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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게시물ID : sewol_462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Untrodden
추천 : 10
조회수 : 33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7/21 03:32:41


세상은 크고 작은 일들로 삐걱삐걱대며 여전히 돌아가고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은 이를 갈며 당신들을 잊지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삶에 쫓기어 살다보니 아주 자주 당신들을 잊은 나를 발견해요.
 분명 몇달 전에는 현재의 나처럼 삶에 쫓기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원망이 있었어요. '각각의 생계와 꿈을 위한 회사나 일자리보다도 중요한 게 광화문에 있는데 왜 더 오지않는 걸까?'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화가 나있었죠. 그런데 지금의 나는 더욱 지독한 사회인이 되어버려서 당장의 일터에서 자리를 박차고 갈 수 없어요. 당신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예의주시하며 목소리를 내야하는데 내가 이 곳에서 벗어난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의 눈초리와 곤경이 눈에 훤해서 그마저도 참 곤란해졌어요.
 또, 최근 삶의 무게가 참으로 견디기가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참 별에 별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거든요... 오르지 않는 월급, 대우받지 못하는 지위, 여유로움을 찾기 힘든 고달픈 일상들, 치솟는 물가 등등. 어떻게 점점 사는 것이 이리도 팍팍해질까요? 이 순간 또한 지나가겠지,라는 마인드로 역경을 이겨냈던 과거가 거짓말 같아요. 오히려 그런 마인드로 현대를 산다는 것은 참 화낼줄 모르는 호구같아 힘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오랜만에 세월호 게시판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여러분은 그 날에서 조금도 멀어지지않으셨군요. 학생들의 생일을 헤아리며 추모하셨군요. 저는 조금 오랫동안 잊기도 했는데.. 갑자기 울컥-부끄러워졌습니다. 분명 내 일처럼 여기려했는데 사실 나의 일이 아니니 조금씩 잊어가는 제가 참 부끄러워요. 열심히 절약하며 사는 내가 한편으로 기특했는데, 오늘은 더 중요한 일을 좀 오랫동안 잊고 지낸 자신을 반성해야할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지긋지긋한 삶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뛰쳐 나오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사실 학습된 무기력에 그런 날이 오지않을 확률이 더 높다는 걸 알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정말 가장 먼저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여름 더위와 장마에 고생하시는 유가족분들,, 잠시나마 당신들의 사정을 잊고 지내서 죄송해요. 

조만간 광화문에 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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