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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자작] 한남대교, 생명의 전화
게시물ID :
humorbest_459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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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
추천 :
43
조회수 :
6972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4/04 01:26:30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4/04 00:39:45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개같은 새끼들... 이것도 자살방지 대책이라고... 청년 실업률이나 해결해 이..." 한남대교 중간, 쌩뚱맞은 전화부스에 쓰여진 글귀가 눈에 밟힌다. 말없는 차들이 쌩쌩거리며 만든 바람이 정신사나운 소리와 함께 얼굴에 날아들어 달라붙었다. 주머니에 담배각을 귓가에 가져가 살살 흔들어보니 달그닥거리며 허전한 소리가 들린다. '겨우... 담배 한까치랑 300원짜리 라이터하나가 내 인생의 결과물이냐?...' 남들 다나오는 대학, 문턱 앞에서 손짓하는 수많은 교수들. 그들의 손짓은 마치 인생의 수순을 가지런히 정리한 하나의 진리처럼 보였다. 많은거 바라고, 생각했던건 아니다. 정말이다. 그 흔하디 흔한 이끌림에 나도 자연스럽게 남들처럼 대학도 나오고... 니미... 그래 마음씨 좋은 여자친구랑 영화도 보고... 적당한 회사에서 적당한 웃음을 지으며 적당히 스트레스 받으며 야근때문에 투덜거리기도 해보고... '그 손짓이 돈달라는 손짓인줄 알았냐고요... 참나...' "차 좀 살살 몰아라... 이새끼들아..." 달리는 차들이 만드는 회오리 같은 바람에 라이터불이 담배끝에 닿을 생각도 못하고 몇번이나 그냥 꺼졌다. 신경질이 나서 라이터를 한강 저멀리 던져버리고 싶지만 꾸욱 참았다. '돗대는 피우고 가야지.' 등을 기댄 난간의 쇳기운이 서늘했다. 난간에 살살올라있던 밤이슬이 옷을 적시는지 축축한 느낌이 든다. 왼켠에 보이는 전화부스. 확 때려 부숴버리고 싶다. "119?" 전화박스에는 119를 부르는 버튼과 생명의 전화라는 버튼 딱 두가지만이 커다랗게 달려있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후~~" 긴 담배연기가 차들이 만든 바람에 스치며 산들산들 춤춘다. 담배를 이에 질끈 물고서 전화박스에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너네들 그냥 대학나오고 공무원시험 합격해서 세상 편하게 사는 새끼들이잖아... 내가 모를것 같애? 이런 애기들 장난같은 전화기...' 차가운 전화 수화기. 설치된지는 얼마나 됐을까. 뽀얗게 오른 먼지들... 누가 이걸 한번이라도 썼을까? 정말로 한강다리에 올라온 사람들이 이런게 필요나할까?........... '너희들 나랏일 한다면서 생각이 그렇게... 없냐?' 수화기를 전화박스에 내려처 부수려 안간힘을 썼다. 수차례 수화기를 내려찍으며 강렬한 타음이 났지만 잘 부서지지 않는 수화기에 괜히 화만 더 치밀어 오르는 것 같다. "하악...하... 이거 몇번 내리쳤다고 숨이 차네... 후..." 담배가 끝까지 타들어 물고있던 입술언저리가 뜨끈거렸다. 꽁초를 손에 대지도 안은체 입으로 물곤 '퉤'하며 뱉으니 한강물을 향해 하염없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높네...' 한강물을 내려다보려 난간을 꼭 잡고있던 손이 시려왔다. 옆에서 수화기가 줄에 걸린체 대롱거리며 흔들렸다. 멈출줄 모르는 차들의 행렬이 만든 바람이 머리칼을 다 헝클어 놓은 것 같다... '소리 처볼까? 나 죽을꺼니까 다들 구경하고가 이새끼들아!! 하고?...' ... 수화기를 잡고 멍하니 한참을 서있었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이걸 만든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슨일을 하는 사람일까. 한강다리에 올라와본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만들었나? 이 전화를 받는 사람들도 공무원인가? 잡생각이 들었다. 수화기를 귀에 걸은체 생명화 전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어번 울리더니 금방 전화기 넘어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생명의 전화. 저는 상담원 최혜미라고 합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야..." ".......네 말씀하세요." "너도 공무원이냐?" "네?" "너도 공무원이냐고... 월급은 얼마나 받냐?" "무슨........" "쯧... 됐다. 씨발 니가 무슨죄냐." 괜한 화풀이를 하려는 스스로가 비참해짐을 느낀다. 수화기 너머 당황하고 있는 사람의 무안함이 수화기를 타고 나에게 까지 전달되는 것 같다. "투툭!.... 뚜. 뚜. 뚜. 뚜. 뚜. 뚜." "응?!" 상담원이 전화를 끊었는지 수화기 넘어로 전자음만 반복해서 들려왔다. "뭐야... 씨발 그렇다고 끊냐..." 어느세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달리는 차들도 뜸해졌다. 다리 넘어 저 멀리 보이는 또 다른 한강다리에 걸린 조명들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이렇게 전망이 좋은 줄 알았으면 소주라도 들고 올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아... 마지막 가는길에 기분 잡치게, 전화를 끊어 왜...' 수화기를 전화박스에 올린다음 다시 수화기를 집어들어 귀에 가져갔다. 초기화된 뚜~ 하는 긴 전화음이 들려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생명의 전화 버튼을 눌렀다. '사과하고 가자... 마지막길 찌질하게 가지 말고...' 수화기 넘어로 요즘 유행하는 노래의 컬러링이 들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아~~~' 하는 저음질의 가삿말이 들리며 귀를 거슬리게 했다. "어. 명자? 왜?" '명자?' 명자... 친구들이 옛날부터 명국이라는 내 이름을 부르기 편하게 바꿔서 부르던 별명이다. 나를 명자라고 부르는 건 대부분 중학교 친구들, 그리고 몇몇 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누구세요?" "누구세요는 이새끼가! 지가 밤늦게 전화하고는 미쳤냐 너?" "아... 미안 미안, 진짜 누구냐 너? 나.... 나, 어! 나 지금 전화기가 초기화되서 그래." "야... 개새끼... 섭섭하게 너는 예의상 씨발, 어? 부랄친구 전화정도는 외우고 다녀야되는거 아니냐?" "상수냐?" "그래! 아... 이새끼 이거 안되겠네..." 영문을 알 수 없어진 나는 생명의 전화박스에 쓰여진 글귀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한기를 머금은 푯말에 정확히 적혀있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왜 전화했어?" "어?" "밤늦게 왜 전화했냐고... 나 피곤해... 끊는다?" "아... 하하 그래... 미안 실수실수, 그만 자 실수로 걸었어." "..." "...하하 야, 그만 자. 미안 끊을게." "야 명자야." "어?" "너 이번학기 복학 못하게 됐다면서 왜 형한테 말 안해 이새끼야..." "크크크 야 뭘 그걸 자랑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 임마..." "병신? 니가 소문내냐 니가 나한테 말하면 내가 애들한테 소문내지?" "이 개새끼 크크크" "크크크크" "상수 넌 잘 있냐? 돈 많이 벌었어?" "당연하지 형이 이번에 올라가면 맛있는거 많이 사줄게." "올~ 또 주제에 또, 좀 벌었어?" "미친, 야 너는 내가 올라가면 소화제부터 한박스 준비해놔 형이 먹는 건 어떻게 해야 올바르고 안전한지 이번기회에 기초부터 다시 가르쳐줄게." "됐어 이새끼야 뭘 올라와. 그냥 쉬었다가 학비 다 모으면 그때 올라와." "이 개새끼는 형이 올라가면 가는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저번 달에도 왔었잖아. 그때도 돈 한참쓰고는... 너 그딴식으로 돈 모을 수 있을거 같애?" "참나~ 야 형도 너네들 보면서 지친삶도 좀 달래주고, 만저주고 응? 광도내고... 그래야 살지." "볼게 없어서... 에휴... 여자친구나 하나 만들어 새끼야." "크크크큿 이 새끼가 갑자기 사람 확오르게 하네?" "크크크큿..." ... "야 다음에 올라갈때 연락할게 꼭 보자." "어. 연락해." "어. 나 자야되. 또 연락할게." "어어 끊어." "어~ 끊는다~" ... 수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참을 귀에 대고있었더니 귀가 뜨끈뜨끈하게 열이 올랐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전화박스에 쓰인 글을 다시한번 읽어 보았다. 눈 앞에 수많은 건물들, 발치 아래에는 끊없이 흐르는 강물, 이따금 휭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뭐야... 어떻게 걸린거야?...' 뻔히 비어있는 줄 알고 있는 담배각을 열어보았다. 역시나 담배 한까치 남아있질 않다. 입주변이 심심하다... '씨발, 담배 이거 상수 저새끼가 가르쳐서...' 상수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독한새끼... 학비는 자기 손으로 벌어서 대학 가겠다더니 아르바이트로는 학비며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지자 연락도 없이 어느순간 지방에 내려가 일을 시작하고는 한푼두푼 긁어 모으더니 이제는 그곳에서 아주 자리를 잡았다. 언젠가 상수놈이 "대학? 야 개나 줘. 안가! 더럽고 치사해서." 라며 큰소리 치던게 생각난다. 상수라면 이러고도 남지... 백번도 더 이럴 놈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질기고 억센놈... '간다는 인사는 안한다. 너도 안했었잖아.' ... 수화기를 전화박스에 가만히 올려두었다. 가로등 불빛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다리위... 세상에 나 혼자만 남아있는 것 같다. '신발을 벗어야 하나?' 왜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투신자살 하기 전에 신발을 벗었을까... 막상 신발을 벗고나니 땅바닥의 찬기운이 등골을 쭈뼛서게 만들었다. "아! 씨발 차가워." 뛰어내리려 준비를 하다가 가지런히 정리해뒀던 신발을 다시 신으려던 때였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전화박스에서 벨이 힘차게 울려퍼졌다. 다리 넘어 아파트 베란다에 서있는 사람이라도 다 들릴 것 처럼 우렁찬소리에 귀가 아플지경이었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정신없이 울리는 전화박스의 벨소리가 끝나길 지켜보다 지쳐 다가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익숙한 고함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수화기 넘어에서 들려왔다. "야 이새끼야!!! 너 어디야!!! 어?! 너 어디있어!! 이 썅노무새끼가 전화도 안받고!!! 어디야!!!" '엄마?...' "야 최명국, 너 대답안할꺼야? 너 진짜 내 아들 안하려고 작정했어?!" "왜." "왜는 무슨 왜야 지금!!!! 지금 너 어디야. 친구네야? 왜 집에는 안들어와. 어?!" "신경쓰지마." "힉!!!" 엄마가 다시 고함을 치려고 숨을 한번 힉하고 들이며시더니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야, 아들. 좋은말 할때 들어와. 얼른." "안가. 끊어." "야!!! 야 이새끼... 들어와 그냐~아~앙!!! 들어오랄때 들어와 쪼~옴!!!!!!" "싫다고!!! 끊어!!!! 인연 끊자면서!? 어? 나같은 새끼 이제 필요없다면서!!! 나 원래 엄마 자식도 아니라면서!!! 끊어 그냥!!!" "야 이새끼야!! 내가 언제 그랬어! 내 배아파서 낳은 새끼 아니라고 그랬지 언제 내새끼 아니라고 그랬어!!" "웃기지마. 이제 지쳤어 이렇게는 못살아. 나 이제 엄마새끼 아니니까 그냥 신경꺼. 끊어." "야!! 야!!! 아들... 야!!! 니가 어?! 니가 내 새끼 안한다고 하면 그냥 끝나는줄 알어? 응!? 나는 평생 내새끼 딱하나 길러서, 억울해서 그렇게 못하니까 빨리 집에 들어와. 너 어디야." "..." "엄마가 돈이 없는거에 왜 니가 기가죽어서 그래? 어? 내가 너 그렇게 못입히고 못먹였어? 야 말해봐? 어? 어?!" "..." "엄마가 다 잘못했어... 들어와 빨리... 어? 잘못했어... 어? 들어와 아들..." ... 엄마의 전화를 끊고 한참을 전화기 앞에서 생각했다. 나도, 엄마도 잘못한건 하나도 없는데 뭐 때문에 이렇게 힘들지...? 알수가 없다... ... 탁탁탁탁탁탁! 다리 저쪽에서부터 왠 여자가 하나 죽어라 뛰어오고 있다. 여자는 내 앞까지 뛰어와선 팔꿈치 소매를 꾹 움켜쥔체 몸을 수구려 숨을 골랐다. 작은 어깨가 숨이 많이 찬지 한참을 위아래로 들썩였다. 아직 숨도 다 고르지 못한 여자가 내게 말했다. "아저씨... 하... 아까... 아까, 전화했었죠... 하..." "전화?" "생명의 전화 저거 아저씨가 걸었죠... 하..." "왜요?" "하아... 아저씨 안죽으면 하아... 안되요? 하아..." "..." "하아... 하아..." "아가씨 담배 피워요?" "뭐요?!..." 여자가 성난눈을 하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 '또 한참 걸어야 하겠구만... 뭔놈의 한강다리들은 왜 이렇게 다 긴거야...' ... ... ... "아가씨 이거 소매 좀 놔요. 이제..." "갑자기 뛰어 내릴라구요?" "참나..." '얼마나 더 걸어야되는거야... 왜 이렇게 멀어...' ... ... ... - 지금까지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요즘 공포게시판 성격에 안맞는 글들에 대한 불평의 소리가 많더라구요. 잘 생각해보니 제 글들도 그 글들중 하나인 것 같네요. 저 스스로도 게시판 어지럽히는 글들이 짜증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자신도 게시판 성격파악 못하고 글올리는 한사람이더라구요. 그래도 재미있다고 해주셨던 분들이나 제 글에 격려나 지적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히 생각할게요. 요 몇주간 글 올리면서 칭찬들으때 마다 의욕도 생기고 좋은일 많았네요. 이번 글은 써뒀던 글 그냥 버리기 너무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올립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정말입니다.
비공감 사유를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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