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무살 무렵 여름에 있던 일이다. 당시 파칭코 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새로 기계를 들여오며 가게가 임시 휴업하게 된 틈을 타 직장 동료 K와 해수욕을 하러 가기로 했다. 나는 그 무렵 나가노현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통해 후지산 옆을 지나 이즈의 바다로 갈 예정이었다. 이윽고 차는 후지산의 옆을 통과한다. 아침 일찍 나왔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근처는 아직 어슴푸레하다. 갑자기 K가 입을 열었다. [저기, 나 화장실 좀 가고 싶은데...] [그러니까 아까 휴게소에서 다녀오라고 그랬잖아.] K는 어젯밤부터 술을 엄청 마셔서, 매우 오줌이 마려운 것 같았다. [큰일 났네... 이 근처에는 화장실도 없는데... 편의점 나올 때까지 못 참겠냐?] [도저히 안 되겠어! 노상방뇨라도 할테니 차 좀 멈춰줘!] 어쩔 수 없이 나는 차를 세웠다. 주변은 후지산 기슭. [왜 하필이면 수해 옆이야... 기분 나쁘게...] 나는 K에게 분노를 느끼며 차를 멈추었다. [금방 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K는 그 말을 남기고 달려갔다. 그러나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K가 돌아오지 않는다... [야, 뭐하는거야! 놓고 가버린다!] 주변을 둘러봐도 K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까지 간거야, 이 자식은.] 시선을 수풀 안 쪽까지 돌리자 어렴풋이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K다. [야, 거기서 뭐하는거야! 빨리 가자!] 그렇지만 K는 반응이 없다. 그 뿐 아니라 움직이지도 않는다... [뭐야... 야...] K는 수해 안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뭔가 있어...] 자동차 헤드라이트 덕에 안 쪽이 조금은 보인다. 나는 K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회색의 물체가 보였다.
[동물인가?] 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그것은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나무에 숨은채 점점 가까워진다. [야, 저거 꽤 위험한 거 같아!] K는 영감이 강한지, 무엇인가를 느낀 듯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가까워질수록 형태가 분명해진다... [얼굴...?] 그것은 분명히 사람의 얼굴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흰 얼굴이 둥둥 떠 있던 것이다. 나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그 때만큼은 정말 영혼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차로 죽어라 달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 곳에서 도망쳤다. 잠시 달리자 편의점이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한숨 돌릴겸 차를 멈추었다. K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 쇼크라도 받은걸까... 그러자 K는 입을 열었다. [조금 있었으면 죽일 수 있었는데.] 나는 무슨 말이냐고 바로 물었지만 K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날 K에게 물었지만,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말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그 때 K를 데리러 가지 않았다면 K는 영혼들에게 살해당했을까? 지금도 그 흰 얼굴은 잊을 수가 없다. Illust by L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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