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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친X입니다.
게시물ID : gomin_4599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커피N도넛
추천 : 11
조회수 : 443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2/10/31 09:00:44

대기업 S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연봉 4~5천대라 모두가 부러워합니다.

선배들에게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위 네 줄만 보고서 제목에 동감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저의 고민입니다.

 

상사에게 퇴사에 대한 제 심정을 개인면담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제 말을 들은 상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세상에 100만원을 벌다가 200만원을 벌려고 하는 사람은 있어도,

200만원을 벌다가 100만원을 벌고 싶다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상사가 했던 그 말은 사실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아도 100만원에서 200만원을 벌고 싶어하지

반대의 경우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미친X인가 봅니다.  상식에서 벗어나려는 행위를 하려고 하니깐요.

 

제가 상사에게 답한 것은 이렇습니다.

"일한 대가가 부족해서 입니다."

 

잠시 저의 과거 얘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대학진학 포기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가정불화, 왕따 등 계속되는 '불행' 속에 행복하기 위해 취업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여동생의 꿈을 이루게 해주기 위해서 말이죠.

그 때 당시 여동생은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친구들 따라 가서 구경만 하고 오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저 또한 컴퓨터 학원을 다니다가 그만두게 되어 이러한 동생의 기분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없다는 서러움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겁니다.

물론 독학의 길은 있지만, 너무나 힘들고 외로운 길이기에 동생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들어온 곳이 지금의 회사입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내 동생 학원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는 점.

부모님께도 용돈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이 너무 기뻤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복직해서 지금 이렇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과거 저에게 있어서 일한 대가는 돈으로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회사에 대한 저의 평가, 제 자신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의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입니다.

 

첫번째 이유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돈에 대한 욕심도 없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정신적으론 너무 힘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담당업무에 대한 실적이 좋게 나와도 인사평가에서는 다른 이의 승진을 위해 양보해야하고,

동료들에게는 업무에 대해 칭찬받고 해도, 간부에게는 그렇지 못한....

1차 평가가 좋지만 2차 평가가 나빴습니다.  1차 평가자는 저에게 사과를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회사가 싫어서 입니다.

첫번째 이유로 인한 이유가 되겠네요.  이런회사가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인사평가 자체가 흔히 말하는 '똥차 밀어내기'로 승진이 이루어지고, 사람들의 업무는 '실적에 영향 정도' 순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이하의 업무들은 떠넘기기 식으로 넘어가다 '시한폭탄'이 되어버리거나 누군가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은 이러한 구조로 인해 회사에 정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남아있는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대기업이니깐 돈 많이줘, 복지 좋아...

 

세번째 이유는 제 자신의 변화입니다.

150만원 들고 시골 촌구석에서 서울에 올라와 살 정도로 독기가 있었는데, 어느새 나약해져버렸습니다.

돈에 대한 부족함도 못 느끼고, 기숙사는 편하고, 업무도 어려움은 없어서 일까요? 안일해져버린 것 같습니다.

입은 어느새 거칠어지고 못마땅한 일만 가득해져버렸습니다.

정말 두렵습니다. 내 자신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만두려고 합니다. 그만두고서 새롭게 다시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시간이 흘러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 때가서 후회하지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고 싶지는 않네요.

쉽지 않은 선택이기에 아직까지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남들과 같이 남아서 남들처럼 살고 싶지가 않네요.

 

그만두고 무얼할지는 자세히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두리뭉실하게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하며 알바에 자취생활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동생은 대학교 졸업반입니다.

그리고 빚이 있습니다.

이유는 제가 학비 지원을 2학년1학기까지만 내줬기 때문입니다.

 

동생이 저에게 기대기만 하지 않았으면 해서.... 재료비나 용돈은 줘도 학비는 주지 않고 있습니다.

동생은 제 마음을 아는지 학비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고 있구요.

 

쓸 때없이 긴 글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고민이 담겨있는 글이자 읽으신 분들도 뭔가 생각하게 되는 글이 되길 바랬는데 말이죠.

 

읽기 불편한 글임에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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