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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기억
게시물ID : readers_46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너구리대장
추천 : 0
조회수 : 1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1 22:42:05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올리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애써 삼키려는 듯 울상인 표정과 하얗 눈만이 그녀의 얼굴을 적시고 있었고, 다시금 얼굴을 내린 그녀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언제인가 그녀가 이 곳에 서 있었을때는 그저 밤하늘의 별만이 반짝이고 있었고, 추운건지 시원한건지도 모를 이상한 날씨로 기억하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던 그녀의 모습은 나의 궁금증을 자극 시켰고 괜히 내가 숨어서 지켜볼 정도로 무언가 범접할 수 없던 아우라가 느껴졌었다. 그리고서는 숨죽여 그녀를 지켜보았다. 목 까지 올라오는 빨간색 스웨터와 회색빛의 체크무늬 치마..발등의 절반을 가리고 굽이 낮은 검정색 구두, 두 손을 가슴에 모은 가지런한 손과 어깨까지 내리워진 검은색 머릿결..하늘을 보는건지 지평선을 보는건지 초점을 알 수 없는 약간은 슬프기 까지한 그 눈빛..모든 것이 만화 속에서 튀어 나온듯 너무나 아름다웠고 청초하며 완벽한 조각상을 보는 것 같았었다.


그렇게 내 기억속에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었고 왠지 모를 친근한 감정마져 들기 시작했었다. 처음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딘가 익숙하기까지 한 느낌도 들었고 괜시리 설래이는 마음을 음미하며 집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늦은시각이라 그런건지 버스도 안 오고 해서 어쩔수 없이 이 곳에서 시간을 때우다 아침일찍 버스를 타고 가야겠단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든건지 눈을 떴을때는 또 다시 밤하늘의 별이 보이고 있었고 한숨을 쉬며 시계를 바라보니 새벽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나마 이 곳의 풀들과 주변의 나무들이 가려지고 있어서 망정이지 노숙자 마냥 추한 모습의 내가 찍힌 사진을 생각하니 끔찍하기 그지 없다. 왜 이렇게 잠이 많은건지 스스로에게 탄식하며 일어서 기지개를 피고 주변을 돌아보다 문득 뒤를 돌아보는데 내가 누웠던 자리에 무언가 솟아 올라 있었다. 분명 내가 누웠을때는 편하게 누웠는데 일어나 보니 그게 아니였던가 보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바라보니 표면이 매끄러워 보이는 석판 같은 것이 박혀 있었고 무언가 글씨 같은것이 적혀 있었다. 신기한 느낌에 글을 읽으려고 엎드려서 보니 그 곳에는 내 이름과 함께 "네가 좋아하는 밤하늘과 함께 편안하기를" 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언제인지 모를 시간이 흐르고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던 날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올리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애써 삼키려는 듯 울상인 표정과 하얗 눈만이 그녀의 얼굴을 적시고 있었고, 다시금 얼굴을 내린 그녀는 나의 무덤을 바라보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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