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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민영화가 수도/가스/전기 민영화와 다른 점
게시물ID : sisa_4607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lliative
추천 : 2/15
조회수 : 863회
댓글수 : 38개
등록시간 : 2013/12/12 16:10:11
사실 가스/전기/수도는 식주 기본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으며,
실질적으로 대체제가 없고 국가에서 관리하고 보장해야 하는 자원이다.

하지만 철도는 우등고속버스라는 대체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전국의 잘 사용되지 않는 지방노선들까지 억지로 유지되어왔다
언젠가 한 번 전남에 여행을 가면서 KTX를 탔는데, 
주말인데도 텅텅비어있는 것을 보면서
이건 조금 자원낭비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여러분이 내고 있는 혈세로, 아무도 타지 않는 빈 KTX가 지방곳곳에 운행되고 있다. 아깝지 않나?

문제는 최대매출액을 창출하는 서울-경기 주변, 경부선 KTX가 아닌
지방노선에 있다.
서울-경기, 경부선의 매출액으로 지방노선의 적자를 충당한다고 하는데,
다른 말로 이것은 효율적이지 않은 지방노선의 적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또한 KTX 자체의 요금은 실제 그 서비스의 질보다 아주 싼 편이다.
서울-부산을 가는데 2시간 반이면 간다. 그런데 요금은 5만원? 아주 싼 가격이다.
그런 좋은 서비스를 싼 가격으로 이용한다는 것 또한
그 손실의 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기본적으로 공공재들의 적자를 국가가 관리하고 세금으로 충당하는 이유는
그 공공재들이 공기, 물, 국방, 농산물식재료, 가스-전기-기름-난방자원 등 의식주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없으면 아예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버스-택시간의 정치권로비, 이익관계 상충관계들에서 볼 수 있듯이
KTX철도가 과연 우등고속버스로 대체할 수 없는 필수재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KTX철도는 분명 대체가능한 준공공재이다.

사실 지역균형발전의 명목으로 부산의 해운대,광안리,동래,사직,명륜,온천,사하, 등등 모든 부산 전지역에 KTX를 건설한다면
당연히 누가봐도 낭비가 아니겠는가? 그만큼 사용해서 효용을 보는 사람도 적고, 적자만 나고, 세금으로 모두 충당해야 하니까.
현재의 KTX민영화도 당연한 것이다. 
어디 충청도 어느 지역에 잘 타지도 않고, 주말이 되어도 빈자리 남는 KTX를 유지하는 것은 명확한 자원의 낭비이다.
당연히 감축해야 한다.

지방노선 철도가 없어지면 복지수준이 낮아지는 것 같은가?
반대로 KTX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혹은 KTX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그 국가철도운영의 혈세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나도 긴 여행시간을 참지 못해 KTX를 타는 편이지만, 
가끔 여행가는 느낌으로 우등고속버스를 타면 그리 나쁜 대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KTX철도는 필수공공재가 아니다. 
KTX가 충청도 어느 지역에 깔려있는가가 한국복지의 지표인가?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충청도 어느 지역에 낭비되고 있는 혈세를 차라리 육아, 의료, 노인 등 다른 복지영역에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뭐 새누리가 그 혈세를 복지영역에 사용하지 않을 건 누구나 잘 알고 있으니 잠시만 논외로 하자.)

KTX노조 지도부 측에서도 회의중에 이런 이야기를 분명 했을 것이다.
KTX노조 지도부에서도 KTX가 없어져도 우등고속으로 대체될 것이며, 
KTX는 국민을 위한 필수공공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실상 KTX노조가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자기 목이 잘리기 때문이다.
KTX가 민영화 되면, 정규직으로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직업적 안정성이 박탈된다.
KTX가 민영화 되면, 많은 적자부문의 KTX관련 부서 직원들이 해고되고, 공무원에 가깝던 지위도 박탈되어 비정규직화 될 것이다.

사실 KTX는 자신들의 밥줄 때문에, 자신들의 노동권 때문에 파업하는 것이다.
그래. 밥줄 때문에 파업한다. 그게 뭐 문제가 되나?
자신들의 노동권을 이유로 파업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정당하지 않나?
한국사회가 유럽강국들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했다면,
노동권을 이유로 파업하는 것이 전국민에게 정당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또한 파업으로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얻어내는 협상의 결과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노동권의 정당한 쟁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왜, 철도노조직원들도 용산철거니, 쌍용자살이니 다른 노동자들의 쟁의에 대해 등돌리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지 않았나?
나는 MBC 기자/PD들을 아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사실 그들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밥그릇은 상관 없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파업을 한 이유는, 오직 공공재로서 언론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였다.
그 MBC 파업때도 전 국민이 등 돌리고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았나? 
철도노조도 당연히 MBC파업에 무관심하지 않았나?
그러니 이제와서 '자신들의 노동권'을 정당하게 외치지 못하고.
'국민을 위해서'라고 기대어 외쳐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사실 내 표현방식이 조금 공격적이었지만,
이것은 사실 철도노조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한국의 민주주의가 비천한 지경이기 때문이다.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 스스로도,
박정희 유신정치가 만들어낸 전체주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해
'밥그릇을 위한 노동쟁의'의 파업은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국민의 공공재를 위하여'하는 파업은 정당하게 여기는 지경이라니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진보도 박정희 유신망령에 통치당하는 진보다.

시게를 보면 철도파업은 '철도노조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의 공공재를 위한 싸움'이라고 변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대로가 아니다. 
과연 국민을 위한 철도노조 파업만 정당한 행위인가?
밥그릇을 위한, 스스로를 위한 노동쟁의권은 정당하지 않은 행위인가?

사실 이 글 앞 부분의 주장은 신자유주의적 해석이다.
뒷 부분의 주장은 민주주의적 해석이다.
시게에서 앞 부분만 쓴다면 엄청난 쌍욕을 먹을 것이고, 뒷 부분만 쓴다면 일부의 공감을 얻었지 않겠는가?
그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신자유주의적 해석이라면 가타부타 논의없이 내용도 모르고 일단 반대만 하고 보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정당한 민주주의적 주장은 못하고 '국민을 위하여 합니다.'라는 전체주의 프레임에 비굴하게 기대어 파업을 하는 모습.
그만큼 박정희 유신독재의 망령이 한국을 뿌리깊게 통치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총리가 비정규직 정책 하나 건들었다가, 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나서, 다시 정책을 재수정하는 나라라고 한다.
부럽지 않은가?
우리나라에는 복지와 맑시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대중의식의 성장이 먼저 필요하다.
신자유주의든, 케인지안이든, 복지든, 사민주의든, 맑시즘이든, 그것도 다 민주주의가 있고 나서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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