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버팀목인 중간 계층의 허리가 꺾이고 있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중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1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의 소득·직업·교육·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간층이라고 응답한 국민이 51.4%로 조사를 실시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았다. 1988년 자신을 중간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은 60.6%였고 1991년 61.3%를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52.8%까지 떨어졌다.반면 자신을 하층이라고 판단해 응답한 가구주는 4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88년 36.9%였던 하류층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조사 때 44%로 처음으로 40%를 넘은 뒤 2011년에는 45.3%까지 늘어났다. 특히 여성 가구주의 10명 가운데 6명 꼴인 62.3%가 자신을 하층이라고 생각했다. 남성(41.4%)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은 비율이다. 여성 가구주의 중간층 비중은 36.8%에 그쳤다.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도 줄었다. 평생 동안 노력한다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작다고 응답한 비율은 57.9%였고 가능성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은 28.2%에 그쳤다. 자식세대의 지위가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대답도 39.9%로 2011년(41.7%)보다 하락한 반면 가능성이 낮다는 비율은 43.7%로 지난 조사(42.9%) 때보다 상승했다.1년 전에 견줘 소득이 줄었다는 비율은 26.1%로 2011년(25.2%)보다 높아졌다. 가구 소득이 증가했다는 응답 비율은 16.6%로 2011년(18.1%)보다 감소했다. 가구 부채도 늘어났다고 답한 비율(24.1%)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비율(11.2%)보다 높게 나타났다. 소득은 늘지 않고 부채가 늘어난 만큼 가구의 재정 상태가 내년에 좋아질 것이라는 비율도 23.6%로 2011년(25.1%)보다 줄었다.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59.8%는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남자(61.9%)가 여자(56.8%)보다 불안감이 컸다. 연령별로는 30대(65.1%)가, 종사자별 지위로는 자영업자(50.4%)보다 임금근로자(64.5%)가 불안함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청년층(13~29살)의 28.6%가 고용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선호했다. 대기업(21.0%), 공기업(17.7%), 자영업(8.5%), 전문직 기업(7.8%)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각각 2.8%, 2.6%에 그쳤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중산층 비중은 65%로 전년 64%에 견줘 늘어났지만, 자신을 체감적으로 중간계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주는 줄어들었다. 중산층이 체감하는 경기와 고용 상황은 지표와 다르게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분석했다.이번 조사는 복지·사회참여·문화와 여가·소득과 소비·노동 5개 부문에 대해 전국 1만7664가구에 상주하는 만 13살이상 가구원 3만8000명을 대상으로 5월11일부터 26일까지 조사한 내용이다. 권은중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