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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게시물ID : sisa_3587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웃사가오리
추천 : 0
조회수 : 1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2/09 01:56:59

플라톤은 정치체제 중 민주정을 최악의 정치체제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민주정은 직접 민주정이었지요

중우정치, 어리석은 대중들의 어리석은 결정에 의해 돌아가는 어리석은 정치

플라톤은 이데아(본질)을 보려 하지 않고 그림자(현상)에 휘둘리는 대중을 무시했습니다

당시의 대중, 즉 시민들은 교육받은 남성이었습니다. 노예와 여성을 배제했다는 건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내용이지요.

 

현대의 민주정치(대의제)를 플라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일정 나이만 지나면 모두가 나서서 선거를 하고

선출된 대표자들이 모여 (표면적으로는 유권자들의 뜻을 대변해) 나라일을 보는 것에 대해

플라톤이 어떤 생각을 가질지 궁금해지네요

 

투표를 독려하며 많은 사람들이 얘기합니다

이 소중한 한 표를 얻기 위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시민들의 피가 제물로 바쳐졌다고

선거권을 얻기 위한 투쟁은 20세기 중반까지도 계속되었고

민주화가 느린 나라에서는 20세기 후반, 지금까지도 그 투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시민들은 그토록 큰 희생을 감수하고

겨우 한 표의 투표권을 얻고 만족해버리는 걸까요

어쩌면 투표권은 권력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의, 우리의 한 표 한 표를 정치인들이 의식하기 시작하면

그들이 우리의 눈치를 조금이라도 더 보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최소한의 무기는

신화가 되고

신성시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투표권을 거의 유일한 참정권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거기에 안주하게 되진 않았나요?

 

어린 왕자의 조그만 행성에 살고 있는 장미는

자신의 가시로 사자도 두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철이 되면 우리들은 마치 우리가 인사권자나 된 듯

대단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우리는 후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어떤 후보나 집단에게는 끝없는 신뢰를

어떤 후보나 집단에게는 야멸찬 냉소를 보냅니다

 

이런이런 이유 때문에 이 사람은 안 돼

이런이런 이유 때문에 이 사람이 해야 해

 

선거철이 되면 다들 굉장한 정치 전문가처럼 보이지요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누군가가 권력을 갖게 되고

누군가는 권력의 바깥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마트 물가 오르는 거에 벌벌 떨면서도 우리는

권력을 가진 사람의 스토리에 열광하기도 하고

밀려난 사람을 동정하기도 하며

원치 않은 자가 권력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분노하기도 하지요

 

현대 사회는 너무나 복잡합니다

그리고 결정들의 결과는 상대적이고

수없이 많은 말들이 생각들을 지배합니다

개인이 모든 사안을 판단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좌니 우니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들은

편의적으로 여기저기 덧씌워지고

우리는 모든 것에 판단을 내리려 하지요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고환율 정책이니 신자유주의니 하는 말들이 난무하는 사이에

복잡한 현대 사회는 개인이 쉽게 판단해서 추측할 수 있는

단순한 대상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책 선거가 중요하다

사람을 잘 보고 뽑아야 한다

경제를 살릴 사람을 뽑아야 한다

도덕적인 사람을 뽑아야 한다

수많은 말들이 폭발하듯 쏟아집니다

 

당장 개인적인 결정에서도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정책의 결과를 속단합니다

친구에게도 뒤통수를 맞는 사람들이 티비 속 신문 속 누군가를 믿습니다

그리고 종북이니 수구 세력이니 하는 말들은

개개인의 분노를 푸는 수단이 되어 버립니다

 

정치인들은 민심을 살피고 민의를 대변하겠다고 합니다

무엇이 민심이고 무엇이 민의입니까?

그것들이 실체가 있는 것일까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정당을 구성하는 걸까요?

같은 정당이다 보니 같은 결정에 손을 드는 것일까요?

국회에서는 당론에 의해 표결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감정에 근거해 뽑은 대표자와 권력자의 결정 하에서 살아갑니다

부모님을 총탄에 잃은 불쌍한 원칙주의자를 뽑은 사람들은

그 사람이 내논 정책들이 어떤 식으로 사회에서 작동하는지 알기 힘듭니다

실험실 밖의 인과관계는

너무나 복잡해 믿음의 영역으로 넘어가버리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힘든 삶이 시위 때문이라고 빨갱이 때문이라고 일 안 하는 젊은 세대 때문이라고 믿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반대의 사람들도

똑같겠지요

이건 양비론이 아닙니다

복잡한 사회와 우리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자는 것이지요

 

인정할 것을 인정하면

그 다음은 선택의 문제이지요

지금의 정치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혁명이나 대변혁을 꿈꿀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그 후에는요?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계는 우리 머릿수만큼 다양하게 많겠지요

합의를 통해 이상적인 체제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바람직한 어떤 세계의 모습은

역시 믿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최상의 정치체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죠

 

지금의 정치제도에서

만약 우리의 지지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 것은 자유입니다

이것은 마치 종교와도 비슷한 것이지요

 

저는 투표권은 너무나 제한적인 권리라 생각하기에

선거의 승패가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꾼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의 승리가 여러분의 인생을 혹은 주위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신다면

냉정하게 이기기 위해서 현실을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나는 정확한 선택을 하고 나는 잘 아는데

우리나라 국민 수준이 낮아서

선거에서 졌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선거에도 질 것이고

그 다음 선거에도 질 것입니다

 

우리는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없고

사람들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거기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선거라는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지요

 

면접관에게 너는 멍청해서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가르치려 든다면

그 면접관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지원자의 진면모를 더 정확히 알려고 노력할까요?

누구나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그 상대와는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만약 새누리를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우리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신다면

먼저 팩트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혹은 여러분의 강의실에서 토론하는 것과

우리나라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통 사람들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 다르지요

세계적인 석학도 한 표

보도방 아가씨도 한 표

스님도 한 표

목사도 한 표입니다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꼭 기억해야 합니다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이기는 것과

표를 얻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요

 

인터넷을 끄고 투표장에 기어서라도 나오는 사람들을 분석하십시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설문조사를 하기보다

혐오하고 싫어하는 것이 뭔지 알아내십시오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있으신 분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다니는 일을 멈추십시오

우리나라에 안티 교회가 왜 이렇게 많이 생겼는지

롯데 자인언츠가 열성팬과 함께 안티팬이 왜 많은지

친노가 어떻게 반노를 만들었는지

열성 운동권 선배들이 후배들의 보수화를 어떻게 이끌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유권자는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고 감정에 의해 움직입니다

극성팬은 고정이지만

유동층은 팬들이 덜 극성인 곳으로 관심이 더 가는 법입니다

스토리를 만들고 유동층을 안습니다

충청도와 강원도를 잡습니다

 

그러면 선거는 승리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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