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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펌)
게시물ID : panic_461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12
조회수 : 223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4/22 10:27:57
2,3년 전인데 언젠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방학이라 시간도 비니까 지리산이나 등산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래서 친구놈들에게 전화해보니 전부다 뭐 귀찮아, 혼자가라, 집에 일 있다 등등
같이 안 가려고 하더라. 그래서 결국 나는 혼자 가기로했지.
내 등짝보다 큰 등산가방에 가서 먹을 빵,물 등 식량을 챙기고 혹시나 해서 나침반도 챙겼지.
그날따라 아침부터 느낌이 영 안좋은거야.... 그래도 내 성격이 한번 결심하면 하는 성격이라,
지리산 가기로 결심을했지. 가방에 식량과 여러가지 물품들을 챙기고 완전무장을 하고 나섰지.
지리산 입구에 도착해서 등산을 시작했지.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거기가는 귀큰 어벙한 일러와봐 잘 익었겠는데 라고 하면서 농담하며
등산을 했지.
비록 혼자갔지만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올라가는 산행길은 그다지 나쁘지는 않더라고...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야
오랫만에 하는 등산이라 다리가 상당히 땡기고 아프더군.
그래서 난 중간에 쉬고 같이 올라가던 사람들은 젊은 사람이 등산도 못하면 어쩌냐면서
웃으면서 먼저 간다고 가더라. 근데.... 그 사람의 웃음이 좋아서 웃는다거나, 비웃는 다거나
그런웃음이 아니었어....
마치 감정을 잃은 사람이 무표정으로 말하는 그런 웃음이었어.
그 사람이 나에게 웃을때 나는 싸늘한 한기를 느꼈고 나에게 웃고 얼굴을 돌리는 그사람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더라.
난 힘들어 벤치에 누웠지. 그런데.... 하필 여기에서 깜빡 잠이 들고 말았어.
새벽부터 준비를해서 그런지 잠이 많이 오더라고....
일어나 시계를보니 7시 약간 넘었더라. 슬슬 어둑어둑 해져 오는데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고....
나는 그 어둠속에 먹힐것만 같았어. 난 등산이고 뭐고 포기하고 올라왔던 길 반대편으로
미친듯이 뛰어갔지. 산 속에서 밤을 보내기는 싫었으니 말이야.
정말 미친듯이 광기를 뿜으며 달려가는데 마음이 앞섰던 탓인지 그만 넘어져 버리고 말았지.
길이 아닌곳에 넘어져 버렸는데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산 한가운데에 와 있는거야.
낙옆이 무수한 산 한가운데에....
난 어찌할바를 모르고 그저 미친듯이 내려가고 있었는데 내려가도 내려가도 그길이 그길이고
똑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다는걸 느꼈지.
그래서 나름대로 표시를 하려고 내가 지나갈때마다 발로 땅을 후벼파서 눈으로 표시될 정도의
구덩이를 만들며 지나갔는데 그래도.... 여전히 똑같은 곳만 맴돌고 있는거야.
도저히 힘들어서 나는 앉아서 쉬고 있는데 두에서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나는거야.
머리에서는 소름이 뒤통수부터 윗꼭지 까지 타고 올라가지, 몸은 굳지....
정말이지 이건 마비가 된듯 했어.
난 겁이나 뒤 돌아보지는 못하고 누구냐고 묻기만 했지.
그랬더니 한 40대 후반 정도의 아저씨 목소리가 들리더군. 산에 채집할것이 있어서 산에
왔다고 하는거야.
안심하고 뒤를 돌아보니 바구니 하나 들고 완전 중무장을 하고 내려오는거야.
난 다행이다 싶어서 그 아저씨께 길을 잊어버렸다고 하니 그 아저씨가 나만 따라오면 된다고 하더군...
그래서 같이 그 아저씨 손을 잡고 가는데 순간 손을 잡았을때 미칠듯한 한기를 느꼈어.
그 아저씨 손이 얼마나 차가웠냐면 처음에 손을 잡았을때 차가워 움찔할 정도...
그 정도로 차가웠어...
하지만 어쩌나 이 아저씨 아니면 산속에 있어야 하는데...
다행히 그 아저씨따라 가만히 가니 두갈래로 나뉘어진 큰길이 나오더군.
그 아저씨가 나는 이제 집에 가야되니까 왼쪽길로 갈테니 나보고는 오른쪽 길로 가라고 하더라고.
이길로 쭉 가다보면 길이 나오니 가라고 하더라고. 난 아저씨께 감사하다고 하고 뛰어 내려갔지.
 
한참 뛰어내려가다 섬뜩함을 느끼고 멈춰섰어. 그 이유인 즉슨 그 길 끝은 끝도 없는 낭떠러지 였어.
난 그걸 보자마자 반대편으로 미친듯이 달려갔어. 그런데 아까 그 아저씨가 앞에 떡허니 서 있는거야.
 
난 무서워서 피하지도 못하고 아저씨께 길이 이상하다고 했더니
자기도 길을 잘못 알려줘서 제대로 알려주려고 내쪽으로 오는 길이라고 했어.
약간 꺼림직했지만 어쩔 수 없었지. 그 아저씨랑 다시 내려가고 있었지.
 
난 이 아저씨가 왠지 이승사람이 아닌것만 같았어....
그래서 가만히 가던 도중 약간의 달빛이 비치는 곳에서 그 아저씨가 그림자가 있나 없나
확인을 해보니 그림자가.... 없는거야....
이건 분명 인간이 아니다 뭔가가 있다.... 싶었지..그래도 어쩌겠나....따라갈수 밖에...
내가 내려가면서 그 아저씨와 아니 그놈과 이야기를 계속했지 집은 어딘데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내가 문득 궁금해서 아저씨께 질문을 했지.
 
아저씨는 뭐를 채집하시는 분이길래 이 늦은 밤까지 산에 있다 오시냐고 물어봤더니
거기에 대한 답변은 안해주시고 대뜸 오늘은 한개도 채집을 못해서 허탕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다시 한번 물었지 뭐를 채집하시는 분이냐고.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하는말....
 
'너의 목숨'....
 
그러면서 눈까리가 확 도는데 눈물이 핑 돌면서 나는 정말 뒤도 안돌아보고 미친듯이 뛰었어.
뛰고 또 뛰었지.
정말이지 거짓말이 아니라 한 2km를 미친듯이 뛰었을꺼야.
큰길부터 쭉 뛰고 나니 모텔이 나오더라.
그 모텔에서 무사히 자고 다음날 일어났지. 어제 그 놈이 왠지 꺼림직해 다시 지리산으로 갔지.
그리고 그놈이 어제 같이 왔던 그 큰길을 가봤지.
자신은 집에 가야 한다면서 왼쪽으로 갔던 그놈....
그놈이 갔던 왼쪽길을 가만히 따라가보니....
공동묘지가 나오더라....
이건 내 일생에 두고두고 남을 이야기 인것같아.
길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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