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에겐 블루팀 승리, 퍼플팀 패배 징크스가 있다. 레벨 1부터 지속되어온 이 현상 때문에 본인은 퍼플팀만 걸리면 닷지의 충동을 느낄 정도! 하지만 퍼플팀은 나를 피하지 않는다. 오늘도 여김없이 새벽 첫 게임에 퍼플팀이 바로 픽되었다. 닷지의 충동...! 여김없이 이어지는 팀원들의 무식한 언행...! 적팀의 쩌는 팀 조합...! 하지만 본인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LOL에 대한 열정은 어떠한.. 보라색의 것을 뛰어넘는 빨강의 정열이니까!
그렇게 올라프 정글로 게임을 시작하고... 2랩 갱.. 실패, 3랩 갱.. 실패, 4랩 갱.. 실패.. 실패, 실패.. 실패.. 6랩까지 갱을 단 1번 성공했다. 그것마저도 탑과 나의 빠워 다이브에 이은 동반죽음을 통한 것이었다. 팀에 암울한 분위기의 구름이 덮이기 시작했다. 탑의 오공은 내게 미안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나 또한 팀에 대한 미안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우리 퍼플팀을 위기에서 구출해주는 노틸러스가 있었으니..! 2랩 갱.. 없음, 3랩 갱.. 없음, 4랩 갱.. 없음.. 없음, 없음.. 없음.. 6랩까지 갱 한번 돌지 않고 메이플스토리를 하는 노틸러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본인과 팀원들은 우릴 너무 평화롭게 놔두는 노틸러스를 보며 "그쪽의 노틸이 팅겼는가?" 물을 정도였다. 마치 LOL을 정글몹 테이밍하기 위해서 즐기는 듯 보였을 정도! 하지만, 그는 엄연한 정글러였다. 단지 정글 미니언 테이머의 직책에 더 충실했을 뿐!
정글을 기분좋게 잘 돌았는지, 6랩을 찍고서야 노틸러스는 웃음과 함께 등장하기 시작했다. 웃음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등장한 그는.. 그래, 그는 마치.. 고래까와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의 공속은 너무나도 빨랐고, 스피디하고 하이스피디하고 빛과 같았다. 그가 뻗는 닻줄은 허공을 팟! 하고 가르며 땅을 세차게 긁고 강한 마찰음을 냈다. 그의 몸에서 나는 진동은 아무도 없는 땅이어야만 그 대지를 거세게 흔들었다. 그래, 그는 나의 올라프 정글을 뛰어넘는 진정한 갱승사자, 위대한 노틸충이었던 것이다. 그가 갱을 가는 자리는 무조건 우리 팀의 승전보가 울렸다. 그가 갱을 안 가는 자리 역시 우리 팀의 승전보로 가득 메웠다. 한타 -> 포탑 2개 -> 용 -> 바론 이러한 무지막지한 테크도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리고 적팀의 그들까지.. 모두가 함께 하나가 되어 웃게 되었다. 노틸충 하나로 모두가 하나가 된 것이다!
끝나고 대화창에서 노틸러스의 화려한 모습에 대해 모두가 입을 모아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본인은 놀라운 발견을 하고 팀원들을 향해 외쳤다. "저 위대한 노틸은 랭겜에서 666번의 승리를 기록한,, 우리와는 격이 다른 900점대 심해 수문장이오!" 모두가 그의 "역시.."라던가, "용왕...!"이라던가 하는 감탄사를 내뿜었다. 본인은 그를 향한 존경심에 가득차 그를 보고 "당신이 바로 900점대 고래까와요." 말했다. 그는 그저 씩 웃으며 나갈 뿐이었지.. 그는 진정 해탈을 이룬, 대단한 현인이었다.
900점대의 심해도.. 무간지옥 못지 않게 화기애애할 수 있다. 무간지옥의 절대자들..? 여우.. 고래..? 지상 바로 밑의 얕은 심해에도 그들 못지 않은 현인들이 존재한다. 오늘 이 일을 겪고난 후에, 본인은.. 500점대, 300점대를 향한 목표를 거두었다. 900점대에서 최고가 되는 것.. 그것 또한 충분히 보람된 일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이디는 기억나지 않지만 900점대 수문장이었던 노틸충이여..! 내게 LOL에 대한 참된 깨달음을 주어서 감사하다!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