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붙이기에는 용기가 없어 오유에라도 올립니다
학교에 붙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만 혹시나 저에게 올 불이익이 너무나도 두려워서... 비겁하게 여기에만 씁니다.
공부하다가 주루룩 써내려 간 것이라 두서가 없고, 틀린 사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친애하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학우 여러분들, 매서운 추위가 돌아왔습니다. 이 추운 겨울날에 기말고사 공부하랴 생기부 작성하랴 다들 바쁘실 겁니다. 저 또한 그러합니다. 그러나 기말고사보다도, 생기부보다도, 아니 수능보다도 중요한 일들이 학교 밖에서 일어나고 있기에 용기를 내어 글을 씁니다.
지금 우리가 정신없이 입시 경쟁에 치여 공부하고 있는 동안 저 밖에서는 두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철도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궐기하고 일어난 7천여 명의 철도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가스민영화를 반대하던 노조원들 또한 직장에서 내쫓겼고, 수 개월 동안 서울에선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촛불 집회가 있었지만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개정된 국사교과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진해서 일본군을 따라다녔다는 모욕을 하고, 독립투사들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며, 일본의 식민지배로 우리나라가 근대화되었노라고 서술합니다. 대선조작 없다던 국정원은 수만 건의 특정 후보 비방 댓글 작성 혐의로 고소되었고, 선관위는 개표과정에서 부정이 있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TV에서 이 중 어느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듣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눈과 귀가 막힌 채 TV에서 흘러나오는 연예계 스캔들과 막장 드라마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고려대 주현우 학생이 이 나라에게 물었습니다. 안녕들 하시냐구요. 네,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과 형사가 찾아와 캐묻고 갔다는 주현우 학생의 증언에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고등학생이 정치에 대해 무얼 아느냐고, 너는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만 잘 가면 된다며 우리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책상 앞에 앉히는 어른들의 모습에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참정권을 갖습니다. 고등학생도 예외는 아닙니다. 나라가 잘못되어 갈 때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명분이 될 수는 없습니다. 2년 후면, 1년 후면 우리가 나갈 세상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입시라는 눈가리개로 눈이 가려지는 동안에도 현실은 착실히 우리의 목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여러분께 묻고자 합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돌리는 학우들에게 묻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