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맹세코 귀신이란걸 봤다거나 가위조차도 눌린 적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4학년이 되면서 시험도 준비하고, 집이 너무 멀다는 핑계로 자취를 하게 됬습니다. 자취 결심을 뒤늦게 하게되어 제대로 된 방을 구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결국 빛이 잘 들지 않는 원룸 1층에 겨우 방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날도 전 새벽같이 올라가 공부하다 내려와 잠깐 낮잠을 즐기던 중이었습니다. 근데 '아, 이게 가위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뻔히 제가 침대위에 누워있는게 보이는데 끊임없이 땅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손가락하나도 까딱할 수 없었죠 가위라는거 처음 눌러본 제가 어찌 깰수 있겠습니까. 한참을 끙끙대다가 '곧 있음 점심시간이고, 그럼 동기들이 와서 깨워주겠구나' 하는 생각에 맘 편히 첫 가위를 느끼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곧 동기가 문을 두드리더라구요
"XX아~ 밥먹자~ 문열어라~"
근데 전 문을 열어줄 수가 없었습니다. 몇번을 문을 두드리더니 그 친구가 그냥 들어오더라구요 그 친구가 제 옆에 서 있는 것도 다 보였습니다. 근데 이 친구, 절 깨워주지도 않고 뻔히 보더니 "자나, 그럼 나도 잘래" 이러면서 옆에 눕는 겁니다. 사람이 침대에 누우면 매트가 꺼지는 그 느낌도 났습니다. 친구는 제게 등을 돌리고 누웠고 저는 그 친구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누워있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분명 문을 잠궈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네. 문을 잠궜는데 쟤가 어떻게 들어왔지'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소름이 다 끼치더라구요 그때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몰랐나? 귀신은 원래 문으로 안다닌다"
그러더니 제 친구가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진짜 심장마비로 죽는지 알았습니다. 제 친구인 줄 알았던 그 사람은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만화에서 눈이 얼굴의 반이면 귀엽지만 실제로 눈이 얼굴의 반인 사람은 너무 무서웠습니다. 단발 머리에 분홍색 쓰리피스를 입은, 얼굴의 반이 눈인 여자가 눈을 깜빡깜빡 거리며 제 코앞에 누워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닿인 그 속눈썹의 촉감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 전 결국 문을 열어주지 못했고, 이상하게 여긴 친구들이 주인아줌마를 불러 전 가위에서 깰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익숙해질 때 쯤 저는 자취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론 다시 가위나 귀신같은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