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는 정명(正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선생님은 정치를 하게 되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이름부터 바로잡겠다(正名)'라고 답합니다.
어떤 대상에 이름을 붙일 때 실제와 일치하도록 함이 바름의 시작이라는 사상을 내포한 단어죠.
마치 정당한 가격을 반으로 깎아달라고 조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비굴한 이름이 되어버린 '반값 등록금'때도 그랬습니다만,
지금 논란이 되는 민영화를 보면서도 그러합니다. 민영화는 말 자체에 일종의 가치판단이 있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영단어로 민영화는 privatization이라고 씁니다. 말 그대로 '사유화'라는 뜻입니다.
공공의, 국영의 기업이나 서비스 등을 사적인 주체에 넘긴다는 뜻이 되지요. 이 말은 정직합니다. 본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영화'라고 쓰면, 마치 나라가 부당하게 갖고 있는 것을 '민중(民)'의 손으로 되찾아서 운영하는 듯한 뉘앙스가 됩니다.
실제로는 privatization의 주체는 일반 시민, 민중(民)이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거대자본, 정치세력)이라는 본질을 교묘하게 숨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단어만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땅히 '사유화'라고 고쳐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나라가 도맡아 국민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것들,
이익추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검은 손들이 이익추구에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민영화의 실상이니 말입니다.
의료 사유화, 철도 사유화. 이게 진짜 올바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르게 바꿔 부르니 본질을 관통하는 이름이 되지 않나요?
공자님이 왜 이름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