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여러분
그냥 오늘, 아니 예전부터 쭈욱 저의 짝사랑이 진짜 비참한것 같아서
한탄할 곳을 찾다가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되었네요.
그냥 너무 답답해서 쓰는 긴 글이 될테니... 안 읽어주셔도 됩니다. 그냥 누군가가 읽어줬단 사실만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을것 같으니.
그리고 언젠간 희석될 제 이런 아픈 추억을 어딘가엔 남겨서 '그땐 그랬지' 라고 회상하기 위해 씁니다.
시작은 8년 전이었죠.
에너지 넘치며 웃는게 이쁘고 재잘재잘 거리는 잡담을 즐겨하던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너무나 순수했죠. 당시 그녀는 20대 중반이었는데 저 나이때도 저런 순수함을 간직하는게 가능한건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당시 4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우리는 대학교 졸업을 해서 헤어지게 되었죠.
전 그냥 속마음이나 털어놓자 하는 심정으로 제 속마음을 말했고,
(사귀자는 말은 안 했어요. 그냥 좋아한다, 이것만 말했어요. 사귀자는 말은 안 하는게 그나마 최소한의 예의고, 어차피 될거란 기대도 안 했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친한 오빠 동생 사이에서 완벽한 남남이 되었습니다.
그 후 2년이란 세월이 지나 그냥 가슴아픈 추억으로 남겨질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동창들 몇 명끼리 날잡고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그 인원 안에는 그 여자애도 있었죠. 하지만 전 2년이란 세월 동안 그 애를 제 마음속에서 지우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여
걱정없이, 그냥 만나면 미소지으며 웃을 수 있을거란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만났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감은 자만이었음을 깨닳았죠.
보자마자 다시 제 가슴이 두근두근 뛰더군요. 그래요, 사실 자만인걸 어렷품이 알고 있었습니다. 불과 4개월 전에 친구들과 술 진탕 마시고
필름 끊길듯 말듯한 상태에서 버스타다가 겨우 정신 차려서 내린 장소가 제가 그 애한테 2년 전 속마음을 전했던
그 공원 그 벤치 앞이었거든요. 때마침 내리던 가랑비 따윈 상관없이 멍하니 그 벤치에 홀로 앉아 그 애를 추억했었는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 애를 다시 만나는 모임에 갔을까요?
그리고 그 모임은 1회로 끝나지 않고 상당히 자주, 그러니까 2주일에 한 번 꼴로 모였습니다.
그래서 그 애에 대한 마음은 또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갔죠.
그리고 여러번 갖게 되는 술자리에서, 3명이서만 만나던 그 날, 진실게임을 하면서
그 애가 자신의 첫경험이 지금 7년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사귄지 3년만에 했다 라는 말까지 하는데
정말... 너무 비참하더군요. 제 3년간의 짝사랑이 건네는 첫경험의 추억이란.
하지만 그래도 뭐가 좋다고 계속 그 앨 만나러 그 모임에 참석했어요. 어느새 그 애랑도 허심탄회 얘기하고
웃으며 얘기하고 장난치며 얘기하고 진솔한 얘기도 할 수 있게 되었죠. 정말 즐거웠어요. 반 년뒤 그 애가 자기 남자친구랑
결혼한다는 말 하기 전까지. 그렇게 전 그 애에 대한 짝사랑의 마음과 그 애가 결혼한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지쳐서
그 모임에서 그냥 나왔습니다. 걔랑도 연락을 끊었죠.
그리고 1년 뒤, 그 애의 결혼식장에 갔습니다. 청첩장도 못 받은 체로. 그냥 1년 전 그 애가 식 잡은 날짜만 기억해서
그 전날 지인한테 물어봐서 그 애의 결혼식에 갔습니다. 참 웃기죠.
청첩장도 안 준 4년 짝사랑녀의 결혼식장에 가는게. 하지만... 그때가 그 애의 가장 행복하고 예쁜 표정을 볼 수 있는 날이라
생각하여 갔습니다. 좀... 늦게 갔죠. 결혼하는 그 애의 모습을 맨 정신으론 차마 오래 못 볼것 같았거든요.
도착한뒤 화장실에서 머리를 정돈하는데... 그 애를 향한 신랑의 축가가 울려퍼지더군요.
순간 모든 의욕이 상실되어 바람을 쐬러 나갔습니다. 그리고 정신 추스린 뒤 다시 식장에 올라갔을때
식은 이미 다 끝나고 폐백장으로 이동하는 그녀가 보았죠. 눈이 마주쳤습니다. 전 사실 솔직히 그 애가 절 보면
기뻐하거나 당황할 줄 알았어요. 어찌되었든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온 것일테니까요.
하지만.. 그냥 살짝 목례하고 지나치더군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사무실 복도에서 얼굴만 아는 타부서 팀원 마주쳤을 때 인사하는 정도로.
그렇게 전 다시 비참해진 기분을 끌어안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4년동안 다시 연락도 안 하고 지내게 되는데, 다시 대학교 모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얼굴 좀 보고 지내자고.
4년... 참으로 길면 길다고 할 시간이죠. 그땐 확실했습니다. 더 이상 그녀 생각에 가슴이 아프지도, 아리지도 않고
그저 씁쓸한 미소 지을 추억정도로만 지웠다는걸. 전 정말 그 애를 다 있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금년이네요.
그 애 딸이 참 예뻐요. 어릴때 그녀를 많이 닮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여전히 그 애도, 제가 좋아했을 당시 그 모습 그대로, 그 성격 그대로 저를 맞이해주네요.
4년이란 세월.. 짧더군요. 그녀를 아직 못 다 지웠을만큼.
돌아오는 길에 창피하지만 울었습니다.
아직.. 많이 아프네요.
어느샌가 그 애를 다시 볼 수 있는 다음 모임이 기다려지네요.
이미 유부녀인 그 애가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도 답답한 이 마음을 아무한테도 못 털어놓겠어요.
유부녀를 좋아한다는건 제가 생각해도 이해받기 힘들 행동이니까요.
털어놓지도 못하고, 8년동안 가슴앓이하는 제 짝사랑이 너무 비참해요.
꿈에서 제가 죽는 꿈을 꿨는데 꿈 속이지만 '그래, 그냥 이렇게라도 편해지는것도 괜찮겠다' 라고
모든것을 체념했었던 제가 너무 불쌍해요.
동시에 저한테 부부관계에 대해서 상담하는 그 애 때문에 너무 가슴이 아파요.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제 가슴을 너무 아프게 하네요.
힘들다는 말이 왜 이렇게 눈물이 나게 하는걸까요.
하지만 그 애는 이혼같은건 생각도 안 할테죠.
그 애는 착한 애니까.
그리고... 그 애의 남편 또 한 착한 사람인걸 알고 있으니까.
어찌되었든 둘이 힘을 합쳐 어떤 위기든 극복할 그런 사이인걸 아니까.
그냥, 결혼하기 전 모임에서 그 애랑 어쩌다 둘이 되었을 때 차 안에서
보았던 함박눈이 평생 살면서 봤던 눈 중에서 가장 예뻤다는 그 애의 말이 제 가슴에 아리게 남아
이번 겨울에 같이 함박눈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직까지 모임에 참석하며 버티고 있어요.
너무 힘드네요.
너무 비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