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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시월드 때문에 힘들다구요...?
게시물ID : gomin_5836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의근돌
추천 : 2
조회수 : 2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2/09 00:05:34

5살, 2살 된 자식 둔 결혼 7년차 남편이다. (편의상 반말체 쓰겠숨. 양해 플리즈.ㅎㅎ)

설날이 되니 어김없이 시월드에 대한 기사가 뜬다. 그런데 그런 기사 읽다보면 내겐 너무나 다른 세상같다.
아직도 그런 시댁 스트레스라는게 존재하는지 나는 신기하기만 하다.

아니, 그런 기사를 읽다보면 왠지 내가 초라하게 사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만 한다.

우리 부부 얘기 좀 해보겠다.

 

1. 시댁 및 친정 방문 횟수

우리 아내는 친정에 간 날이 시댁간 날의 10배는 된다. (뻥 아니다)

물론 산후 조리하러 간 날짜까지 세면 그렇다는 거다. 그러나 그걸 제외해도 5배는 가볍게 넘는다.

시댁? 1년에 2,3번 쯤 갈까말까... 그나마도 1박을 넘기 힘들다.

친정? 아무때나 간다. 가면 4,5일씩은 있다온다.

그래도 친정에라도 자꾸 보내려고 한다. 자꾸 친정가다보면 미안한 마음에 시댁에 혹시나 가줄까봐.
아내는 전업주부다. 직장인 아니다. 그래서 혼자도 자주 간다.
아무래도 시댁에 혼자 가기 뭐하니 친정이라도 자주 보낸다.
오해는 마라. 우리 아내 참 좋은 여자다. 시댁에 안 가서 그렇지.

 

2. 남편의 입장

남편인 내 입장? 솔까 부모님 집보다, 처가가는게 맘이 더 편하다.
고향 다녀오면 올라오는 내내 바가지 긁히고, 시댁 흉보며 씹힌다. 그러다 쌈나기 십상이다.
반면 처가집가면 그냥 난 방안에 방콕만 하고 있어도 된다. 싸울일 없다. 나만 참으면 되니까.

밀린 잠이나 원없이 자고만다. 뭐 사실상 투명인간 취급이지만 남자들에겐 어쩌면 그게 더 편하니까.
결혼 전에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네 엄마랑 네 아내가 싸우면 어느 편을 들어야 하겠냐?'

'여자들 싸움에는 끼지 않는게 정석이라 들었습니다'

'틀렸다. 무조건 아내편을 들어라'

'...?'

'네 엄마와 너는 혈연이다. 좀 불효해도 관계가 깨지지 않는다. 그러나 네 아내와 너는 원래 남이었다. 어설프게 부모 편들며 작은 효도 하려다 가정이 깨지면 정말 큰 불효를 하는 거다. 작게 불효해도 서로 행복하게 사는게 진짜 효도다'

살아보니 왜 그런 말씀하셨는지 이해된다.

시댁-친정 건으로 말다툼이 나면 이게 웬만해선 진화가 어렵다. 잘 싸우고 뒷끝 오래간다.

결국, 아버지 말씀대로 작은 불효를 저지르며 살게 된다.

고향에 계신 우리 부모님이 우리 애들을 얼마나 보고싶어하는지 잘 안다. 그러나 아내에게 그 얘기 꺼내면 십중팔구 부부싸움으로 번진다.

 

3. 처가가 더 밉다

2011년에 아내가 시댁 간 건 4회 8일, 친정간건 12회 77일이다. 쪼잔하게 이런걸 왜 기억하냐고? (이땐 산후조리 안한 해였다)
장인 어른이 왜 자주 안오냐 뭐라하시길래 빡쳐서 나중에 장모님께 메일 보냈었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참겠는데, 그걸로 뭐라시니까 정말 너무한다 싶더라.

날짜 세보고 이만큼 갔었다고 하니까 그제야 말조심하시더라.

불쌍하냐고? 아니, 주변에 나처럼 사는 남자들 꽤 된다. 만약 친구들 중 나만 그렇게 살았다면 벌써 몇번은 난리냈을거다.

내 친구 중에는 아내 대학원 때문에 아예 육아를 자기가 담당한 친구도 있고, 공처가 지처가로 사는 친구도 여럿 있다.

그래도 다들 재밌게들 살아간다. 인터넷엔 유독 여자들 얘기만 많은 것 같던데, 그건 남편들이 글을 잘 안써서가 아닐까?
결혼 생활의 진리는, 지는게 이기는거라더니... 살아보니 정말 맞는 말이다.

7년간 10:1 의 불합리함을 참고 입다물고 살았더니, 어느 순간 아내가 미안했는지 이젠 명절되면 가자고 한다.

이젠 애도 5살되니까 시댁 눈치도 잘 안보이나 보더라. 그래, 그게 서로에게 편한 길인 것을...

 

(시월드 기사 읽고 욱 해서 썼는데...ㅋ 써놓고 보니 일기장 수준이네요. 남편 여러분 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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