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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아들을 봐주세요.
게시물ID : bestofbest_46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eGend[SagA]
추천 : 283
조회수 : 6088회
댓글수 : 8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5/04/13 22:20:16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4/09 19:43:19
이건 나의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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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학원에서 나는 11시 반 조금 넘어서 왔다. 순전히 시험때문에 일찍온것이다.

그날 우리 반에는 아주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약간 성격이 더러운 여자국어선생님.. 아이들을 때리면

피멍들때까지 한반에 1000대 이상 2시간동안 팬다는 전설의 그 선생님한테 애 두명이 떠들다 걸렸다.

우리반은 단체로 중3 1학기 생활국어책 뒤의 부록 15장을 써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두명 때문에 말이다.

아주 절망적이었다.. 특히 오늘 학원 시험이라 안가면 끝나고...(원장한테)가자니 못쓰겠고..

결국 나는 갔다. 그리고 와서 지금 밤새서 쓸려고 한다.

부모님은 그 선생 기가 막히다면서 나를 안타깝게 보셨고, 나는 그냥 묵묵히 썼다.. 하지만

학원때문에 잠을 참을수 없었던 나는.. 결국 쓰러져 자고 말았다.

일어나보니.. 아침 7시. 난 집과 학교가 멀어서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결국 늦게 콜택시를 불러서

돈 7300원의 거금(콜비용 까지)을 들여 학교까지 갔다. 토요일.. 그래 오늘이지.. 오늘 검사지...

나는 공책과 책을 꺼냈다. 숙제도 어제저녁 하느라 시간 1~2시간 까먹었다.. 나도 내가 어제저녁

몇시에 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공책을 펼쳐서 어디까지 썼나 확인할려는데.. 하얀 종이가 껴있었다.

펼쳐보니 아빠의 글씨체가 조그만 A4 용지 잘른것에 써있었다.

- 선생님꼐 드립니다.

어느덧 시간이 새벽 2시를 향하고 있습니다. 
뵌적이 없는 제가 글로써 선생님을 뵙게 되어 죄송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 지후가(제 이름입니다)숙제를 하다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해서 침대에 뉘었습니다.
11시 30분에 학원에서 돌아와 제 만에는 숙제를 하고자 눈을 비비며 애쓰는데 한편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 안타깝기도 하답니다.
당연한 학생의 본분이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는것이 어쩜 나약함이겠지요.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중요한 성장과정에서 자연과 친구와 가족과의 많은시간을 할애하여 인생의 값진 순간인 학창시절이 되어야 하는데 부모인 저의 욕심때문에 보편화되어 버린 최고지상주의에 타협하여 제 아이의 순수성을 빼앗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을 많이하게 됩니다.
많이 커버린 아이들의 지도에 얼마나 어렵고 힘이 드십니까?
언제고 만나뵙고 제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또한 듣고 싶습니다.
격에 맞지 않은 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지후 아빠 드림.-

난 이글을 보고 그만 울고 말았다. 소리없이. 친구들 볼까봐... 그리고 정말 아빠한테 죄송스러웠다.
그 선생님은 이런글 통하지도 않는다...... 내가 알기 떄문에 나는 종이를 잘 접어서 내 필통속에 넣고,
아빠의 편지를 뺐다. 그리고 이 숙제는 공책을 찢어서 내는거기 때문에 공책에 이걸 낄수도 없다.
그것도 모르시고 아빠는 나를 위해.. 내가 혹시 그 선생님에게 숙제 안해가서 학교남아서 하고, 두들겨 맞을까봐 나를 보호하려고, 자식의 안타까움을 차마 보지 못해서 나에게 이런 쪽찌를 끼어서 보내셨다.

오늘, 난 맞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행복했다.

정말... 아빠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아빠..

난 오늘 아빠의 깊은 사랑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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