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울해하지마
늦은 밤 들어선 집에 컴퓨터 불빛 하나 엄마 하나.
구직 구인란 위에서 스크롤를 내렸다 올렸다 하는 엄마.
이제 엄만 할 줄 아는 것도 없다고,
아니 뭐든지 할 수 있는데 숨쉬듯 먹어버린 나이가 세상의 눈을 가린다고.
한숨쉬는 엄마, 너무 슬퍼하지마.
마흔 다섯 다른 어머니들은 이제 제자리 잡고 자기 인생 펼쳐가는데,
줄줄이 달린 네 남매 입에 밥 한술이라도 더 떠주기 바빠
안해본 일 없이 헤쳐온 엄마.
그래도 꿈 하나 있어 포기할 수 없다고
지친 손에 공부를 들었다 놓았다 했잖아.
엄마 미안해. 어른이 되면 엄마 이쁜 옷도 많이 사주고
따뜻한 방 안에서 원없이 공부하고 글도 쓰게 해주고 싶었는데.
내 친구들 모두가 너무 멋지다고, 부럽다고 입을모아 말하는 엄마
더 많은 세상에 자랑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어른 되는게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으면 엄마 상처를 더 일찍 보듬어 안아줄 걸 그랬어.
엄만 어떻게 어른이 됐어?
너무 이쁘고, 순하고, 곱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문학소녀였다는,
동네 머스마들은 죄다 쫓아다니고 학교에서는 1등 한 번 놓친적 없다는 엄마의
눈가의 주름살과 거칠어진 손이 내 마음을 아프게 때린다.
슬픈 눈으로 말하지 마 엄마.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지혜로운 우리 엄마.
내 마음 가득 간절히 응원하고 또 바라고 있을테니까요.
모두의 마음을 모아서 우주에 바래드릴게요.
사랑해 엄마.
누구보다도 이쁘고 자랑스러운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