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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기 수법 - 퍼온글..
게시물ID : freeboard_6609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K.Y.
추천 : 1
조회수 : 10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2/11 11:05:10

알아야 당하지 않습니다.

 

사기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1. 공짜를 바라지 않는다.

 

2. 직접 확인.--그런데 직접 확인해도 당하는 아래와 같은 사건은 정말....

 

조심.조심..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는 걸..

 

내 아파트를 돌리도! - 부동산 사기사건

송파의 한 아파트를 매수했던 이순덕 여사(47세)는 법원에서 날라 온 소장을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라고 따박따박 적혀 있는 소장 상단을 보았을 때만 해도 잘못 전달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계속 읽어 나가니 석 달 전 자기가 매수했던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 달라는 게 분명했다.

‘아니, 돈 받고 팔 때는 언제고, 이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하니 돌려달라고? 기가 막혀서......’

당장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뒤져 집주인 하영화(52세)에게 전화하였다.
없는 전화번호라고 한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소장에 적혀 있는 연락처로 전화하였다.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의 전 주인은 언성을 높이며 ‘이게 무슨 짓이냐’며 ‘당장 말소시키지 않으면 문서위조죄를 비롯 경찰에 고소할 것이며 민사상 손해배상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순덕도 지지 않았다.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팔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왜 딴 소리냐?’고 따지며 말을 섞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하였다.

약속장소에 나간 순덕은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랬다.
약속장소에 있는 영화는 자기랑 계약한 전 주인이 아니었다.

머리가 띠잉~
‘어떡하면 좋지?’

........................................

넉 달 전, 송파의 오래된 아파트가 재개발 승인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순덕은 인근 부동산 일대에 아파트 매수 의뢰를 했다. 재개발이 임박한 아파트는 워낙 투자가치가 높아 매물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자기 몫도 있으려니 생각하고 무던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번영부동산에서 연락이 났다. 마침 현금이 급한 매도인이 있어 매물이 나왔다고 빨리 오라고 하였다.

먹던 밥숟가락도 던지고 달려갔다. 매도인은 사정이 있어 급하게 내 놓는다며 현금이 되면 좋은 가격에 사라고 하였다. 현재 세입자는 재개발이 될 때까지만 살기로 했으니 임대차에 대한 불편을 없을 것이라 하였다.

순덕은 매도인과 함께 아파트로 갔다. 매도인이 세입자에게 ‘사정이 있어 집을 팔게 되었다’며, ‘계약대로 재개발까지 사는 건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매도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확인하였다. 매도인이 얘기 했던 금액이랑 맞았다.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저당도 없었다. 등기부등본과 매도인의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해 보고 난 뒤, 마지막으로 가계약금 500만원은 은행통장으로 입금하겠다고 했다. 금융실명제에 따라 은행에서 본인 확인을 하기 때문에 통장확인은 필수적이다. 매도인이 적어주는 계좌번호로 입금하고 확인전화까지 받았다.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5천만원이나 싸게 샀으니 역시 자기 운발은 못 말린다고 생각하며 화색을 돌렸다. 현금이 몹시 급하다고 하여, 다음날 바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하여 2억 5천만원을 주었다. 그리고, 열흘 뒤 잔금을 치르고 등기권리증을 비롯한 부동산등기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넘겨받았다.

그런데......

순덕이 산 아파트가 재개발 승인이 나서 벌써 평당 100만원이 올랐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밀려오는 뿌듯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데, 이런 소장을 받게 된 것이다.

영화와 이야기를 나눠 본 후, 세입자와 그 매도인이라는 작자가 짜고 벌인 사기극이라는 걸 간파하고 아파트에 쳐들어갔다. 하지만, 열발도 넘게 늦었다. 이들은 이미 사라졌고 먼지만 뒹굴고 있었다.

이 사기꾼들은 재개발이 임박한 낡은 아파트는 집주인이 멀리 살아 자주 들락거리지도 않고, 매매가가 고가라는 점을 이용해 치밀한 사기극을 벌였다.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100만원인 그 아파트를 영화와 계약한 뒤, 가족이 모두 살림살이까지 들여와 살았다.

집주인과 계약할 때 집주인의 인적사항과 은행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아파트를 매매하는데 필요한 등기권리증과 신분증을 모두 위조하여 집주인 행세를 한 것이다. 영화에게는 너무 바빠 월세 챙기기가 힘들다며 5개월치 월세를 한 번에 주겠다고 하고 순덕에게 가계약금 500만원을 은행통장으로 부치게 하는 용의주도면서도 대담무쌍한 이 사기꾼들! 살고 있는 세입자와 면식이 있으며, 등기권리증과 주인명의의 은행계좌까지 들이대는 이 사기꾼들을 어찌 당할 수 있으랴!

3개월이나 지났으니 매매대금으로 지급한 수표도 현금으로 찾아간 뒤였다. 부동산중개인인 번영부동산을 추궁하였지만, 등기권리증까지 위조하여 주인행세 하는 데 중개인도 당할 도리가 없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자기만 당하기 억울하다며 소송 중에 법원에 하소연도 해 보았지만, 법원은 그 아파트에 대한 권리는 영화에게 있다고 하고, 부동산중개인도 업무상과실이 입증되지 않아 손해배상의무가 없다고 한다.

순덕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노무 시끼들 잡히기만 해 봐라'
이만 부득부득 갈아볼 뿐......

노총각 울린 술집 마담 맞선 사기

41세 노총각 김인봉씨.
“올해는 제발~” 하는 홀어머니의 등쌀 때문일까?
올해는 유난히 옆구리가 허전하다.

33살 때의 충격적인 맞선을 끝으로 여자는 포기하고 살아왔다.
공중파 방송국에서 하는 맞선 프로그램에 나가서 공개적으로 퇴짜를 맞았던 것이다.
그 전에도 숱하게 퇴자를 맞았지만, 커플 컨설턴트까지 동원해 자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온갖 테크닉을 전수받아 수행한 공개적 맞선에서의 퇴짜는 충격이 컸다. 프로그램 최초로 퇴짜를 맞았대나 어쨌대나......

그 충격으로 지금까지 여자는 자기 인생에서 제외했다.
자기가 제외했거나 말거나 꼬이는 여자도 없었다.
하지만, 돈은 꼬였다.
IMF 실직 후 할 일이 없어 공인중개사 자격을 따 시작한 부동산 중개업.
부동산에 남다른 감각이 있었던지 돈을 많이 벌었다. 돈 버는 재미에 빠져 여자도 잊고 살았다. 시가 6억에서 12억에 달하는 아파트도 3채나 가지고 있고, 현금도 제법 있다.

한창 돈을 벌 때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르더니, 지금은 먹어도 먹어도 속이 허전하다.
아무래도 이젠 때가 되었지 싶어 주변에 있는 여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마음에 드는 여자는 하나 같이 유부녀뿐이다. 자기도 나이가 많은 데, 자기 또래의 나이 많은 여자는 싫다. 아무리 둘러 봐도 여자를 만날 대책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웹메일을 검색하다 결혼정보회사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결.혼.정.보.회.사.?”
“?.?.?......!.!.!.”
지금 30대 초중반 정도의 괜찮은 여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당장 120만원을 내고 초혼회원으로 가입했다. 가입한 지 일주일 후, 결혼정보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자기가 원하는 연령대인 30대 초반의 괜찮은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인봉은 큰 기대 없이 맞선 장소인 P호텔 로비라운지로 나갔다.

입구쪽을 바라보며 맞선 상대자를 기다리고 있던 인봉은 한 여인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늘씬하면서 옷차림 역시 세련된 30대 초반의 그 여인은 점점 자기쪽으로 다가오다 자기 앞에 딱 멈쳐 서더니, “김인봉씨?” 하며 묻는 것이다.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동안 여자를 멀리 하고 근신하며 살았더니, 하늘에서 선녀라도 내려주셨나 보다.

“저 윤상희예요. 34살이구요. 보험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요. 결혼정보회사에서 들으셨죠?”

자기 나이 또래와는 다르게 구김살이 없고 당당하였다. 갑자기, 풋풋한 햇사과를 한 입 베었을 때와 같은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 왜 저 같이 나이 많은 사람이랑......”
말끝도 제대로 못 맺는 인봉과는 달리 상희의 대답은 시원하였다.

“ 아닌게아니라, 걱정은 좀 했지만, 젊어 보이시는데요 뭘. 나이가 무슨 상관이예요. 저도 먹을 만큼 먹은 걸요. 애매한 나이 보다는 안정된 40대가 좋죠 뭐. 자신감 있고 안정돼 보여 좋아요.”

‘안정된 40대? 자신감?’
옛날, 자신감 없는 눈빛과 표정을 여자들은 제일 싫어한다는 커플 컨설턴트의 말이 생각났다. 인제 돈도 제법 있고 연륜도 있어 자신감은 있어 보이나 보다.

귀여운 외모에 싹싹하고 적극적인 성격에 마음이 끌린 인봉은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었다. 인봉은 거리낌 없이 상희의 손을 이끌고 근처 삼겹살집에 갔다. 늘 하던 대로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며 연방 부동산 이야기만 떠들어 대는 인봉. 1시간쯤 지나자 상희는 좀 어색해하며 ‘좀 더 근사하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술 마시고 싶다.’며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술이 좀 되어 정신이 약간 몽롱해진 인봉은 ‘상희가 원하는 것이라면...’하고 의기양양하게 일어섰다.

상희와 인봉은 근처에 있는 고급 단란주점으로 갔다. 전작에 이미 많이 취한 인봉은 상희의 요염에 흠뻑 빠져 양주를 2병이나 더 마시고, 기분 좋게 술값으로 70만원을 지불한 후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냈다.

다음날 아침,
언제까지 늙은 아들 아침밥 차려 줘야 되냐며 투덜거리는 홀어머니의 푸념을 뒤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해 상희에게 전화하였다. 그런데......, 없는 번호라고 한다. 잘못 적었을 수도 있겠지 싶어 결혼정보회사에 연락하였다. 결혼정보회사에서 가르쳐 준 회사번호와 핸드폰번호로 다시 전화했다. 회사에 있는 윤상희는 그녀가 아니었다. 핸드폰번호 역시 없는 번호였다. 그제야 이상한 생각이 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윤상희는 가명으로 결혼정보회사 회원으로 가입해 여러 남자를 만나 업소로 유인해 돈을 뜯는 전직 술집 마담이었다. 요즘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 경영난을 겪자 자구책으로 이런 방법을 택했다 한다.

“진짜 한심하다. 한심해! 그런 X에게 당하다니! 굶어도 너무 굶은겨~”
자기 머리를 쥐어박으며 인봉은 자기의 어수룩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유령과 결혼한 기막힌 남자의 결혼스토리

신용카드 연체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고소된 박진교(남, 36세)씨. 신용카드라곤 써 본 적이 없기에 황당했다. 뭔가 잘못됐겠지 생각하고 무심하게 경찰조사를 받다가 기절할 뻔 하였다. 자기 명의로 발행된 카드는 자기 아내라는 김영희(여, 36세)가 받아 쓴 것이다. 주민등록대로 김영희라는 여인을 수소문하여 확인해보니, 진짜 자기 아내 김진옥(여, 48세)의 이복동생이었다. 진교는 자기 아내 정현지, 아니 김진옥의 이야기를 듣고 귀신에 홀린 듯 정신이 어질하였다. 이제 살면서 가졌던 알 수 없는 의구심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7년전, 이혼하고 딸아이와 함께 살던 어느 날, 친구의 아내의 친구라는 정현지를 소개받았다. 친구부부와 함께 저녁을 하게 되었는데, 친구의 아내가 현지를 부른 것이다. 진교는 29세의 미혼녀라는 현지를 소개받는 순간 첫눈에 반했다. 참한 인상에 어딘지 모르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현지. 하지만, 딸자식이 딸린 이혼남으로선 적극적일 수 없었다.

오히려 고맙게도 현지가 적극적으로 진교에게 다가왔다. 둘은 7개월간 연애 끝에 결혼하였다. 현지는 결혼하여 함께 살게 된 시부모님도 극진히 모시고, 진교의 딸도 정성껏 돌봤다. 시댁 친지들이 들락거리는 걸 고깝게 생각해 투덜거리다 나간 전처와는 달리, 시고모와 같은 가까운 친척분이 오시면 30분 간격으로 상을 들여가며 극진히 대접하였다. 딸도 너무 이쁘게 잘 키웠다. 부지런하고 붙임성이 있으며 싹싹한 현지는 음식솜씨도 좋았다. 손님치레 음식을 만들 때 넉넉히 만들어 동네 어르신들에게 꼭 나누어 주었다. 이러니, 동네 주민들도 “젊은 여자가 어른 공경할 줄도 알고 좋은 며느리 얻었다”고 칭찬이 자자하였다. 진교는 아무 보잘 것 없는 자기를 하늘같이 받들고 사는 아내가 항상 고마웠고, 너무 행복했었다.

살면서 이상한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기는 재혼이지만 초혼인 현지를 생각해 결혼식은 성대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현지는 한사코 결혼식을 마다하였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 아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종용해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아이 학교 보낼 때가 되어서야 혼인신고를 했다. 또 현지는 사진 찍는 걸 몹시 싫어했다. 결혼 7년 동안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지금 살펴보니 아이 돌잔치 때 찍은 사진도 없었다.

경찰에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은 물론 자기도 미궁에 빠져 들었다. 정현지라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인물이었다. 자기 아내라고 혼인신고 되어 있는 김영희를 찾아가 가지고 있는 언니 김진옥의 사진을 보았을 때 비로소 속았다는 걸 알았다. 자기보다 12살이나 많은 김진옥을 같은 나이인 줄 알며 아이 낳고 오순도순 살았던 지난 7년간이 꿈처럼 느껴졌다. 김영희를 통해서 들은 김진옥의 이야기는 더욱 놀라왔다.

김진옥은 유흥가에서 잔뼈가 굵은 여자였다 한다. 거칠고 억센 그 세계에서 기죽지 않고 40대까지 살아남은 여인이었다. 전과도 있었다. 사기 2범에다 사소한 식품위생법위반, 청소년보호법위반으로 숱하게 징역도 살고 벌금도 물었다. 그렇게 험하게 살던 김진옥은 어느 날 김영희를 찾아와 자기도 양지에서 평범하게 한 번 살고 싶다고 하면서, 요리학원도 다니고 파출부로 남의 집 살림도 하러 다니더니 어느 날 사라졌다고 한다. 웬일로 그 때 자기를 찾아왔나 했더니, 신분과 나이를 속이기 위해 자기 주민등록증을 가져가려고 그랬던 것 같다며, 언니가 보통사람이 아니니 신용카드 말고 다른 거는 무사한 지 한 번 알아보라며 귀띔을 하였다.

알아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김진옥이 남편인 박진교의 명의를 도용해 빼돌린 금액은 홈쇼핑, 현금서비스, 카드깡 등 카드를 이용한 것이 2억 4천만원, 금융기관과 이웃주민들에게 빌린 돈도 6천만원이나 되었다. 더욱이, 김진옥이 알 터가 없는 자기 명의의 종중 땅 3천평(시가 9억원)에도 금융기관과 사채업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총 6억쯤 해 먹었나 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아내는 이 사건이 터지기 얼마 전 지방에 사는 친한 친구가 죽었다며 내려 간 이후 소식이 없다. 경찰이 지명수배를 내린 지 오래지만 아직 머리카락도 발견되지 않았다. 자기는 7년간 유령과 함께 살았던 것 같다.

시부모님 잘 모시고, 남편 대접 잘하며, 아이들과 오순도순 했던 그 유령의 모습은 자기를 위장하기 위한 속임수였을까? 진심이었을까? 자기를 만났을 때부터 사기 치려고 했을까? 살다보니 돈이 많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그랬을까?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녀, 도대체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대통령 조카 행세, 국내외 VIP 맘껏 농락한 황당 사기극

2003년 6월 26일 저녁,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내에 있는 홈즈빌딩 박카스룸에선 한인이민1백주년기념행사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미문화예술교류재단의 행사준비위원장이자 대통령의 친조카라고 소개되는 노희정씨(39)는 초청된 국회의원, 백악관 관계자, 가수, 성악가등 양 국가의 정, 재, 문화계 인사들과 악수하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짙은 화장, 올림머리에 우스꽝스런 왕관, 격에 맞지 않은 붉은색 슬립 드레스를 입고, 한껏 입을 벌리고 웃으며 교양 없이 활보하고 다니는 노씨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화려하게 행사를 치렀다고 재단 이사장 서오갑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일주일 후, 서오갑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행사 때 초청한 오케스트라, 가수, 성악가의 공연비용과 식대, 대관료 기타 등등의 대금 독촉이 심한데, 돈을 쥐고 있는 대통령의 친조카 노희정과는 도통 연락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할 수 없이 사재를 털어 급한 것은 우선 처리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진정을 하였다. 오래 지나지 않아 청와대로부터 회신이 왔다. 대통령 조카 중 노희정이라는 인물은 없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망연자실한 서오갑은 다리가 풀리는 걸 느꼈다......,

그 해 봄, 굳이 따지자면 대통령의 19촌 할머니뻘쯤 되는 노희정은 임금을 배출했다고 떠들썩한 노씨 종친회에 참석하였다. 공금횡령과 사기전과가 있는 노희정으로서는 대통령 집안 사람(?)이라는 건수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종친회와 총회에 참석하여 대충 분위기를 파악한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연예기획사 대표 K를 통해 한미문화예술교류재단 이사이면서 한인이민1백주년기념행사 음악총감독을 맡고 있는 작곡가 겸 지휘자 블로르 박씨를 만났다. 노희정은 자신을 대통령의 친조카라고 소개하면서, “평소 문화예술쪽에 관심이 많다. 이 뜻 깊은 문화행사를 돕고 싶다. 나를 행사준비위원장에 앉히면, 청와대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대기업으로부터 효과적인 후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블로르를 속였다. 블로르를 통해 노희정을 소개받은 재단 이사장 서오갑은 ‘대통령의 조카가 나서주면 여러모로 득 될 게 많다’고 판단, 선뜻 행사준비위원장 자리를 내 줬다.

이름 있는 재단의 한미이민1백주년기념행사 준비위원장이란 간판을 걸고 난 뒤부터 노희정의 횡보는 거침이 없었다. 가짜 재단통장을 만든 후, 후원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전경련을 비롯한 대기업의 홍보실은 다 다녔다. 대통령의 조카라는 직함이 잘 안 통하는 데도 있었지만, 행사와 관련 있는 몇몇 업체로부터는 제법 많은 후원금을 받았다. 행사에 초청할 연예인과 문화계, 정계 인사과도 접촉하였다. 행사 사전답사를 핑계로 친구들을 데리고 환대를 받으며 미국여행을 다녀 오기도 했다.

행사일이 다 되어 가도록 후원금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해 초조했던 서오갑은 노희정을 불러 상황을 물었다. 노희정은 “요즘 기업들이 동족의식이 희박해 이 행사에 도통 관심이 없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기도 너무 답답하여 청와대에 이야기 했더니,이런 행사를 개인 재단에서 소화하기는 힘들 거라면서 물 밑에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조금 늦게 알긴 했지만 행사비는 반드시 마련해 주겠다고 했다.”면서, 자기가 행사진행비 2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지불각서를 써 주었다.

대통령 조카의 지불각서까지 받아 논 서오갑은 안심하고 행사를 진행하였다. 그동안 한 일은 별로 없지만 대통령 조카 예우 차원에서 행사의 한국측 대표로 소개하며 연설시간도 마련해 주었다.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VIP들의 박수를 받으며 뻔뻔스럽게 연설하던 노희정. 생각만 해도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행사진행비를 받을 일은 소원해 보였다. 자기가 갚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벤처캐피탈을 경영하는 M&A 부띠끄 은동호(45)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채팅으로 알게 되어, 재미삼아 몇 번 만났던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이 여인이 대통령의 조카라니! 문화사업을 한다는 이 여인은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나 볼 수 있었던 현직 국회의원, 미국 하원의원을 비롯한 정, 재, 문화계 인물들과 미 국회의사당 앞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자기에게 굴러 온 이 호박넝쿨이. 그동안 열심히 해, 돈은 많이 벌었지만, 빽 없고 가방 끈이 짧아 은근히 기죽어 살아왔는데......, 그녀가 이번에 기획하는 오페라에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계 거물급 인사 몇몇이 후원을 하는데, 그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 그녀의 제안. 천군만마를 얻은 것 처럼 든든하였다. '그래! 돈 만 있으면 뭐 하나? 인제 나도 어깨에 힘 좀 주면서 살아야지... '


백억대 피라미드식 사기의 전모 - 이자에 속고 돈에 울고

평범한 주부 회사원 이정숙씨(39세). 생각해보니, 결혼하여 10년 동안 남편과 함께 쓸 데 안 쓰고, 먹을 것 안 먹고 부지런히 모았지만 전세 평수 늘여간 것 외 해 놓은 것이 없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지만, 마흔이 다 되도록 자기 집도 한 칸 없는 자기의 처지가 너무 한심하게 생각된다.

정숙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늘 저녁,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친구들 모임에 나갔는데, 나이가 그래서 그런지 온통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 중 돈을 제법 쏠쏠히 모아 집도 마련하고 최근에 차도 바꾼 친구 제연희(39세)가 정숙에게 “우리나라에서 은행에 꼬박꼬박 저축하여 집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집값이 어디 한 두 푼이냐? 투자를 해야 한다. 재테크를 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그런 말은 많이 들었지만, 투자했다가 날리면 본전도 못 건질 거라고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10년을 꼬박 모아도 남은 게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나이니 만치 노후도 걱정해야 하고, 애들 공부 시키려면 지금처럼 해서는 대책이 안 설 것 같았다. 그래서, 재테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자기와 조용히 이야기하자고 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정숙은 곧 연희를 만났다. 연희는 자기가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설명해 주었다. 연희가 1년전 S여자대학 최고여성경영자대학원 6개월 과정에 등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승순(29세)씨를 만났다고 한다. 평범해 보이는 젊은 여자가 고급차를 타고 다니며 쓰는 품이 심상치 않아 재벌 딸쯤 되나 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재벌 딸은커녕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별 볼 일 없는 남자와 결혼하였는데, 워낙 머리가 좋고 재테크에 능해 돈을 떡 주무르듯이 주물러 자수성가한 여자였다 한다. 어떻게 돈을 만지는 지 궁금해 물어 보았더니, 은행에서 법원으로 넘어가는 아파트를 은행직원과 짜고 시세의 1/2로 사서 그 자리에서 팔면 두 배로 남기고, 투자가치가 있으면 좀 묵혔다가 팔아 3-4배의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그리고 부동산, 주식투자,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등 전방위로 투자를 하는데, 승순이 손대는 것 마다 이익이 많이 남아 단기간에 가지고 있는 부동산만 100억이 넘는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연희는 돈이 달라붙는 승순에게 자신의 돈도 좀 부풀려 달라고 맡겼고, 1년 만에 원금에 상응하는 이자를 받았다고 하였다.

승순은 계산하기 복잡하다며 억단위로만 투자를 받는데, 아무에게나 자기 이야기 하는 걸 몹시 싫어하고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도 매우 가린다고 하였다. 그래서, 모임에서 공개적으로 그 얘기를 할 수 없었고, 그 중 제일 도와주고 싶은 정숙에게 돈 좀 벌게 해 주고 싶어 이렇게 따로 불렀노라 하였다.

정숙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연희는 굳게 믿는다. 직업도 돈에 대해 잘 아는 펀드매니저인데다, 꼼꼼하고 야무지고 무엇보다 투명한 그 성격이 무척 신뢰가 가는 친구이다. 정숙은 연희와 만난 뒤 온갖 돈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남편 몰래 10년 동안 부어 온 적금에다가 친정 언니, 부모 돈 까지 보태어 겨우 1억을 만들어 연희와 함께 승순을 찾아갔다. 정말 그 많은 돈을 주무른다고 보기에는 너무 평범해 보이는 여자였다. 무척 난색을 표하더니, 재차 연희가 도와달라고 하자 마지못해 최선을 다해 보겠다며 1억을 받아 주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연희의 말대로라면 최소 500만원이상의 이자가 들어오는 날이다. 아침부터 얼마나 들어왔을까 기대감을 안고 통장확인을 했는데 들어 온 게 없었다. 이자가 들어오는 날 아침 영업시간 시작되자마자 이자가 들어 올 것이라 했는데 약간 찜찜했지만 좀 늦어질 수도 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록 이자 입금이 되지 않자 연희에게 연락하였다. 연희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라더니! 이승순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아무리 수소문해도 이승순의 행적을 알 수가 없었다. 그제야 이상한 조짐을 느낀 연희를 비롯한 S여자대학 최고여성경영자대학원과정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이 모였다. 적게는 5억 많게는 20억 정도를 투자했다가 한 순간에 날렸다고 하였다.

경찰서에 급히 신고하고, 하루하루를 넋 놓고 살고 있던 어느 날, 연희에게 전화가 왔다. 이승순이 잡혔다고 하였다. 경찰조사결과, 사기전과2범인 이승순은 치밀하게 사기범죄를 구상하고 S여자대학 최고여성경영자대학원에 등록하였다 한다. 6개월 과정인 그 대학원 수강생들은 대부분 4,50대의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들이고, 또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사람들이라 색다른 투자처로 쉽게 포섭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고 한다. 외제 차와 호화 빌라를 렌트하여 부를 과시한 뒤, 하나씩 둘씩 포섭하여 돈을 끌어들였다. 받은 돈은 한 군데도 투자하지 않고 그대로 월 5% - 8%정도 되는 이자로 지급하였고, 1년 동안 이자가 틀림없이 들어오자 예상대로 모두 연희처럼 친구, 친구의 친구, 친인척 그리고 친인척의 친구를 동원하여 투자금을 마련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이 추가로 모집하여 데려온 사람들만 100여명이 되고, 들고 튄 돈만 해도 100억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돈은 오리무중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연희는 사기범을 잡았지만 돈을 회수할 수 없다는 경찰의 말에 앞이 아득하였다. 자기도 3억을 투자했지만 이자로 거의 회수하였다. 하지만, 자기로 인해 투자했다가 다 날린 정숙과 친인척들은 어떻하냔 말이다! 정말 진심으로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한 일이건만! 사람의 진심을 이렇게 이용해 먹다니! 악랄한 피라미드식 사기! 10억이 넘는 돈을 자기가 다 갚을 수도 없고! 이 사람들과 평생 어떻게 이 사건을 풀고 지내란 말인가!
나쁜 남자의 육보시 사기극

엄한 부모님 밑에서 온실속의 화초 같이 세상 물정 모르고 곱게 자란 박순정양(18세). 이제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집안의 단속 고삐는 느슨해질 줄을 모른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친구들과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 한 번 먹어보려고 해도 어김없이 데리러 온 아버지 손에 끌려 집으로 갔다. 대학생이 되면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신입생환영회에 아버지가 찾아와 버티고 앉은 바람에 친구들에게 망신을 당했다. 생활이 이러니 변변한 친구 하나 없고, 늘 가족과 함께 놀러가거나 집에 틀어 박혀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강시간에 도서관에서 컴퓨터로 이것저것 자료를 검색하다가 호기심에 인터넷채팅을 하였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대화자는 某대기업 전략기획팀 과장 소원희라고 자신을 소개하였고, 순정도 아무 생각없이 자기는 某대학 아동학과 1학년생이라 소개하였다.

그 다음날, 원희는 순정을 찾아 왔다. 40대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배우 뺨치는 준수한 외모에 중년의 여유가 느껴지는 자상함, 그리고 과감한 씀씀이와 매너에 철없는 순정은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순정은 어느 덧 아버지의 눈을 피해 원희 아저씨와 은밀한 데이트까지 즐기게 되었다. 특히, 순정은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불교신자이면서 불교에 대해 상당한 조예가 깊은 아저씨는 순정을 절에 잘 데리고 다녔다. 이제 하루라도 아저씨를 못 보면 잠이 들지 못할 만큼 푹 빠져있던 어느 날......

아저씨가 초라한 행색으로 수염도 깍지 않고 순정을 찾아왔다. 너무 놀란 순정이 무슨 일이냐고 다그치니, 어렵게 말을 꺼내었다. 아저씨는 순정을 너무 사랑하여 결혼하려고 스님을 찾아갔었다 한다. 그런데, 스님의 말이 순정은 전생에 살생을 너무 많이 하여 죄 많은 여인이라, 업보를 다 갚기 전까지는 결혼해선 안 될 여인이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순정은 아저씨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빠져있었기 때문에 당장 어떻게 하면 업보를 갚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업보를 갚는 방법은 생각했던 것 보다 간단했다. 순정이 전생에 108명을 살생했기 때문에 108명의 남자에게 육보시를 하면 죄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순정은 아저씨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기가 자랑스러웠다. 그 다음날부터 아저씨가 마련해 준 남자와 잠자리를 하였다. 아저씨가 몇 날 몇 일 몇 시에 어느 여관 몇 호실에 가 있으라고 하면서 아저씨가 일러준 대로만 하면 되었다.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순정은 다소 역겨운 일도 있었지만 전생의 업보를 갚는 성스러운 일로만 여기고 정성을 다했다.

육보시 100명을 넘어 선 어느 날, 경찰이 순정을 찾아왔다. 경찰에게서 순정은 믿지 못할 말을 듣게 된다. 아저씨, 아니 소원희는 원조교제를 주선한 자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되어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아저씨는 순정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 대학생 유모양, 신모양도 순정에게 접근한 식으로 접근하여 화대를 챙겼는데, 유모양이 현장에서 검거되는 바람에 소원희의 정체가 밝혀졌고, 소원희가 자주 연락한 순정을 피해자로 지목하였다 한다. 소원희는 某대기업 과장까지 지낸 엘리트였으나 공금횡령으로 징역을 살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과자라고도 귀뜸해 주었다.

순정은 꿈만 같았다. 그토록 다정하고 세련되고 매너있고 자상한 아저씨가 무시무시한 범죄자라니! 아저씨를 위해서 뭐든 다 해 줄 수 있는 게 커다란 기쁨이었는데.......

아직도 얼떨떨하여 뭐가 뭔지 분간이 안 되는 순정 앞에 눈물로 일그러진 엄마, 아빠의 얼굴이 보인다. “험한 세상 안 보여주고 고이고이 키우면 될 줄 알았는데!”, “무균실에서 키웠더니 내 놓자마자 감염됐다!”며 통곡하다 기절하기를 반복하는 엄마, 아빠를 보니 그제야 울컥 가슴이 스려진다.

“나 진짜 당했구나!!!”

[타임머신] “귀하신 몸” 사기의 원조

1957년 8월.
경주의 한 다방에 이경석이 나타나 경주경찰서장 A를 호출한다.
이경석.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자유당 정권의 넘버투 이기붕의 장남인 그는 그 해 3월 이승만대통령의 양자가 됨으로써 황태자로 등극한 몸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진해별장에 왔는데, 아버지가 경주지방 수해상황을 비밀리에 시찰하고 오라고 하여 왔다고 한다.

황태자가 그런 구석탱이 지방에 왕림하셨다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 두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잃을 것이라 생각한 A는 이경석 주위에 호위경관을 배치하고, 찝차를 내 주었으며, 일류여관을 잡아 대청소와 소독까지 시키는 등 침식에도 극진한 대접을 하였다.

경주지방의 수해 시찰을 하기 위해 A서장이 내준 찝차와 호위경관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이경석은 우선 불국사 구경부터 하고 영천에 들른다. A서장에게서 먼저 연락을 받은 영천경찰서장 B가 영접을 하였고, 수해복구상황에 대한 간단한 보고를 받은 뒤 안동으로 갔다.

수해 피해가 가장 많았던 안동에서는 조흥은행 안동지점장 C까지 불러 ‘여기까지 왔는데, 수해복구를 위해 내가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다면 수재민에게 너무 면목이 없다’며 20만환을 빌려달라고 한다. 황태자가 면목이 없어진다는데 무얼 망설이겠는가? C지점장은 당장 빳빳한 천환짜리 지폐 200장을 마련해 드렸다. 그리고, 따로 여비조로 1만환을 더 주었다.

이경석은 이런 식으로 호화롭고 융숭한 영접을 받으며 경주, 영천, 안동, 봉화, 의성지방을 사흘 동안 돌아다녔다. 가는 곳 마다 경찰서장, 경무계장, 은행지점장, 군수, 군내무과장 등이 나타나 적게는 1만환 많게는 20만환까지 여비에 보태달라고 봉투를 내미는 바람에 돈도 쏠쏠히 챙겼다.

이경석이 경주근처에 나타났다는 뜻밖의 소식을 들은 경북도지사 이근식은 친히 사람을 보내 관사로 모시게 하였다. 이경석이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신발도 신는 둥 마는 둥 급하게 뛰쳐 나온 이지사는 경관을 대동하고 기세등등하게 들어서는 이경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경석을 잘 알고 있었던 이지사의 눈에는 많이 비슷하긴 했지만 진짜 이경석은 아니었던 것이다. 경찰과 관공서의 여러 핫라인을 통해 진짜 이경석은 서울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가짜 이경석을 그 자리에서 체포하였다. 가짜 이경석, 진짜로는 강성욱(가명)의 3일천하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대구의 명문 경북고등학교를 나온 수재였던 강성욱은 서울법대에 낙방하여 열등감을 갖고 재수를 하고 있던 그 해 7월, 방학을 맞아 내려온 서울법대 대학생 친구들이 대통령의 양자가 된 이경석이 서울법대에 무시험으로 편입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자기는 죽어라 공부해도 못 들어가는 서울법대를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하여 무시험으로 들어가는 현실에, 권력을 한껏 조롱하고 싶어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검찰조사에서 밝혔다고 한다.

사회에 부조리가 많을수록 범죄자들의 죄의식은 엷고 이들에 대한 세인의 비판도 관대하다. 그 당시 신문에 대서특필되어 “귀하신몸”이란 유행어까지 낳은 이 사건도 사기꾼인 강성욱의 범죄보다는 권력에 약한 공직자들의 아첨세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져 관련 공직자들의 문책이 뒤따르는 등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TV나 전화기가 한 동네에 한 집 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통신과 미디어가 부실했고, 후진국형 독재정치가 횡행하던 시절의 일이다. 그런데, 발달한 미디어를 바탕으로 비교적 정치적 선진화, 민주화, 자유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요즘에도 가끔 청와대 청소부가 인사 청탁을 받았다느니, 대통령의 사촌누이를 사칭하여 사기를 쳤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걸 보면 권력사칭형 사기사건은 시대를 막론한 고질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님과 사기꾼의 차이

“그냥 간단히 이렇게 생각하면 돼! 텔레비 있잖아. 전파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그게 있다는 건 텔레비를 보면 알잖아. 그래 안 그래? 기(氣)라는 게 그런 거야.”

인혜스님은 임정하에게 나무라듯 다그친다. 말도 못하게 속 썩이는 자식 때문에 용하다는 데는 다 찾아다닌 정하는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점 보러 가지 마라”라는 인혜스님의 책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바로 출판사에 전화해서 인혜스님 계신 곳을 물었고, 지리산 자락인 하동의 이 암자까지 찾아왔다. 찾아왔다고 해서 만나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상담료’조로 50만원을 시주해야 했고, 멀리서 찾아 왔는데도 반나절은 기다려야 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스님의 부름이 있어 갔더니 다짜고짜 “네 주위에 친정, 외가쪽에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떠도는 원귀가 5-60명은 된다.”면서, “조상을 잘 돌보아야 자식이 잘 되는 법”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자식의 이상증세의 원인을 몰라 찾아 왔는데, 한 번에 자식을 거는 게 예사 스님이 아닌 듯 하여 자리를 잡고 앉아 스님의 말을 경청했다.

인혜스님은 자기의 눈은 TV수상기와 같아서 기(氣)가 보이는데, 인혜와 남편의 조상에 대한 안이한 태도가 결국 자식에게 화로 작용했다며, 인혜부부 주위를 떠도는 원혼들을 저승에 보내기 위해 천도제를 지내야 한다고 하였다. 천도제 비용은 총 4천만원이라고 하였다. 좀 과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자식이 잘 된다면 4천만원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 같아 흔쾌히 천도제를 부탁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지리산에서 인혜스님이 천도제를 잘 지내고 있는지 아들이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아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본 남편 강신범이 의아해하자 정하는 인혜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주식투자를 크게 하는 남편은 요즘 좀 안 좋은 것 같다며, 드라이브삼아 지리산에 함께 다녀오자고 한다.

역시, 50만원을 시주하고 인혜스님을 만났더니, 이번에도 미처 앉기도 전에 “올해 돈을 많이 잃겠구먼. 통장에 발복을 해야지!”하는 것이었다. 증권계좌를 말하는 것인가 하여 앉자마자 신범은 “안 그래도 주식투자로 돈을 좀 많이 잃어 어떨는지 싶어 찾아 왔습니다.” 하니, 증권에도 기가 있다며, 그 통장에 있는 돈은 이미 자기가 발복해 놓은 K씨 통장으로 옮기고 발복하는 3개월은 주식투자를 하지 마라고 하였다. 그래서, 통장발복비 2천만원을 내고, 증권계좌에 있던 3억은 K씨 통장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정확하게 3개월 뒤 자기 계좌로 이전해 주었다.

스님의 천도제와 통장발복기도 덕분이었는지, 아들도 많이 나아졌고 주식투자로 돈도 제법 쏠쏠히 벌었다. 정하와 신범은 가을 단풍구경도 갈 겸 스님께 인사도 할 겸 해서 다시 하동을 찾았는데, 인근 음식점에서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인혜스님이 사기죄로 경찰서에 있다는 것이다.

사기, 사문서위조 등 전과 11범인 인혜는 어느 날 점을 보러 용한 무속인을 찾아 상담하다가 힌트를 얻어 도통한 스님행세로 돈을 벌기로 작심했다는 것이다. 일단, 각종 명리학, 사주학, 무속학 책을 짜깁기 하여 눈에 띄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광고하기 위해 신문에도 냈다고 한다. 같은 사기공범인 출판사 사장 공씨를 통해 자기의 연락처를 알려주게 하고, 찾아오는 사람마다, 여자인 경우는 남편과 자식문제를, 남자인 경우는 돈문제와 직장문제를 얘기하면 백발백중 넘어갔다고 한다. 만약, 자식과 남편, 돈과 직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면 곧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협박하며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는데, 1년반동안 170명한테 무려 13억5천여만원정도를 편취했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어 정하와 신범은 경찰서로 갔다. 경찰은 인혜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냐면서 피해자진술서를 쓰라고 하였다. 사실을 확인한 정하와 신범은 망설인 끝에 피해자진술서를 쓰지 않기로 했다. 5천백만원을 준 건 사실이지만, 이걸 피해액이라고 하면 아들과 증권계좌에 문제가 생길 것만 같아서였다. 망설이며 머뭇거리는 이들 부부를 보고 경찰은 “그래도 100명 중 한 명은 맞췄나 보네......” 하면서 너털웃음을 웃었다.

백만불짜리 지폐의 음모

100만불짜리 지폐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 1불짜리 지폐를 보고 100만불이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100만불짜리 지폐를 둘러싼 웃지 못할 사기사건!
한 번 들여다 볼까요?

2002년 겨울,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에 위치한 잘 나가는 벤처기업 AE VENTURES의 대표이사 안어벙씨. 쭉쭉 뻗어 오른 스타타워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있다. 창립 3년만에 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되었고, 작년에는 기술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지정될 만큼 잘나가는 회사였는데,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일시적인 자금난에 봉착한 것이다. 초기 투자자들로부터 거둔 자금은 서서히 잠식상태로 들어가고 있었다. 코스닥 상장에 자금보유력은 필수이기에 낌새를 알아 챈 투자자들로부터의 압력이 벌써부터 거세지고 있다.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기처방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결하기에는 사정이 너무 급박했다. 어제 들은 소문, 예전 같으면 듣고 흘렸을 '전직 대통령이나 과거 군사정권의 실력자들이 보관하고 있는 구권화폐를 싼 값에 사들여 되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문일까? 비상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결정 즉시 행동하는 진취적 성격인 안어벙씨는 곧 구권화폐를 구입할 계획을 세웠다. 단기 이익으로 그동안의 손실도 만회하고, 코스닥 등록도 성공리에 마칠 것이라 굳게 다짐하며 바로 명동의 사채시장에 돌진 하였다.

안어벙은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알아본 끝에 명동에서 유력한 인사로 통하는 강노금씨를 소개받았다. 강노금씨는 '누구 소개로 왔노라'는 자기를 대단치 않게 쳐다보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구권화폐를 사려면 최소한 30억이 현찰로 필요하다.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한의 횟수로 거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30억 이하의 거래는 하지 않는다.'고 칼로 무 베듯 잘라 말하였다. 현찰 30억이야 코스닥 상장을 앞둔 벤처기업사장으로서는 별 무리 없이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덜컥 겁이 나긴 하였다. 이런 안어벙의 마음을 엑스레이로 찍어 보았는지, 곧 이은 강노금의 말. "구권화폐를 구하는 기간도 있고 또 구권화폐를 다시 현금화 하는 기간도 있고 하니까 담보가 필요 하겠지요?" 하면서 "백만달러짜리 지폐 100장을 담보로 주겠소." 하면서, 1달러짜리 지폐 100장을 보여 주었다.

'1달러짜리 100장이면 달라강세라 1500원이라 쳐도 15만원? 15만원으로 30억의 담보를?' 생뚱맞은 표정을 지으며 난감해 하는 안어벙을 바라보며, 강노금은 자기도 참으로 난처하다는 듯 "참 내가 이런 말까지 해야하는 사람과 거래해야 하는 지 모르겠는데......, 1달라짜리 지폐중 일련번호가 33, 66, 99로 끝나는 것은 100만달라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알아서 하슈"하면서 말을 끝냈다. 안어벙은 어안이 벙벙하여 일단 생각해보고 연락하겠다고 하고선 부리나케 사무실을 나섰다.

안어벙은 그 길로 이미 뚫어 놓은 명동의 사채업자를 찾아다니며 넌지시 33, 66, 99로 끝나는 1달러지폐의 진실을 물어 보았다. 대부분 한다하는 사채업자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쉬쉬거리며 말하는 공개된 비밀인 것 같았다. 강노금이 제시한 33, 66, 99로 끝나는 1달라짜리 지폐는 아는 사람에게만 거래되는 100만달라짜리 지폐였던 것이다.

'아아 그거였군.' 갑자기 안어벙은 무릎을 탁 쳤다. 자기가 강노금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 방문을 나서며 007가방을 탁 닫았는데, 얼핏 푸릇푸릇한 종이가 꽉 채워져 있었던 것으로 생각났다. 둘은 영어로 주고 받았는데, ‘본드박스’가 어쩌니, ‘블루노트’가 저쩌니 하는 것이 '달라'와 관계된 엄청난 거래를 쉽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그러니, 어지간한 사채업자들도 구경하기 힘든 엄청난 지폐를 강노금은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어벙은 현찰 30억을 구해 다시 강노금의 사무실로 가서 전달해주고, 100만달라(?) 지폐 100장을 담보로 받았다. 근데, 안어벙은 강노금이 지폐를 꺼낼 때 얼핏 가방 안쪽에 CIA 마크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궁금한 것은 물어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안어벙은 강노금에게 전부터 궁금해 하던 것을 물어 보았다. 강노금은 웃으며, 사실은 자기는 지하자금을 양성화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CIA요원이며, 그 때 본 사람은 FRB(미연방준비은행) 직원인데, 세계도처에 깔려있는 미연방채권을 수집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채권이 만기가 되어 한꺼번에 돌아오면 미국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에 CIA와 FRB가 손잡고 이 채권들을 회수하고 있다 하였다.

안어벙은 자기가 강노금같은 틀림없는 거물을 알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믿으며, 자기에게 달려드는 이 막지못할 운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꼬하며 뿌듯해 하였다. 30억이 한 달뒤 200억이 된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부푼 가슴을 안고 구름을 떠다니는 듯한 한 달이 지난 뒤 안어벙은 강노금을 찾아 갔다.

그런데......
강노금의 사무실은 굳게 문이 잠겨 있었고, 빌딩 사무실에 알아보니 그 사무실은 일주일전에 내 놓았다고 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며칠을 더 기다려 보았다.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강노금은 묵묵부답이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33, 66, 99로 끝나는 1달러짜리 지폐 100장을 들고 은행을 갔다. 은행에서는 별다른 액션없이 13만원이 좀 안되는 돈으로 바꿔 주었다. 30억이 한 달 새 200억이 아니라 13만원이 된 것이다. 안어벙은 13만원을 손에 쥐고 미친듯이 고함을 쳤다. 당장은 경찰에 신고할 엄두가 안났다. 하긴,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자기가 먼저 업무상횡령죄로 잡혀들어갈 것이었다.

일주일전, 마지막으로 강노금을 보았을 때를 기억했다. 자기가 계속 사무실을 들락거리는 것이 몹시 귀찮은 듯, 강노금은 금고에서 30억을 꺼내 주며 자기가 준 100만달러짜리 지폐 100장 당장 가져오라 하였다. 하수들하고 일하려니까 피곤하다며 이제 거래는 끝이라고 하였다. 몇백억은 되 보이는 돈다발이 가득한 금고를 보고, 자기 돈 30억은 절대 떼먹지 않을 것 같았다. 30억 지키려다 200억 잃게 생겼다며 꽁지빠진 새처럼 되돌아 나왔던 게 생각난다. 주인공이 자기가 아니라 남이었으면 무지 우스운 장면일거라 생각되니 실없이 웃음이 나온다. 웃으며 울며 어깨를 들썩이며 무작정 걷기만 하는 안어벙. 어떻게 100만달러짜리 지폐가 있을 거라고 믿을 수 있었을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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