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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폭등의 진실, 그리고 해법(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
게시물ID : sisa_408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타타상자
추천 : 12/3
조회수 : 616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7/12/24 01: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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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폭등의 진실, 그리고 해법 

- 이준구 교수(서울대) 


1. 머리말 

미친 듯이 뛰어오르던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고비를 넘긴 것 같지만, 문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섰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문제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표면적인 고요함이 사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 고요함은 경제전체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대파국의 서막을 예감케 하는 미묘한 움직임일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택가격 폭등을 가져 온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현 정부의 무능을 꼽고 있다. 통계를 보면 현 정부 들어오면서 주택가격 상승률이 현저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수없이 많은 대책을 쏟아 붓고서도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으니 그런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현 정부의 무능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문제의 뿌리가 너무나 깊다. 

문제의 근원은 모든 자원과 권력이 수도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독특한 구조에 있다. 바로 여기에서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국적인 차원에서 보면 수급 불균형의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다면 이것은 주로 수도권에 국한되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동안 모든 지역이 균형 있게 발전해 왔다면 수급 불균형의 문제가 이토록 심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몇십 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던 수도권 집중현상이 짧은 시간 안에 해소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한때 지방으로 본거를 옮겼던 소수의 기업들마저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교통수단의 획기적인 발전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한층 더 부채질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지하철노선이 연결된 인천과 천안이 이제는 서울의 교외라는 성격을 갖게 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수도권의 주택수급 불균형의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정부는 수도권의 이런저런 지역에 새로운 주택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한 미봉책이다. 지금과 같은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계속되는 한 그 정도의 공급 확대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일관성 없는 정책을 채택해 옴으로써 문제를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몰고 갔다. 그때그때의 편의에 따라 주택 관련 규제를 도입했다 푸는 일을 반복함으로써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물론 정책에 대한 신뢰까지 잃게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부동산불패 신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고, 정부가 무슨 정책을 쓴다 해도 아무런 효과를 거두기 힘든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정부의 신뢰상실이 문제의 핵심이라 할지라도 지금 당장 이것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지속되어 온 시간이 긴 만큼 이것을 해결하는데도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장기적인 해결과제로 남겨두고, 최근의 집값 폭등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문제들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집값 폭등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에 대해 종합적인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나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한 만족할 만한 해법을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해법이랍시고 제시된 사이비 처방들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는 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해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끝났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상 손쉬운 해답을 얻기는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널리 양해해 주기 바란다. 

2.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다는 주장의 허구성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은 주택가격 문제에 대해 논의할 때 공급측면에만 문제가 있는 듯이 얘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요측면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 보니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때도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만을 일삼게 된다.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는다는 말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수도권의)주택수급 불균형현상은 최근 들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고, 지난 수 십 년 동안 계속되어온 추세다. 이와 같은 장기적 추세로 최근의 주택가격 폭등 같은 단기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의 상태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에 주택가격 폭등이 일어났다고 설명해야 비로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얼마 전 IMF의 간부 한 사람이 주택가격 폭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공급부족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을 했다. 우리 언론들은 무슨 새삼스러운 진단이라도 나온 냥 그 얘기를 대서특필하면서 그것 보라는 듯 떠들어 댔다. 내가 보기에 그와 같은 평가는 경제학의 ‘경’자도 모르는 무식쟁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이나 그것을 뉴스라고 대서특필하는 언론이나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가르치든 경제학원론 시간의 맨 앞부분에서 ‘균형의 변화’라는 것을 다루게 된다. 수요나 공급에 변화가 생김에 따라 (균형)가격에 변화가 생기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최근의 주택가격 폭등도 이와 같은 균형의 변화라는 틀에서 생각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 가격의 상승을 가져오는 원인에는 수요의 증가와 공급의 감소 두 가지가있다. 문제는 주택가격 폭등의 이유를 이 둘 중 어느 쪽에서 찾아야 하느냐에 있다.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이 공급측면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최근 들어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한다. 만성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갑작스런 가격의 폭등을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가격 폭등을 공급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최근 들어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를 밝히는 것밖에 없다. 

더군다나 문제의 핵심이 공급부족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급’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주택의 양을 뜻한다. 그들이 해법으로 내놓는 ‘주택 공급의 증가’는 더 많은 주택의 건설을 뜻한다는 데서 이와 같은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곧 설명하게 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주택의 공급은 그들이 생각하는 바와 다르다.) 주택공급을 그들처럼 해석한다면, 최근 들어 갑자기 집들이 불타거나 폭격을 맞아 없어지기 전에는 공급이 줄어들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주택공급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를 대지도 못하면서 공급 부족 때문에 주택가격이 폭등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적인 만용이다. 경제학의 기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사리에 벗어난 어리석은 주장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그와 같은 잘못된 진단이 마치 진리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 지식사회의 풍토다. 이런 허위의 풍토에서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 

문제의 핵심이 공급의 부족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택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이 갖는 독특한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주택의 공급, 즉 현재 존재하고 있는 주택의 양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급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주택에 대한 수요도 여느 상품의 경우와는 다른 독특성을 갖고 있다. 그와 같은 특성 때문에 주택시장의 경우에는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움직이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곧 설명하게 되겠지만, 최근의 주택가격 폭등은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과 함께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여기에서의 공급은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급이다.) 최근 들어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고 느낀다. 엄청난 규모의 부동자금, 낮은 이자율, 정책에 대한 불신, 그리고 막차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등이 모두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커지게 만든 원인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주택공급 부족’만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주택을 계속 짓다보면 언젠가는 가격이 안정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만큼이나 공급량을 늘려야 하며,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냐에 문제가 있다. 케인즈(J. M. Keynes)가 말했듯 장기에서는 우리 모두가 죽게 되는데, 그날을 기다리며 무한정 주택을 짓기만 할 수 는 없는 일이 아닌가? 

3.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갖는 성격에 대한 오해 

주택공급의 부족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진단은 주택건설 확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공급량이 늘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나라(혹은 수도권) 전체에 존재하는 주택의 양을 주택의 공급량으로 본다는 것을 뜻한다. 주택의 공급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파악하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다. 실제로 주택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의 주택의 공급은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현재 8백만 채의 집이 존재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8백만 채 전체가 공급량으로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웬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요.”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살고 있는 주인이 전혀 팔 의사가 없는 주택의 경우에는 가격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주택의 양을 주택시장에서의 공급량으로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주택가격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의‘유효’ 공급량은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은 주택의 양이다. 주택의 공급을 이처럼 엄밀하게 재정의 한다면, 오직 새로 집을 지어야만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예를 들어 팔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있던 사람이 생각을 바꿔 매물로 내놓는 경우에도 공급량이 늘어나는 결과가 빚어지는 것이다. (물론 매물로 내놓았던 주택을 거둬들이면 공급량은 줄어들게 된다.) 

사실 단기적으로 주택가격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자, 즉 매물로 내놓은 집의 양의 변화에 의한 공급량의 변화다. 주택을 새로 지어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은 주택가격의 장기적인 추세에 영향을 줄 뿐이다. 정부가 이런저런 지역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개발해 공급량을 크게 늘린다는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보면 단기적인 관점에서 주택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어느 쪽의 공급량 변화인지 잘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주택가격 결정의 원리는 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조차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단순하고 명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놓으라는 경제학자들조차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맹목적인 주택건설 확대만을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집을 많이 짓는다고 해도 주택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볼 때, 주택가격 안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매물로 내놓는 집의 양의 증가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가격 안정이란 관점에서 보면 매물로 나오는 주택의 양을 늘리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이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언론매체에 나온 글들은 거의 전부가 이와 같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 공급확대(즉 주택의 추가적 건설)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케케묵은 소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의미 없는 말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나는 주택시장의 공급측면뿐 아니라 수요측면에 대해서도 엄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상품과 달리 주택은 소비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소비의 대상이 되는 상품은 가격이 높을수록 그것을 소비하는 것과 관련된 기회비용이 당연히 높아지게 된다. 반면에 투자의 대상이 되는 상품은 현재의 가격수준이 별 의미가 없고 앞으로의 가격동향이 핵심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바로 이와 같은 성격 때문에 주택가격이 일단 상승세를 보이면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수요량이 작아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주택시장에서는 주택이 갖는 특성 때문에 그 상식과 어긋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주택시장에서 발생한 문제의 해결을 시도할 때, 상식적인 수요와 공급의 틀 안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뜻한다. 

주거공간이라는 소비대상으로의 주택에 대한 수요와 관련해서는 상식적 의미에서의 수요로 이를 해석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투자대상으로서의 주택에 대한수요는 다른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바로 이 투자대상으로서의 주택에 대한 수요다. 다시 말해 투기적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주택가격 폭등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뜻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주택시장의 (유효)공급은 매물로 나온 주택들로 한정되며, 따라서 공급량의 전반적 규모는 생각 밖으로 작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기적 수요의 비교적 작은 변화가 큰 폭의 가격 변화를 가져 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최근의 주택가격 급등과 관련해 모두가 ‘정부 때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투기적 수요의 급증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군다나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의 증가는 반드시 공급의 감소를 수반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주택의 공급은 매물로 나온 것에 한정된다는 점을 알면, 투기적수요의증가와 공급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작은 규모의 투기적 수요증가로 시작된 주택가격 상승세가 짧은 시간 안에 폭등세로 바뀔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와 같은 주택시장의 특성, 즉 수요와 공급의 성격이 모두 여느 상품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실효성 있는 해법이 찾아질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극도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수요억제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공급 확대만이 유일한 해법이다’라는 상투적인 주장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4.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특히 주택가격이 고개를 숙일 줄 모르고 계속 치솟고 있는 것은 ‘부동산불패’의 신화가 아직도 굳건히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를 당해 부동산을 샀다가 망했다는 사람 얘기는 자주 듣지만, 제대로 된 부동산을 샀다가 망했다는 사람 얘기를 듣기는 무척 힘들다. 그동안의 경험이 잘 말해주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주택은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한 동시에 수익성 높은 투자 수단이 되어 왔다. 

여러 가지 투자수단이 있다고 할 때, 수익성과 안전성 모두에서 유리한 투자수단을 찾기는 극히 힘들다. 만약 그런 투자수단이 있다면 거의 모든 자금이 그 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택이 바로 그와 같은 성격의 투자 수단으로 존재해 왔기 때문에 부유층의 주택사재기가 극성을 부려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주택이라는 예외적인 투자수단의 존재로 인해 자산시장이 계속적인 불균형 상태에 있어 왔다는 뜻이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자기실현적 예측’(self-fulfilling prophecy)의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주택을 사놓으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을 때 주택을 사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주택가격을 계속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고, 주택가격 상승이 다시 그 신화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주택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의 억제가 필수적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주택이 투자수단으로서 갖는 매력을 대폭 줄여야 한다. 주택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이 투기적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한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수도권에서 새로 지은 주택의 80% 이상을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들였다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이렇게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는 이곳저곳에 주택단지를 개발한다고 해 보았자 가격안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택시장의 공급측면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바로 이 엄연한 현실을 애써보지 않으려고 한다. 진정한 문제의 핵심은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에 있고, 그것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는 한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것이다. 그들은 주택 사재기를 건전한 투자행위의 일종으로 두둔하려는 태도까지 보인다. 재테크의 일환으로 주택을 몇 채 보유한 사람을 투기꾼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그들이 아주 즐겨 쓰는 말 중 하나다. 

나 역시 주택을 몇 채씩 보유한 사람을 투기꾼이라고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 이들이 여러 가지 투자수단 중의 하나를 선택한 데 불과하다는 말에 동의할 용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기준은 아주 모호하기 때문에 명백하게 구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주택사재기가 투자이든 아니면 투기이든, 이것이 주택가격 불안의근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택수요 억제책으로는 안 된다’는 근거 없는 비관론으로 일관하는 것을 본다. 우리가 언제 제대로 된 수요 억제책을 써 본 적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런데 왜 해보지도 않고 수요 억제책으로는 안 된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수요 억제책이 가진 자의 이익을 침해하게 될 것을 두려워해 그런 억지논리를 편다는 의혹을 받아도 별로 항변할 구실이 없어 보인다. 

5. 높은 주택 가격은 분명 문제가 된다. 

수요와 공급의 상황이 반영되어 주택 가격이 올라가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밍크코트의 가격이 높다 해서 이를 낮추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주택 가격이 높다 해서 이를 구태여 낮추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이와 같은 논리는 가격기구의 작동을 방해함으로써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에 의해 주택시장에 내재하는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주택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린다는 것을 뜻하는데, 높아진 주택 가격이 공급을 늘리려는 유인을 주기 때문에 수요부족의 현상이 저절로 해소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이때 정부가 개입해 주택가격 상승을 막는다면 그와 같은 자동조정 기능에 문제가 생겨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의 복잡한 상황은 이렇게 깨끗한 이론의 그림과는 너무나 다르다. 바로 앞에서 말했듯, 주택 가격의 상승은 수요량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증가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주거 공간으로서의 주택 수요보다 투기적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공급측면을 보면, 주택 가격의 상승이 공급의 감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경우에는 가격이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층 더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의 예를 보면 이와 같은 주택가격 상승과 불균형의 확대가 무엇으로 귀결될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에 직면해 있는 우리 경제에 부동산 버블붕괴라는 또 하나의 충격이 더해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바로 여기에서 주택가격 상승을 나 몰라라 하고 방치해 둘 수 없는 하나의 중요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서울강남의 주택가격이 유달리 높은데 대해서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으며 관심을 가질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높은 주택가격은 교육여건, 문화시설, 주거환경 등의 측면에서 강남이 갖는 우위를 반영할 따름이기 때문에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논리다. 그와 같은 논리는 공연히 질투심에 불타 강남의 높은 주택가격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거니와, 정부가 이를 정책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강남의 주택가격이 높은 이유가 정말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설사 백보를 양보해 높은 주택가격이 여건상의 우위를 반영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우선 떨어질 줄 모르는 강남의 주택가격은 아무 때든 전국의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씨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최근의 전국적 규모의 주택가격 폭등의 진원지가 바로 강남지역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단 진화되어 잠잠해진 상태라도 불씨가 남아 있으면 또다시 큰불로 번질 수 있는 법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 해도 강남의 주택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한 그 안정은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크다. 어느 때 예기치 않은 바람이 불어 강남의 불씨가 전국의 주택시장을 큰불에 휩싸이게 만들지 모른다. 주택시장의 문제가 수도권 혹은 강남에 국한된 것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강남에 주택을 사서 부자가 된 사람에 대한 질투심을 버려야 한다는 설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이웃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아야 인격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는 아니다. 강남에 주택을 사서 떼돈을 번 것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정책은 이처럼 자연스러운 정서 혹은 반응에 그 기초를 두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모두가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비현실적 가정에 기초한 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강남의 높은 주택가격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한층 더 가속화시킨 원인이 되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산의 격차까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벌어진다면 빈부의 격차는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질투심만 억누른다면 강남의 높은 주택가격이 문제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주장은 한가한 사람의 잠꼬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점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식상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민의 경제적 능력으로도 안정된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감히 부정할 수 없다. 

6. 종합부동산세가 거의 유일한 희망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통해 추구될 수 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의 양을 제한하거나 이자율을 높임으로써 주택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방법은 이로 인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 이런저런 규제를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못하다.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결과를 빚어서는 안 된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해야 주택 투자에서 얻는 수익률을 낮출 수 있느냐에 있는데, 조세상의 수단 말고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현실에서, 조세상의 수단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엄청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난처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주택투자에서 나오는 수익률을 낮추려는 의도로 도입된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가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양도세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사람도 많지만, 양도세가 폐지되는 경우 주택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면 이것이 그렇게 쓸모없는 세금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양도세 하나만으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예컨대 투자수익의 50%를 양도세로 내고도 나머지 50%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주택은 여전히 매력 있는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주택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양도세가 무서운 존재인지 몰라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별로 무섭지 않은 역설적인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양도세는 매물로 나오는 주택의 양, 즉 주택공급량을 줄임으로써 주택가격이 올라가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의 억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양도세보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가 훨씬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애당초 종부세가 도입된 동기는 부동산 소유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조세를 부담시키자는 데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그 동기가 어찌 되었든, 종부세는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수단으로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누진세율 구조를 갖는 종부세는 주택을 많이 소유하고 있을수록 더 무거운 조세부담을 안기기 때문에 매물로 내놓는 주택이 더 많아지게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양도세는 매물로 내놓지 않게 만드는 유인을 제공하는 데 비해, 소유 그 자체에 대한 과세인 종부세는 매물로 내놓게 만드는 유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종부세는 주택의 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공급을 늘림으로써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종부세의 부과는 자본화(capitalization)의 과정을 통해 주택 가격의 직접적 하락을 가져온다. 자본화라는 개념은 공급이 고정된 어떤 자산에 조세가 부과되면 미래에 예상되는 조세부담의 현재가치만큼 그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떤 자산의 가격은 그것에서 나오는 임대료수입의 흐름을 현재가치화한 것과 같게 된다. 그런데 조세의 부과는 그 자산에서 나오는 순임대료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에 따라 자산의 가격도 떨어진다는 것이 자본화의 논리다. 

예를 들어 현재 가격이 20억 원인 아파트가 있는데 여기에 매년1%에 해당하는 2천만 원의 종부세가 부과된다고 하자. 10%의 할인율을 가정해 이 연간2천만 원의 조세부담을 현재가치로 바꾸면 약 2억 원이 된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그 조세부담의 현재가치는 더욱 커진다.) 자본화의 논리에 따르면 종부세가 부과되는 순간 이 아파트의 가격은 2억 원만큼 떨어지게 된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종부세의 부과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효과를 내리라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다. 그런데도 종부세가 이런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애써 부정하려 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종부세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일종의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실제로 종부세가 부과된 이후에도 주택가격 안정이란 측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현실은 이들의 믿음을 더욱 강화시켜 주고 있다. 

종부세의 이론과 현실이 이렇게 크게 다른 이유는 종부세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세율이 낮은 수준에 있어 다주택 소유자에게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을뿐더러, 언젠가는 종부세제도 그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종부세가 제대로 정착되기만 하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할 때 종부세는 주택시장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종부세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 자신이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종부세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 그렇게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 종부세가 갖는 잠재력을 생생하게 입증해주는 것이 아닐까? 

7. 종부세의 문제점은 보완하면 된다. 

종부세 같은 재산과세는 소득이 없는 사람도 무거운 조세부담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문제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종부세를 체면치레 정도로 부과한다면 모를까 본격적으로 부과한다면 어쩔 수 없이 조세저항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종부세를 걷는 척만 해서는 아무런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원천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가격이 수십 억 원이나 되는 주택을 소유하면서도 자동차세보다도 더 적은 재산세를 내는 데 익숙해 온 사람들에게 종부세는 분명 커다란 충격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조세부담을 지게 만드는 것이 공평하다는 능력원칙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변화는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다. 단지부담이 더 커진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합리적인 개혁을 거부한다면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꿈은 영원히 접어둘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정부의 교체 등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종부세의 세율이 궁극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오르리라고 정확하게 예견하기는 힘들다. 현실적으로 판단해 주택 시가의 약1% 수준 정도까지는 오르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이 정도만으로도 ‘세금폭탄’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재산과세율로써 1%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서 그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도 아닌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유독저항이 큰 것을 볼 수 있다. 

종부세를 반대하는 사람이 언제나 내거는 명분은 주택 한 채만 가진 은퇴자들이 그 부담을 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통계에서 밝혀졌듯, 종부세 과세 대상자 중 71%를 넘는 사람들이 2주택 이상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이 종부세 부담을 지기 힘들다는 말은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문제가 있다면 단 한 채의 주택만 소유하고 있는 사람인데, 이들 모두가 담세능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택 한 채만 가진 은퇴자’라는 것은 종부세 부담을 지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진실을 왜곡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처지에 있는 사람 혹은 그밖의 이유로 종부세 부담이문제가 되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 보면 정말로 딱한 사정에 처해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람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보완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도 무조건 종부세에 대한 반대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은퇴자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서도 종부세 부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정부와의 합의하에서 종부세를 빚으로 쌓아두고 나중에 주택을 처분한 대금에서 그 빚을 갚으면 되는 것이다. (형평성을 위해 이 빚에 약간의 이자를 붙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1년에 1천만 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이 20년 동안 그 빚을 쌓아 놓은 상태에서 주택을 팔았다고 하자. 이 경우에는 주택을 판 대금에서 2억여 원의 원리금을 상환함으로써 모든 관계가 청산될 수 있다. (상속을 하는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주택 한 채만 갖고 있는 상태를 유지해 온 사람에게 양도세를 대폭 깎아주는 조치가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상황은 한 채만 가진 사람에게 적절한 퇴로를 열어주지 않음으로써 민원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종부세를 내기 싫은데 과세대상이 되는 주택을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연히 불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매물로 내놓는 집을 늘림으로써 주택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종부세의 과세취지로 볼 때도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의 대폭 감면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보완조치가 마련된다면 종부세가 재산과세의 성격을 갖는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이유가 없다. 이 세상에 아무런 문제점도 없는 세금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부세가 갖는 문제점을 보완할 방법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마치 천하의 몹쓸 세금인 양 떠들어대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태도가 오늘의 사태를 빚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8. 누가 주택가격 폭등의 책임을 져야 하나?

이번의 주택가격 폭등을 위시한 주택정책 전반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은 물론 정부다. 사태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초기단계에서 진화에 실패함으로써 극도의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일관된 방향으로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오히려 주택시장을 더 큰 혼란에 빠뜨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현 정부에만 있다고 자신 있게 몰아붙일 수 있을까? 우선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말하듯 그 정책들이 하나같이 얼토당토않은 것들이라서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정책들은 과거에도 여러 번 사용되었던 것들로, 특별히 적절치 못했다고 말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백약이 무효’인 상태를 가져온 결정적인 원인은 정부,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신뢰의 결여에 있었다. 현 정부는 비단 주택정책 뿐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냉소의 대상이 될 뿐 기대하는 효과는 내지 못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자초한 현 정부의 무능에 거의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현 정부가 들어오면서 새로이 나타난 현상은 결코 아니다.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축적되어 온 뿌리 깊은 병폐다. 정부가 바뀔 때는 물론, 똑같은 정부 하에서도 그때그때의 편의에 따라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일관함으로써 불신의 싹을 키워와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신과 관련해 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부분이 크지만, 모든 책임을 현 정부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공평한 일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정책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가져온 데에는 현 정부의 무능을 가장 소리 높여 비판해온 집단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를 흔들어 정책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잘못하는 점이 많더라도, 추진하고 있는 모든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가 하는 것 모두를 도매금으로 싸잡아 매도한 나머지 거의 ‘식물정부’ 수준으로 몰아간 것도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얼마 전 주택가격이 미친 듯한 폭등세를 보였을 때 이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다름 아닌 야당과 보수언론이었다. 자신들이 집권하면 종부세를 크게 완화해 줄 듯한 제스처를 쓴 야당,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종부세의 험을 잡아 정부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 보수언론 역시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게 만든 데 책임의 일단을 갖고 있다.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은 마땅히 모든 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권을 잡고 있지 않은 사람이 아무 말, 아무 행동을 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언행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생각이 없는 무책임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최근의 주택가격 폭등에 대해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는 양 시치미를 떼고 남만 헐뜯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야 말로 자신이 과연 책임 있는 언행을 했는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9.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행히 주택시장을 휘몰아치던 광풍이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하다.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 안정기조로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주택시장에 내재해 있는 위험요인이 잠시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일 뿐 언제든 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는 앞날에 대한 기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변화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금 주택시장 앞에는 위험한 지뢰밭이 펼쳐져 있는 형국인데, 그중 하나만이라도 터지면 주택시장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가 엄청난 위기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첫 번째로 지나게 될 위험지대는 종부세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의과정이다. 만의 하나 종부세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 순간 잠잠했던 투기의 불씨가 갑자기 되살아나 전국이 투기장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두 번째로 통과하게 될 위험지대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와 이에 따른 정부교체과정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누가 대통령이 되고 그가 종부세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든 주택시장에 일대 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이 들기까지 한다. 

현재 야당이 종부세에 대해 매우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막상 집권에 성공하고 나면 종부세를 헌신짝처럼 내쳐버리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남이 하는 것을 비판하는 처지에 있을 때와 자신이 직접 일하는 처지에 있을 때 태도가 달라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표를 얻기 위해 종부세의 문제점을 들먹거릴지 모르지만,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할 입장이 되면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던, 책임을 떠맡게 된 순간 종부세 이외에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리라고 믿는다. 지금은 시장기능에 내맡겨 주택시장의 문제를 풀어가자는 주장에 공감할지 모르지만, 시장기능 만으로 단기간의 가격 등락을 막기는 역부족임을 바로 실감하게 될 것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종부세를 폐지해 주택 투자에서 나오는 수익률을 높일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잘 알고도 남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된 다음 종부세의 폐지 혹은 대폭완화를 강행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숨죽이고 판세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고대해 오던 절호의 기회다. 그들은 환호작약하며 매물을 거두어들일 것이며, 서민들도 이때 집을 팔면 손해라는 생각에 매물을 거두어들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 뒤에 벌어질 일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다. 

흥미로운 것은 종부세를 그대로 놓아두기로 결정한다 해도 위기가 닥쳐오리라는 점이다. 우리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그 경우의 위기가 한층 더 심각한 것 일수도 있다. 종부세를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확정적일 경우에는 주택시장 거품붕괴로 인한 연쇄파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보다 훨씬 더 춥고 긴 겨울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 주택시장에 거품이 끼어있는지의 여부는 매우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수요와 공급의 펀더멘탈(fundamentals)에 비추어 가격이 높은지의 여부로 판단해야 하는데, 주택시장의 경우에는 그 펀더멘탈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느 상품과 달리, 주택의 경우에는 일시적인 투기적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발생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주택가격이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만큼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하더라도 투자대상으로서의 주택이 계속 매력을 갖는 한 그 가격은 거품이 아닌 것이다. 

나는 새로 들어선 정부가 종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확정하는 순간 사람들이 거품의 존재를 사후적으로 깨닫게 되리라고 예상한다. 지금의 종부세가 제대로 정착되면 주택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 시가가 과세표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최고 세율이 3%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다주택 소유자가 계속 세금을 내며 주택을 껴안고 있기는 힘들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매물을 쏟아내는 순간이 바로 거품 붕괴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제시하고 있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다음 선거에서 누가 이기고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하든 주택시장에 일대 위기가 닥쳐오게 된다. 지금의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때 일어날 충격이 가능하면 작아지도록 미리 손을 써두는 일밖에 없다. 그리고 그 충격을 작게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종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주택시장의 열기를 서서히 식혀가는 것이다. 종부세가 곧 폐지될 듯한 기대를 갖게 만들다가 갑자기 그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가장 위험한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야당이 종부세에 대한 지금의 애매한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집권한 후에 그것이 화근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면 우리 경제를 망친 주범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 집권 후 종부세를 계속 유지한다고 해도 위기가 오고 폐지해도 위기가 올 것이다. 오직 유일한 위기 탈출의 길은 종부세에 대한 의문을 말끔히 씻어 버림으로써 위험요인이 계속 축적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믿는다. 

10. 맺음말 

나 역시 경제학의 훈련을 받은 지라 시장기구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 그 자체는 갖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시장기구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이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이 갖는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모든 것을 시장기구에 내맡기고 정부는 손을 떼어야 한다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미안한말이지만 시장기구에 대한 나의 믿음에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주택시장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저런 규제로 주택시장을 꽁꽁 옭아매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 동안 정부가 주택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수많은 규제들 중에는 전혀 필요 없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 불필요한 규제의 남발이 오히려 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린 원인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주택시장에 관한 한 정부의 개입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주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해법은 매우 단순하다. 무엇보다 우선 정부가 일관성 있는 자세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정부가 어느 정책을 채택한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을 빚을 것이 뻔하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킨답시고 온갖 규제를 동원하는 것은 문제를 더욱 심각한 양상을 치닫게 만들 뿐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종부세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해 하루 빨리 그 기초를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다. 종부세가 납세능력을 결여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세금폭탄’이란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는 적절한 보완조치의 마련이 시급한 과제다. 투자의 목적으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당연히 내야 할 세금으로 그 성격을 정착시켜야 대중의 광범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도 제대로 나오게 된다. 

그동안 종부세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데는 정부의 과욕도 한 몫을 한 바 있다. 그 과욕의 좋은 예가 종부세의 과세범위를 9억 원 이상의 주택에서 6억 원 이상의 주택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과욕은 스스로 서민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반발을 초래해 제도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지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종부세의 효과는 충분히 거둔 셈이라는 실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종부세 제도의 정착과 더불어 그동안 주택시장을 옭아매 왔던 불필요한 규제들을 대폭 정리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설사 그와 같은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기능을 한층 더 약화시킴으로써 문제해결을 더욱 늦추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입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결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시장기구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종부세에 주택시장 안정의 주역을 맡기는 것은 매우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다. 기본적으로 주택투자로부터 나오는 수익률을 줄임으로써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려는 가격 중심적인 접근방식이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이 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실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종부세에 대해 그렇게 많은 비난을 쏟아 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내가 종부세에 턱없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할지 모른다.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만약 지금 계획된 그대로 종부세가 부과되기만 한다면 주택시장 안정에 확실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나의 학문적 명예를 걸고 어느 누구와도 자신 있게 내기를 할 용의가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종부세는 우리 조세제도가 갖고 있는 하나의 고질적인 문제점, 즉 공평과세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좋은 대책이 될 수도 있다. 소득을 감추는 것보다는 부동산 보유 사실을 감추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기 때문에 종부세는 능력원칙에 좀 더 충실한 조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계층이 종부세에 대해 그렇게 격렬한 저항을 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그 부담을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경제전문가들에게 경고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종부세를 폐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년 동안 부과되어 왔기 때문에 어차피 종부세는 하나의 제도적인 현실로 굳어져 있는 상태다. 따라서 종부세 폐지로 인해 주택투자를 가로막는 중요한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후의 상황은 2년 전의 상황과 판이하게 다를 것이 분명하다. 섣불리 종부세 폐지라는 카드를 빼드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주택공급량을 늘려 나가는 정책도 착실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한 점의 이의도 없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장·단기요법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적용되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한 무지 때문에 공급의 확대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부르짖는 어리석은 짓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안정되겠지 라는 기대 하나만으로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극도의 혼란을 못 보는 체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어리석은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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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이 분의 홈페이지( http://jkl123.com/index.html )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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