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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3월 17일 신흥정밀 박영진
게시물ID : sisa_4648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월차원
추천 : 8
조회수 : 5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2/16 21:46:57

1985년 겨울

재수를 마치고 고대에 합격했다. 겨울 내내 술집을 전전하다가 86학번으로 학교에 들어갔다.

첫 OT에서 조악하게 인쇄된 사람들의 시체 사진을 봤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죽은 사람들...

86년 아시안게임이 착착 준비되고 있던 그 봄... 1986년 3월 17일.

신흥정밀이라는 필기구 회사의 노동자였던 박영진은 노사분규 와중에서 회사 옥상에서 분신자살한다.

그 소식을 듣고...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된 나의 주변을 돌아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분신하고 투신하고 자살하고 있었다...

86년 6월...

교문을 경찰들이 쇠사슬고 묶고 용접기로 용접을 했다.

기약없는 휴교가 시작되었고...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7년...

그 여름 박종철이 물고문을 당해 죽었고...

우리는...

내일부터 군이 투입되서 실탄을 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방에 화염병을 담고 보도블럭을 깨서 담고 시청앞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는 종로 5가에서 멈췄고...

우리는 골목을 가로질러 끝없이 걸었다...

죽자

우리가 죽으면 우리 후배들은 잘 살수 있다

오늘 죽자

그리고... 도착한...

광화문에는...

티셔츠를 입은 우리들보다...

넥타이를 매고 흰 와이셔츠를 입은 선배들이 더 많이 모여서...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군사독재는 끝나는 듯 했으나...

삼당합당 등등 정치는 역시나 국민들의 열망을 짓밟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는 노무현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유시민과 함께하던 심재철

박종철이 죽음으로 지키려했던 선배 박종운

도시노동투쟁을 하던 김문수

그 전에 이재오

새누리당에 모여서

유신의 딸을 보위하고 있다




나는 

27년이 지난 오늘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되리란걸 알았으면

총과 폭탄을 들고 거리로 나갔을것 같다



정말 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내 아이가

안녕하지 못합니다

오늘 내가 죽어서 후배가 잘 살게 될겁니다...라고

이야기 해야 하는 세상이 다시 올줄은 몰랐다



억울하고 슬프다

그 뜨거운 87년의 여름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슬프다




지지마라

언제나 우리는 결국 이겨왔다


많이 죽고 다치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우리는 결국 이겨왔다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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