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먹을게 없으므로 음습체로...
약 16년전 철원에서 군생활하던 중이었음..
우리는 포병이라 각 포대(보병으로 치면 중대급)별로 상황실이 있었고
매일 2명이 근무를 함.
짬없으면 교환병...쉽게 말해 전화오면 누군지 확인해서 행정반으로 연결해 주는...
그때 포대 교환기는 SB-993(?)이었는데 이놈은 전화 신호가 오면 눈동자 같은게 흰색으로 휘까닥 바뀌면서 삐~하는 소리가 남.
각 칸별로 전화선이 연결된 곳이 표시해둠(ex. 대대, 대공초소, 2선초소, 행정반...)
짬없던 시절 하루 종일 비가 내리다 못해 밤에도 미친듯이 쏟아지던날
고참과 야간 근무중 고참은 자고, 본인도 교환기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삐~~~'하고 전화 신호가 옴..
멍한 상태에서 교환기를 보는데
'2선초소'라 써 있었음...2선 초소는 훈련할때가 근무하는 초소...당근 아무도 없는 빈 초소..당근 평상시 구린 T-100 전화기도 없는..곳...
순간 잘못본건가 해서 정신차려보니 2선 초소가 맞았음..혹시나 하는 맘에 수화기를 꽂고 말함..
'상황실입니다...'
'치....칙치.....'
섬뜩한 생각이 들어 다시 수화기를 뽑았고..번개처서 그런가 생각했음...
근데 갑자기 더 큰 소리로 '삐!!!!'하는데 전화신호 표시기가 흰색으로 휙 바뀌는 순간 얼어버렸음...번개는 치지도 않았기때문...
'삐~~~'소리가 얼마나 큰지 잠자던 고참이 깨서 소리침
'졸았냐!! 전화 오잖아!!'하고 소리침...
난 얼은 상태에서 고개를 돌려 말함...'2선 입니다' 그 순간 소리는 뚝 끊어져 버림...
고참은 별일 아닌듯 다시 참을 청했고...
본인은 그냥 멍했었음...
하지만 짬이 없던 시절이라 고민할 겨를도 없이 잊어버린체 시간은 흘렀고
병장이 되서 맞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 상황실 근무를 나감.
그때 대공초소에서 전화 옴
'차리(옆 포대)쪽에서 남자들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함소리도 납니다'
그 얘기를 듣고 차리(옆 포대)에 전화함.
'한탁까리하나봐요. 연휴도 끝났는데 대충 합세' 하고 끊음...
잠시후 차리에서 전화 옴
'우리 대공에서는 브라보(우리)에서 남자 비명소리, 함성 같은게 난다는 데?' 라고 말함...
난 상황실을 튀어나가 그 소리를 들었음...
브라보와 차리 사이에는 작은 실개천 하나와 무덤 같은 포상(곡사포 있는 곳)만 있고 밝은 보름달에 아무것도 없었음...
결말이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