첫날의 우리 보건복지부 처럼 다들 야유회라도 갔나 봅니다.

또한 짤막하게 지나가는 장면이라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오토봇들이 세계의 평화를 수호한다는 명목 하에 중동 지방으로 침투해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참고로 상업 영화에는 절대로 스토리의 흐름상 필요 없는 장면을 집어넣어 러닝타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그럼 짧게나마 이런 장면을 넣은 제작진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두번째로 반딧불의 묘입니다. 일견 이 영화는 일본에서 부르짖는 군국주의, 팽창주의와는 아무 연관도 없어 보입니다. 약 90분의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전쟁의 참상, 그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두 어린아이의 처절한 모습을 '중립적인 시각'에서 보여줌으로서 마치 이 영화가 반전 영화, 인권 영화인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하지만 과연 일본이라는 국가가 전쟁의 참상을 '중립적'으로 볼 자격이 있을까요? 2차 세계 대전은 전 세계의 민간인들이 수난을 받던 시대였습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그리고 당연히 일본의 식민지로 수탈받던 한국은 그보다 배는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전쟁이 하늘에서 떨어진 재앙인 양, 책임론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굳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자국민의 모습을 비춰 동정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제작진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6.jpg

이 두 영화는 절대로

'천조국의 군사력은 세계 제일! 전세계는 우리 앞에 무릎 꿇어라!' 라던가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은 아무 죄가 없다! 서구 열강이 나쁜 거다! 천황 폐하 만세!' 따위의 메시지는 담고 있지 않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그저 흔한 히어로물 영화, 반전 인권 영화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죠.

하지만 그들로서는 전세계의 관객이 미군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좋게 가지고,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책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잊어준다면 그들의 의도는 성공한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작은 호감이겠지만, 해당 영화를 후원해준 입장으로서는 이런 인식의 변화를 훗날 충분히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국방부는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헐리우드 영화에 쏟아붓는 것이며, 트랜스포머에도 실물 전투기와 장갑차 등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K-28.jpg

다시 연평해전 이야기로 돌아가서,

연평해전 자체는 충분히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이며,

연형해전에서 전사한 우리 군인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기리고 추모해야 할 사람들이 맞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은 김대중의 진보 정권이다!'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왜 영화 제작자들이 북한과의 수많은 교전 사건 중에 하필이면 연평해전을 집어 들었으며,

왜 하필 특정당 국회의원과 ㅇㅂㅊ들이 영화를 후원한 것일까요?

그들로서는 관객들이 영화에서 잔상처럼 잠깐 스쳐 지나가는 김대중의 모습을 알아보기만 해도 성공인 것입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사건에 대해 인터넷에서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부터, 연평해전은 휴먼 코드로 교묘하게 은폐한 정치색을 듬뿍 머금고 있는 영화인 것입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연평해전이 이렇게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으니 보지 마라! 보이콧해라!'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투표도 자유로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무슨 영화를 선택해서 보든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세상에 의도 없이 만든 영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그건 명량이든, 변호인이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볼 거면 최소한 이 영화가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만들었는지는 분명히 인지하고,

무방비로 특정 사건에 대한 정치적 편견을 가지게 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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