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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의 그림자-정글의 법칙에 대하여-
게시물ID : lovestory_51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선비o
추천 : 4
조회수 : 4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2/11 00:12:37

예능은 예능일 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방송가의 신기류에 휩쓸려 

우리는 무언가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상황을 '리얼'하게 '연기'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마치 그 상황이 '실제'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 그 취지인데

그것을 잘못 오해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리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방송국들의 잘못도 있다.

방송을 함에 있어서 마치 자신들이 연출하고 있는 상황은 이른바 대본이 없고 

그 때마다 달라지는 상황에 맞춰 가는

그래서 정말 새롭고 현실감 있는 '리얼한 프로'로 시청자들을 호도하는 것

이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리는'당연한'이라는 명제에 빠지고 있다.

원주민들은 '당연히' 원시적이고 문명의 이기와 동떨어져 있는

그래서 우리에게 새로움과 호기심을 가져다 주는 

그런 존재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원주민들의 '문명화'에 묘한 경계심을 가지고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말이냐.

'당연'말이다.

설령 문명화된 원주민들이 정글의 법칙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들의 원시적 부족 풍습을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고 해서

그들이 '원시적'이여야 한다는 이유는 없다.

우리는 드라마, 영화를 즐겨보고, 유행하는 뮤지컬을 관람하곤 한다.

스크린과 무대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상황은 사전에 '조작된' 모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거기에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게 된다.

알고도 속아넘어 가는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세상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유독, '리얼'이라는 표제를 들고 나타난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리얼'을 믿고 그 '리얼'을 '사실'로 인식하는 것이다.

감히 말하자면, '리얼'도 하나의 '아이템'에 불과한, '짜여진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할 것이다.

'원주민'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다.

확실히 우리는 문명화된 사람들이다.

도시에서, 농촌에서, 이 땅 어디에서라도

우리는 옷을 입고, 샴푸로 머리를 감고

금속으로 된 세상에서 살아간다.

약속된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퇴근 후 가벼운 맥주 한 잔과 함께

디지털 TV에서 방출되는 또 하나의 세상

원시 부족

이들을 지켜 보는 우리의 시선을 마냥 곱다고만 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문명화됬다.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그들은 '미개'하다고. 그리고 그것을 즐긴다. 그들보다 우월한 우리.

이것이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이 흥행할 수 있었던 부차적 이유이다.

물론 김병만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보여준 '리얼'한 연기에 몰입된 시청자들은

그들이 헤처나가는 갖가지 상황에 대한 흥미를 가졌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추악한'흥미다.

정글의 법칙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짜여진 상황, 그리고 '원시적이지 않은' 원주민

짜여진 상황에 대한 논의는 앞서 밝혔거니와 우리의 왜곡된 '리얼' 인식에 있다고 할 때

원시적이지 않은 원주민에 대한 논쟁의 한 가운데 서양 중심적 사고관이 자리하고 있다.

근대 이후 유럽에서 널리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이성'과 거기에 기초한 '과학적 사고'는

서양적 사고 방식의 근원이라 할 만하다.

이는 '합리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현재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

합리주의의 특성은 인간 존재를 제도화 한다는 데 있다.

주어진 틀에 인간을 맞추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다시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전파되었다.

여기에서 아이러니한 점이 발생한다.

유럽적 가치관으로 보았을 때, 일제 통치 이전의 한국[조선]은 미개한 부류에 불과했다.

그들과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제의 통치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문명화'된 한국인들은 '문명'자체를 좇기 시작했다.

미국을 따라하고, 일본을 따라하고, 유럽을 따라했다.

여기에서 우리 민족이 '열등'하였고, 따라서 우리는 일본의 통치가 없었으면

영원히 미개한 족속으로 남았을 것이라는 멍청한 논리가 파생되는 것이다.

근대.현대에 들어 우리가 이야기하는 '문명'은 어디까지나 서양 중심적인 것이다.

그것이 일본으로 전수되 '동양화된 문명'으로 되었을지언정 그 기원은 서양의 합리주의다.

그렇게 문명화된 우리는 어느덧 뒤를 돌아볼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보다 발전이 덜 된 '미개한'국가에 원조를 하는 나라

머나먼 아프리카 부족에게 영양식을 공급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은

서양화된 일본에 의한 이차적 문명화를 겪고 나서야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문명', '현대', '첨단', '최신'이라는 키워드는

문명적 종속화에 따른 미개성의 탈피를 갈구하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인 것이다.

그런 우리들이

이번에는 미개한 '그들'을 본다.

그들의 풍습,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고 

근원을 알 수 없는 호기심에 빠지고, 이내 익숙해진 우리들

그들의 '미개'에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우리들을 보라.

우리는 얼마나 문명화 되었을까.

슬픈 밤이다.

미안하다. 글이 길어졌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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