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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그리고 삶..
게시물ID : lovestory_463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누비누
추천 : 2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9/29 23:06:20

  초등학생일적 선생님 손에 이끌려 첫 시를 지었다. 제목은 촌사람. 촌에 살던 아이가 도시를 처음 보고 느낀 감성이 재밌어서인지 그 시로 군에서 큰 상을 받았다. 그 땐 상을 받아 좋았다기 보다는 내가 쓴 시가 상을 받아 선생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이 그냥 좋았다. 그 뒤로 6년동안 문예반을 하면서 매 주 글 한편씩을 기계적으로 완성해야 하는 압박감이 커서였을까 글을 쓰는 일이 즐겁다기보다는 고통으로 느껴졌다.

 

  중학생 때, 2주 마다 한번 씩 있었던 특별활동 시간에 마치 이젠 지겹다는듯 문예반을 피해버렸다. 내 생각을 남기는 일이 그 땐 왜 그리도 싫었던지 쓰기보다는 읽는데 관심을 쏟았다. 분야를 막론하고 정말 많은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다보니 읽는 것도 기계처럼 하게되더라. 눈을 글을 보고 있고 글도 머리 속에 들어오지만 나 스스로 생각하며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빨리 읽는게 무슨 자랑인 듯 머리 속엔 남기지 않고 오로지 시간을 되풀이 해서 흘려 보내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공부 이외에 쓰고 읽는 일이 마치 사치처럼 느껴졌다. 밤에 공부를 못 하게 하니 화장실에 숨어 핸드폰 불빛으로 공부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일주일에 한 편씩 써내야만 했던 독후감이 왜 그리도 싫었을까. 책 뒤에 옮긴이의 감상평을 읽으며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해 소설을 적곤했다. 긴박하게 사느라 내 자신에 대해 되돌아 보는 시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가끔씩 차오르던 사춘기 시절의 감성을 수첩에 털어버리던 일이 전부였었다.

 

  다만 한번은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학교앞에 있던 커다란 나무를 좋아해 점심 시간이면 그 나무 밑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매주 한 명씩 전교생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에 내가 나무 밑에서 바라보던 풍경을 적어 읽었다. 사람들의 눈을 감게하고 아주 작은 발밑의 모래부터 멀리 있는 호수와 호수에 비친 산의 모습을 얘기해주었는데 다른 학생들의 발표와는 방식이 좀 달라서였는지 선생님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다.

 

  대학에 와서는 글을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일체 없었고 그냥 가끔 필요에 의해 글을 지었다. 1학년 글쓰기 수업을 A+로 마무리한건 나의 작은 자랑거리다. 학교를 다니며 좋아하던 아이에게 주려고 편지도 많이 썼었다. 쓰고도 주지 못한 편지를 가끔 읽어보며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의 조각들을 다시금 마음에 오롯이 새겨보곤 한다.

 

  요즘의 나는 정신이 없다. 차분히 앉아 읽고 생각하고 적어내고 싶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이 순간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지만 더 큰 가치를 위해 참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중이다. 그러던중 오늘 중학교 친구와 페이스북 친구가 되면서 친구가 글을 남겼다. 중학교때 국어책을 누가 훔쳐가 서럽게 울었던 나를 간혹 생각하곤 했노라고. 그 친구가 적은 글을 보며 그 시절의 나를 꺼내볼수 있어 좋았다. 어렸을 적의 나는 학업에 열정적이었는데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며 점점 더 그런 마음을 잃어버리는 듯하다. 이럴 땐 아직까지도 연구에 대한 열정이 샘솟는 우리 교수님이 참 존경스럽다.

 

  열심히 살자. 힘내서 살자. 재밌게 살자. 주변에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환영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러나 내 소신을 잃어 버리지는 말자.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내 가치를 져버리지는 말자. 내가 만족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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