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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주주의에 대한 몇 가지 오해.
게시물ID : sisa_3574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12
조회수 : 519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3/02/05 23:09:49


시게가 잠시 찌질한 저격글로 도배가 되었었는데, 거기에 질리신 사람들을 위한 겸, 최근 제가 올리는 사민주의 관련 글들을 한번에 모아서 정리도 할 겸, 써봅니다.ㅎㅎ


1. 사회민주주의의 기원과 대립.


"사회민주주의"란 단어는 사실 사회주의자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볼셰비키"는 원래 하나의 독립된 당이 아니라, "러시아 사회민주주의 노동당"의 한 분파였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사회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사회주의자들이 즐겨쓰던 단어입니다.


이런 러시아 사회민주주의 노동당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레닌을 중심으로 한 "볼셰비키"마르토프를 중심으로 한 "멘셰비키"로 나뉘게 됩니다. 이 둘이 갈라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혁명에 대한 입장 차이였습니다. 레닌은 제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제국주의 단계로 진입한 전세계 자본주의를 무너뜨릴 가장 "약한 고리"로써, 세계대전을 "내전"으로 전화시킬 것을 주장하며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합니다. 마르토프는 여기에 맞서, 아직 러시아가 부르주아 자본주의에 진입하지 못하였으므로, 사회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과 연합하여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에 머물러야 하며, 동시에 강령 역시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레닌은 이런 마르토프와 그 추종자들, 멘셰비키를 두고 "의회주의자"라며 비판했고, 동시에 그들과 선을 긋기 위해 "공산주의자"라는 단어를 쓰기도 합니다. 소위 "사회주의자"들과 "사민주의자"들이 갈라지게 된 사건은 바로 이것입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의회를 전술로써 활용하길 주장하며, 사민주의자들은 의회를 전략으로 삼고, 의회를 중심으로 개혁해 나가는 것을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주의자들과 사민주의자들의 간극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 사민주의와 수정자본주의의 차이점.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사민주의라고 하면, 자본주의에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미한 것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건 "오류"입니다. 동시에, 이런 스탠스는 거의 수정자본주의와 일치합니다.


수정자본주의의 가장 큰 원리는, 빈부격차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그로 인한 이윤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겁니다. 후대 사민주의자들이 이 수정자본주의를 연구하여 복지 시스템을 구상해낸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으로 수정자본주의와 사민주의를 갈라놓는 간극이 있습니다.


수정자본주의는, 단지 자본주의를 고쳐 쓰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만, 사민주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것"을 대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사민주의의 모태는 사회주의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수정자본주의는 종종 제도적 관념으로 쓰입니다만, 사민주의는 제도적인 언어가 아니라, 이념적 언어로써 기능합니다.


이런 사민주의가 자본주의와 타협했다고 흔히 언급되는 부분은,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 논쟁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베른슈타인칼 카우츠키는 독일에서 이름난 사회민주주의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속한 독일 사회주의 노동당, 약칭 SAP는 소위 "사회주의자 탄압법"의 영향 아래, 실천적 차원에서 제도권에 종속되어 가는 한 편, 이념적 차원에서는 그 이전까지 독일 사회주의를 지배하던 라살레주의를 폐기하는 등 아주 급진적인 입장을 취하는, 아주 모순된 위치에 처하게 됩니다. 본래 사회주의 이념은, "이론과 실천의 일치"라는 대원칙 하에 논의됩니다. 당이 이런 원칙에 어긋나게 된거죠. 즉, 이론과 실천 사이에서 모순이 발생한겁니다. 


이런 독일 SAP가 사회민주당, 즉 현대의 SPD로 당명을 바꾸고, 에르푸르트 강령을 채택합니다. 그러나, 이 에르푸르트 강령이 지닌 모순은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수정주의 논쟁"을 촉발하게 됩니다.


수정주의 논쟁에서, 베른슈타인은 말 그대로 이론 자체를 수정해버립니다. 혁명 지향의 사회주의 이론을 아예 "개혁만이 전부다!"를 외치는 이론으로 바꿔버립니다. 베른슈타인 개객끼 일상 투쟁 과제, 즉 개혁 투쟁 과제들과 혁명적 대의 사이에서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물입니다. 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혜성과 같이 나타난 여자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로자 룩셈부르크"입니다.


3. 수정주의만이 사민주의의 전부인가?


결코 아닙니다. 가령, 스웨덴의 사민주의는 독일의 수정주의를 본받지 않습니다. 스웨덴의 사민주의 창시자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은 비그포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이전에도 물론 닐스 칼레비라는 사람이 있었긴 하지만...


비그포르스는 종전의 사민주의자들의 주장, 즉 개혁을 통한 대의의 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여느 사민주의자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만, "사회주의를 포기하면 안된다"라고 주장한 면에서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와 대비되는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민주의자들의 세계관은 마르크스주의의 그것을 그대로 계승하는 한 편, 스탈린주의로부터 나타나는 오류 - 예컨대 일당독재라든지, 전혀 비민주적인 제도라든지 - 를 비판하는 수많은 맑스주의 비판론자들의 이론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이들은 혁명론자는 아닙니다. 개혁론자의 스탠스를 취하며 자유주의자들과 종종 연합하곤 합니다. 진보정의당의 노회찬, 심상정 의원 같은 경우에는 아예 유시민류의 자유주의자와 연합했죠.


4. 오늘날 사민주의는 왜 자본주의와 타협한 것처럼 보이는가?


이것은 사회주의자들의 비판인데, 의회주의가 낳은 우경화라고 보는 것이 보편적 견해입니다. 즉, 의회를 중요한 수단, 전략으로 보는 입장이 그들을 제도권 정치에 종속되게 하였고, 이런 현상이 그들을 오른쪽으로 기울게 만든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노르웨이는 사민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는 등, 소위 "계급 배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역사적 사례로는,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모인 "제 2 인터내셔널"이, 당 대회에서 제 1차 세계대전을 향해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전쟁이 닥치자 선거를 의식한 정당들이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경화를 두고 사민주의에 대해 "자본주의를 수용한 체제"라는 식으로 호도하는 것은 우익들의 망상에 불과합니다. 사민주의의 근저 이념은 수정자본주의의 그것과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에..^^



최근 사민주의 관련 텍스트를 많이 올리고 있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자이지만, 사민주의의 가능성 역시 열어놓는 입장입니다. 이런 텍스트들이 시게님들, 그리고 오유인 여러분들께 일천한 지식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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