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노트북트북으로 오유에다 글을 쓰네요.
항상 모바일로 모발모발했었는데.
어제 재미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게 생각나서 이렇게 글을 쓰네요.
음, 재미가 없을 수도 있기도 하구나.
아무튼, 들어보시죠.
어제 차를 타고 업힐 코스를 탐방갔었거든요.
이 도시에서 업힐로 나름 유명한 '구 정자 도로' 라는 곳인데, 한 번도 안가봐서.
원래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되겠지만, 현재 전 무릎 연골이 좀 안좋아서 회복 중에 있으며,
함께 탐방을 갔던 친구놈은 자전거를 부산 자취집에서 안들고 오는 바람에.
차를 타고 바람쐴 겸 갔다왔네요.
가서 바다도 좀 보고.
아무튼, 바다 보고 돌아오는 길에 구 정자 도로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자상을 구경하다가,
유니폼을 맞춰 입은 어린 라이더 두 분이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서 자기들 자전거 사진 찍는 걸 보고 말을 걸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 나이는 이제 중학교 1학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중에 한 분은 딱 클라이머 타입의 몸과 LOOK 사의 제품 명은 모르겠는데, 카본 바디에 울테 구동계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무슨 어린 선수인가, 싶었죠.
다른 한 분은 통통하고 귀여운 친구였습니다.
이야기는 대부분 클라이머 타입의 친구와 나누었네요. 말도 똑부러지게 잘 하고. 당당한 면도 있고, 멋졌어요.
처음에 뭐, 자전거 이야기를 좀 했죠.
내가 이것 저것 물으니 자전거를 타냐기에, 탄다고, 뭘 타냐기에, 비앙키, 구동계는 뭐냐기에 105라고 답했습니다.
"그럼 우리랑 같이 탈래요?" 라고 물으시기에,
"아, 전 혼자 타는 걸 좋아해요." 라고 답했죠.
나도 모르게 어린 친구에게 무슨 철벽을 치는지 완전 단호했네요. 생각해보니.
"혼자 타는 것도 좋은데, 실력이 늘려면 같이 타는 게 좋아요." 라기에 오오- 하고 감탄했네요.
"실력은 뭐, 이 친구랑 타면 그냥 늘어요." 라고 옆에 있던 친구를 가리키며 답했네요.
유니폼을 맞춰 입었길래 어디 뭐 동호회나 그런 곳 소속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고, 대회에 나갈 준비중이라고 하시더군요.
"뭐 특별히, 무슨 대회를 노리시는지?" 라고 여쭈었는데, 그 분이 제 질문을 잘못 이해해서인지,
"당연히 산악왕이죠." 라고 대답하더군요.
패기가 멋졌습니다.
솔직히 감탄했고, 부럽더군요.
구 정자 업힐도 8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 걸 보면 실력이 남다른 친구인가 싶네요.
저는 아직 안타봐서 보통 기록이 어느 정도가 되야 잘타는지 모르겠지만, 나이를 감안해보면 8분 정도는 준수한 수준이 아닐까 싶더군요.
아무튼, 헤어질 때 춥고 어두운데 조심해서 타시라, 말씀드리고 차를 타고 산을 내려왔네요.
오면서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약간 부럽다고 해야 하나.
제 친구나 저나 이제 곧 서른 셋이 되고,
로드라는 걸 타기 시작한 건 이제 1년이 좀 넘었는데,
아까 산 위에서 만난 어린 소년은 산악왕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하고,
이제 중학교 1학년생인데 로드를 앞으로 꾸준히 더 타겠죠.
그러면 저 친구가 내 나이 즈음 되면 지금의 저보다 훨씬 더 잘 탈거고, 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을 거고.
저나 제 친구가 어릴 땐 진짜, 뭔지도 잘 모르는, 사이즈도 안맞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가 뱅뱅 돌면서 자랐는데,
아까 만난 어린 라이더분은 평소에 부산이나 경주 쪽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뭐 그렇게 훈련을 하나봐요.
나도 만약 어릴 적부터 자전거에 취미가 있었다면 지금보단 더 잘 타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고.
아무튼, 코스 답사가서 어린 친구와 잠깐 나눈 대화 속에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어딘가, 흘러가버린 제 어린 시절에 대한, 물론 그땐 전혀 관심도 없었고 상황도 안되돈 시절이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쓰다 보니 어딘가 푸념글이.
죄송합니다ㅎㅎ
대신 그날 갔다가 찍은 바다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할게요-
이제 정말 좀 추워요.
언제나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함께 탔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정자 정상에 있는 사자상입니다-
다음엔 자전거로 꼭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