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나는 남자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자친구가 끊이질 않았다.
그것도 대기업 사원이나 외국인 사업가 같은 사람들 하고만 사귀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아르바이트 하던 곳의 점장하고 사귄 적이 있다.
나도 그 카페에 가서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온 적이 있는데 그냥 평균적인 얼굴에 볼품없는 아저씨였다.
그 무렵 누나는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우울증 같은 것도 오고 이상한 시기였다.
약에 절어서 항상 잠만 잤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물을 가져다 주곤 했는데, 하루는 누나의 머그컵을 떨어뜨려서 그만 깨뜨리고 말았다.
그 머그컵은 선물로 받았다며 누나가 항상 아껴쓰던 컵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조각들을 줍다가 보니 파편들 사이로 거뭇한 실 같은 것이 보였다.
헤쳐서 잘 살펴보니 수많은 머리카락이었다.
나는 차를 타고 옆 동네 어떤 다리 밑으로 가서 기둥에 대고 남은 파편도 다 깨부수고 왔다.
누나가 머그컵을 찾길래 깨져서 버렸다고 얼버무렸다.
원래대로라면 미친듯이 화낼 누나가 "아, 그래....?" 하고 수긍하더니 그대로 자버렸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누나는 그 점장과 헤어졌다.
우울증도 어느새 씻은 듯이 나아 원래대로의 누나로 돌아왔다.
다시 일도 시작해서 일류기업 훈남과 사귀기 시작했다.
올해 두 사람은 결혼해서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있다.
나는 그 때 누나가 이상해진 원인은 그 머그컵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누나는 그 머그컵을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받았다고 했었다.
사귀던 점장에게 받았는지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점장이 의외로 인기가 있어서 둘이 사귀는 걸 질투한 동료에게 받았을 수도 있고, 점장이 또라이라 그런걸 만들어 줬을 수도 있다.
오랜만에 꿈에 그 사건이 나와서 조심스레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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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제블로그 데쓰네(http://vivian912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