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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적도없는 보험회사 상담원한테 차인얘기 ㅠㅠ (스압)
게시물ID : gomin_4650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험안들어
추천 : 2
조회수 : 33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1/05 10:02:50

얼마전에 겪은 재미있지만 황당하고 상처받은 일을 적어보려해요 ~^^

 

저도 베오베 한번 가보면 안될까요? 어ㅡㅎ헣헣


어느날 오후였어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위해서

집에 잠깐 있던 때였어요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던중에 전화가 한통 오더군요

지역번호는 02. 모르는번호였어요, 순간 직감했죠 이건 분명 나한테 뭘 팔아먹으려는 전화구나!

하지만 저는 거침없는 B형이기 때문에 큰 고민 할 필요없이 받았죠

 

 

상담원 : 안녕하세요 000고객님 인터넷으로 설문 참여해주셔서 전화드렸어요 ^^*
            이번에 좋은상품이 나와서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월 @##@$에 보장은 @#^%@#$@$ 해서 아주아주 좋은 상품이랍니다!
            고객님 나이대에 가입하시면 가격도 저렴하고 좋아요 
            실례지만 지금 하고계신 일이 어떻게 되세요!?

 

 

나: 아.. 저.. 저요? 지금 백수에요 놀아요
    (전에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다음에 갈 회사에 들어가려고 잠깐 쉬는 기간이었습니다)

 

 

상담원 : 아.. ㅋㅋㅋ 그러세요..? ㅋㅋ 사실 이 상품이 ㅋㅋ대학생분들도 가입이ㅋㅋ 가능하시고 직장인분들도ㅋ 가입이 가능하신뎈ㅋ
            무직은 가입이 안되세요 ㅋㅋㅋㅋㅎㅎ 뭐 준비하고 계신거에요? 
            (실제로 이렇게 중간중간 웃으면서 말했어요 기분나쁘게 비웃는듯한 웃음은 아니었구요 ㅎㅎ)

 

 

나 : ㅋㅋㅋ 아니요 준비하고있는게 아니라 지금 잠깐 쉬는거에요 ㅋㅋㅋ 아니 그런데 그렇게 웃으면서ㅋㅋㅋㅋ 상담해도 되는거에요?ㅋㅋ
        (이때부터 저도 빵터져서 ㅎㅎ 미친듯이 웃으면서 얘기했네요)


상담원 : ㅋㅋㅋㅋ싫어하시는 고객님들도 계신데 ㅋㅋㅋ 이게 제 스타일이랍니다 ㅋㅋ 즐겁게 일하는게 좋잖아요!!?
안타깝지만 무직이시면 가입은 어려우실것같아요 ㅋㅋㅋ

 

 

나 : 아... 그래요 ㅋㅋㅋ 그러면 나중에 전화한번 더 주실래요?ㅋㅋ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ㅋ
제가 백수가 아니게 되는날에 ㅋㅋ 가입해드릴게요 ㅋㅋㅋ 아니면 전화번호 하나 알려주실래요?ㅋㅋ거기 제번호 뜨나요?!

 

 

상담원 : ㅋㅋ 정말요? 문자로 전화번호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ㅋㅋ 하시는일 잘 되시길 바라구요 저는 @@보험에 000입니다
번호 저장하시면 카톡뜰테니까 필요하신거 있으면 말씀하시구 프로필사진 보시고 반하시면 안되요~! ㅋㅋ


기억이 정확히 다는 안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어요

잠시후에 문자가 왔더라구요

그분 개인 핸드폰 번호로 자기는 **보험에 @@@이고 080으로 시작되는 직통번호를 하나 적어줬더라구요

번호를 등록하고 카톡으로 몇마디 주고받고 프로필사진과 카카오스토리사진들도 봤어요

미인인것같더라구요 하지만 전 외모보다는 성격이나 개념같은 내적인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저는 이런 전화를 받으면 꼬투리만 잡혀봐라 가만안둔다! 라는 생각으로 받는데

이렇게 즐겁게 웃으며 통화를 했다는자체가 신기하고 좋았어요 나에게 이런면이 있다는게..

저는 평소에 차갑고 객관적인면이 강하거든요

본적도없고 단지 전화한통화했을뿐인데 자꾸 생각나더라구요


그리고 다음날...

취미가 자전거타는거라 간단하게 왕복 30KM 정도 코스로 자전거를타고 돌아오는길에 펑크가 났어요

도로가에 처량하게 앉아 펑크를 떼우고 있었죠


그때 전화가 오더라구요 어제와 같은 번호로

분명 보험가입하라고 온 전화인데 보험에 대한 얘기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얘기들을 많이 했어요

혼자 자전거타고가다 펑크떼우고있다고..

저도 상담원 해본적있는데 그쪽처럼 상담하는사람 처음봤다고 그래서 어제 너무 재미있었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날이 점점 어두워져 펑크부터 해결하고 빨리들어가야겠단생각에 내일다시 전화달라고하고 끊었어요

다음날

오후에 2시경, 6시경에 전화가 두번왔는데 못받았어요


전화를 못받고나서 그 다음날

어제 전화를 두번이나 안받았는데 내가 일부러 안받는다고 생각해서 전화 안하는건 아닐까?

받았어야했는데.. 하는생각이 들더라구요

위에 쓴것처럼 취미가 자전거라 이날엔 바닷가로 가고있었어요

왕복 70정도거리로 잡고 바닷가에 도착해서 혼자 맥주한캔하고 내가 전화를 걸어보자! 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알려준 번호로 걸었더니 안받길래 카톡을했죠~

알려준 번호로 걸었더니 안받는다고 하면서 이쪽으로 걸면 000상담원이랑 연결되는거 맞냐고 했어요

그때 카카오톡 프로필에 핸드폰 분실해서 연락처가 다 날아갔다고 써있길래 그냥 그렇게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바로 전화가 오더라구요


반가운 말투로 또 통화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디서 뭐하시냐 얼마전에 핸드폰을 잃어버렸고 고딩놈들이 훔쳐간걸 알아서 범일을 잡았다

연락처는 다 날아갔고 그래서 내가 카톡으로 말을 걸어도 누군줄 몰랐다

여기서 일하는건 어떻고 고객메모에 간단하게 적기도 한다

000고객님은 이렇게이렇게 적어놨다 이런 얘기들을 또 하기 시작했어요

주거니 받거니 얘기 하다가


제가 얘길 꺼냈어요


사실 맨처음 통화할때 너무 즐거웠다고

내가만약 잠깐 쉬는동안이 아니었고 백수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몇번씩 통화할일은 없었을텐데

이런 인연이 너무 신기하다는 말들.. 보험이라면 들어줄수있으니까

나중에 한번 만날수 있냐고 정중히 말했어요 전에 했던 통화내용들에서

경남쪽에 사는걸 알게되었고 저는 충청권이라 거리도 상당히 멀고 나이차이도 몇살 난다는걸 알았어요

저는 남자인데 저보다 연상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런 특별한 인연이 있을까 싶어 조금 용기내서 만나볼수있냐고 얘길했고

먼 거리이지만 제가 그쪽으로 가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어요

조금은 망설이면서 내일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어요

나중에 통화 시간을 보니 37분동안 통화했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


마지막통화가 될줄 그때는 몰랐는데

이번엔 처음에 보험얘기를 꺼내더라구요

하지만 전 이미 여러가지 보험이 있다고 말했고

보험은 들어줄테니 지금당장아니더라도 나중에 만나볼수있는거냐고 다시 말했죠

그렇게 말했더니 보험이 여러가지 있으면 궂이 가입하실 필요는 없다고

제 얘길 듣고 꼭 필요하신것만 가입하셨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어디에 어떤보험이 있냐고 물어보고 약관들을 잘 보시라고 그러고나서 필요한거있으면 소개해드리겠다고 말하길래

잘 기억안난다고 장난섞어서 나중에 만나서 내 보험좀 설계해달라고 얘기를하고 슬쩍 또 만나고싶다는 의사를 표현했죠

그렇게 얘길 하면서 나중에 만나줄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가 마무리 되고

전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자주 연락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어요


그리고 카카오톡으로 몇마디 던졌는데 읽기만하고 답장이 없더군요


이해를 할수가 없었어요 물론 보험가입하라고 전화는 했겠지만

단지 그 이유만이라면 그렇게 오래 통화하고 가입하겠다고 했는데도

필요없으면 가입하지않아도 된다고 말했을까 하는 생각부터 이런저런 생각이들더군요

혹시나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전화도 한번 해보고 카톡도 날리고 했는데 수신거부한것같더군요

문자로 이유나 좀 알려달라고 남겨놨더니

전화가 왔어요


모르는번호로

남자친구래요

여자친구한테 찝적대는 놈 쫒아내려고 전화한 사람 치곤 목소리가 너무 차분하고 안정되있더라구요

진짜 남자친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듣는순간 짜증이나서 알았으니까 끊으라고 하고 끊어버렸어요

전화만 몇번 한 사이인데
그 여자에 대해서 제가 뭘 알겠어요 그냥 어디 보험회사에 다니고 나이는 20대후반이고
내가 가기에 엄청 멀리 살고있다는것 정도..

하지만 자세히 아는게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자는 얘기를 꺼내기까지는 그 몇통의 전화에서 어느정도 마음이 통했고

너무나도 희귀한 인연때문인데 이런 황당한 일을 당했다는게 조금은 서럽네요

그냥 처음부터 남자친구가 있으니까 보험이나 가입해달라고 했으면 아무렇지 않았을텐데

농락당한기분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네요

 

 

그리고 혹시나 저랑 통화한 그 상담원분이 보고있다면 하고싶은말이있어요

 

 

나는 당신이 어떤사람인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몇번의 통화에서 당신이 정말 밝고 긍정적이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과

이런 사람과 알고 지낸다면 즐거운 날들이 많아질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착각이었나보죠 뭐 어쩌면 그냥 보험이나 가입하라고 열심히 친한척 한걸수도있겠지만

허무하고 농락당한듯한 기분은 어쩔수가 없네요

저보다 힘들게 산사람들이야 많이 있겠지만

저도 꽤 힘들게 살아왔고 그래서 더욱 앞으로 더 잘살고싶은 마음이 강해요

덕분에 역시 드라마같은일은 없구나 라는걸 깨달았고

그냥 생각하고 있는 공부나 열심히 하고 언젠가 나타날 현실적인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여기까지 한심한 멍청이의 한심한 푸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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