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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꺼내보는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4643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81
조회수 : 11147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4/16 14:25:58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4/16 10:41:13
게시판에서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예전 일이 생각이 납니다. 
얼마전에 친구가 얘기 해주더라구요. 이제 인터넷으로 자기가 사는 동네 성범죄자들을 전부 열람 할 수 있게 됐다구요. 가까이 사는 사람한테는 편지도 간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초등학교 일학년때 학교가는 아침길에 그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초등학교가 멀어서 늘 엄마가 데려다 주셨는데 그날만 동생이 아파서 병원을 간다고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십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제일 같아요. 그날 입은 제 옷도 기억나고 날씨도 기억납니다. 근데 왜 그 아저씨 얼굴과 차는 기억이 안나는지.... 

학교가는길에 좀 한산한 거리였습니다. 제앞에 어떤 언니가 (아가씨가)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언니가 뭔가에 놀라 길 모퉁이로 바짝부터 빠른걸음으로 걸어가는걸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보였는데 그 아저씨가 손에 무언갈 쥐고 있었는데 전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뭘 쥐고 있나보다 생각했었습니다. 그건 남자의 성기였습니다. 바지 지퍼를 연채로 그렇게 걸어 다니고 있었던거죠. 

그 아저씨가 제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아직도 계속 저를 뒤돌아보던 아가씨가 생각이 납니다. 저에게 말을거는 아저씨를 계속 뒤돌아 보았습니다. 아저씨는 저에게 아저씨를 좀 도와달라고 따라와서 니가 도와줄일이 있다고 저를 목욕탕 건물 비상구로 데려갔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아저씨의 손을 잡고 도와주겠다고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제가 그날 입었던 가장 좋아하는 미키마우스 흰색 스타킹을 벗기고 제 그곳에 그 아저씨의 성기를 가져다 댔습니다. 이부분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정말 삽입이 있었던건지 그냥 혼자 자위를 한건지 기억이 흐릿합니다.

그때 목욕을 마친듯한 다른 아저씨가 비상구에서 걸어 내려왔습니다. 저는 당시 제가 무슨일을 겪고있는지 모를정도로 어렸고 저는 그게 뭔지조차 모르지만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고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였습니다. 그 아저씨가 뭔가 사람 오는 기척에 후다닥 숨기고 제 옷은 여전히 벗겨진채였습니다. 비상구를 내려가던 아저씨도 저희를 보다가 한번 뒤돌아 다시 보고는 그냥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그뒤 아저씨는 제게 뭔가 담을것이 없냐고 그러더군요.
제가 없다고 말하자 아저씨는 제 책가방에서 노트를 꺼네 몇장을 찢어 사정한뒤 접은 다음 제 가방 앞주머니 넣어주면서 이게 엄마와 아빠가 신혼밤에 하는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엄마에게 집에가서 보여주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잘가라고 한뒤 아저씨는 코란도를 타고 가버렸습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코란도를 타는 사람을 혐오합니다. 이유없이 코란토를 타는 사람에겐 역한 감정을 느낍니다.. 

벌써 십년이 훨씬 지난 일인데 아직도 감정이 주체가 안되고 있네요. 제가 이런 얘기를 꺼내본적은 처음입니다. 남자친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식으로만 얘기했었지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못했어요. 

학교를 가던길이여서 지각했다 생각하면서 학교를 가는데 뭔가 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당시 저는 남자의 성기가 뭔지도 모르고 남녀관계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무슨일을 겪었는지도 모르는 아이였는데 기분이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인데... 그냥 눈물이 쉴세없이 터져나왔습니다. 
학교에 한참을 울면서 걸어갔습니다. 거의 일교시가 끝난 시각에 도착하니 선생님이 왜 지각했냐고 묻기에 길을 잃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일을 말 할 수 없을것만 같았어요. 그냥 제게 벌어난 일을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냥 뭔가 나쁜 기분이 드는데 나쁜 기분은 형용할수 없을정도로 거세고 마음이 아픈데 왜 그런지 남에게 말해선 안되겠다 할수없다. 그런 느낌이였어요,
눈물이 수업시간이며 쉬는시간이며 멈추지 않아 친구들이 왜 우냐고 묻자 대답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친구들이 오다가 넘어진거야? 물었을때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넘어진데가 너무 아프다고 하고 계속 울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길에 엄마가 동생을 업고 마중을 나와계셨는데 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집에 도착해서야 엄마에게 가방에 있던 그 아저씨가 접어놓은 종이를 주면서 그 아저씨가 한말을 전했습니다. 엄마는 그 얘기를 듣고 이것저것 캐물으시고는 절 목욕탕으로 데려가 계속 울면서 저를 씻기고 씻기셨습니다 . 
너무 세게 닦으셔서 엄마에게 아프다고 살살 닦아달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는 저를 씻기는 동안 계속 우셨습니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그날의 일들은 매일매일 저를 떠나지 않고 매일 밤을 악몽속에 살게 했습니다. 점점 그게 뭐였는지 내가 무슨일을 당했던건지 분명해질수록 저는 매일 그 사건에서 벗어날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알수 없는 고통입니다. 어딘가 누군가인지도 모르는 분노가 정말 미칠듯이 나서 이를 앙 다물고 울다가 화가 주체가 안되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리는게 매일밤, 십년간 지속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분노로 머리가 타버릴것만 같은 기분이였습니다. 

저를 보고 지나친 행인들에게 범인에게 그 누구보다도 제 자신에게 화가나 미쳐버릴것만 같았습니다.
또 저와 함께 상처받은 엄마역시 왜 엄마는 나를 씻겼을까,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걸까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그 남자를 찾아 내서 발기발기 피부 한올한올을 찢어 죽이는 상상을 수천번을 넘게 했습니다. 그 살인이 정당화 되는게 당연하다 여길정도로요. 너무 당연하게. 

지금은 제 스스로도 저를 탓하지 않고 지난일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이 공부를 해오고 절 타일러 왔습니다. 더이상 분노에 휩싸이지도 않고 절 주체 못할정도로 머리가 터질것 같은 기분도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저는 지금도 길을 갈때 어린아이와 같이가는 남자들을 유심히 봅니다. 친구와 약속이 있더라도 뭔가 아빠가 아닌것 같아 보이는 남자와 같이 있는 아이들은 몰래 따라가봅니다. 저와 같은 상황을 더 만들수 없어서요. 제가 그날의 행인들처럼 지나치게 된다면 제 자신을 용서할수 없을것 같아서요. 
      
성폭행 당한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는 당사자들 밖에 모릅니다. 
성범죄자들의 인권때문에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개가 짖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은 인간한테 주는 것입니다. 
성폭행 당한 게시글을 읽고 충동적으로 쓰게 되었는데 쓰면서도 아직 눈물이 멈추지 않는 일이네요.
부디 많은 분들이 성범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 주시고, 주변을 둘러봐 주셨으면 해요. 
성범죄는 절대로 합의해서는 안되는 범죄라고 생각해요. 저는 혹시나 제 어린날 묻혀버린 그 사건 때문에 또 다른 어린 아이가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그리고 지금 어린 자식을 두신 분이라면 성교육은 꼭 일찍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일 그 때 뭔지 알았더라면 그 상황을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었어요.    

저는 지금은 혼자지만 ㅋㅋ 좋은 남자도 만나 사랑도 해보고 쓰레기 같은 놈도 만나봤는데 아직도 사랑에 두려움없이 저를 맡기고 또 사랑하길 원합니다. 사춘기 시절 제 몸은 이미 더럽혀졌다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 스스로 좋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사랑을 영영 할 수 없는 것도 아니였고 세상 모든 남자가 다 그런 남자만 있는게 아니란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어린 친구들이나 제 또래의 친구분들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진짜 그런 개같은 자식들한데 이기는 방법은 스스로 그 사건을 이겨내서 나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어떤 두려움도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는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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