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 사귄지 햇수로 7년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바로 몇일전 우리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몸의 반쪽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입니다. 괴롭고 답답한 마음.. 넋두리나 해서 스스로 속을 헤집는 글을 쓰려는 것이 아닙니다. 고민이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 글을 씁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보내줍니다." 예전엔 이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한다면 어떻게든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 말을 이해하고 저도 이 말을 쓰려고 하네요. 함께이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어서, 함께하기에는 어느 한쪽의 희생이 강요되는 상황이란 것이 있더군요.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이라 주변의 지인들에게 쉽게 고민을 못털어 내고 있지만 어느정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이 공간이라면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을것 같아서 글을 씁니다.
8년전 아버지가 급작스레 돌아가시면서 큰형이 집안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상속받은 재산은 많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많은 재산을 관리하게 된 형은 경험은 없지만 하고 싶은게 많았나 봅니다. 여러가지 사업을 하였고.. 모든 사업이 아주 안됐습니다. 남의 돈 무서운줄 모르고 필요하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그 많던 부동산이 하나 둘씩 빚에 쫓겨 팔리고 경매로 날리고.. 그렇게 몇해가 지나자 저도 모르게 제가 빚쟁이가 되어 있더군요. 문제는 한심하게도 저도 저의 빚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게 됐다는 겁니다. 평생 벌어도 못갚을 빚이 제 앞으로도 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자친구와의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가 않더군요.
이 친구와 사귄지가 햇수로 7년입니다. 한참 여러 사람 만나야 할 시기에 그 동안 계속 나만 만나왔고.. 지금은 가족과도 같은 이 사람. 평생 제가 책임지고 함께해야 할 사람입니다. 이제는 혼기가 차 곧 결혼도 해야 하고 가정을 꾸려 아이의 엄마가 되어야 할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미래를 설계하고 그려보아도 저 때문에 이 사람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무식하게 어떻게 해서든 너 하나는 먹여 살릴 수 있다 그러니 함께하자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감정에 치우쳐서 뭘 해서든 꼭 행복하게 잘 살게 해주겠다 말하고 싶지않습니다.
나흘전부터 사귀고 처음으로 이 사람과 서로 연락을 안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최근의 제 모습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다가 처음으로 싸운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저의 집안 사정을 쭈욱 알고 지내온 이 사람한테 다시 한번 제 상황과 입장을 정리해 설명하고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게 제 고민입니다.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분명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이별을 한다면 그 이별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이별인지.. 제가 미래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그녀에게 보여준다면 그녀가 기뻐하며 반길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감정에 치우쳐 허황된 희망을 심어주고 싶진 않습니다.
오늘은 성탄절 이브입니다. 몇일전부터 그녀의 친구들과 제 친구들 몇몇이 모여 즐거운 성탄절 계획을 하며 설레여 하는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이 더욱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