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맨 영화를 참 느즈막히 보았네요.
친절한 영화가 아님은 확실한 것 같네요. 모호하고 상징적인 요소도 많은 것 같구요.
나름 들었던 생각만 간단히 써봅니다.
1. 김치 논란
꽃 배달을 부탁받은 엠마스톤이 꽃에서 (역겨운) 김치 냄새가 난다고 해서 잠시 논란이 있었던 걸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걸 보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참 외국인에 대해 약해지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88 올림픽 때였나요? 올림픽 전 외국인들에게 부끄럽다는 이유로 보신탕 집, 즉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면서 치워버리기도 하고
요즘에도 한국 오는 외국인들에게 하는 질문이 '두유 노우 킴치? 두유 노우 싸이? 함께 해요 아이 러브 코리아'
저도 뭐 예외는 아닐 겁니다.
솔직히 고백컨데, 차량이 거의 없는 도로에서 간혹 무단횡단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주위에 유치원생 등 아이가 있는 가, 그리고 외국인이 있는가에 따라 이를 삼가기도 합니다.
유치원생 아이라면, 그래도 아이에게는 조금이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알량한 생각이 있고
외국인이라면 아무튼 간의 조국의 부끄러운 모습을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이런 사고의 기저에 깔려있는, 어쩌면 알량한 자존감의 부재와 약간의 사대주의 사상의 잔재(?) 때문인 지
애꿏은 엠마스톤이 욕을 먹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되돌아 생각하면 식당에서나 김치 냄새가 향긋하고 식욕을 당기게 할 것이지
꽃에서 김치 냄새가 난다고 하면, 저라도 싫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외국에 대해 자랑스레 말 할 것이 별로 없기에 이런 현상이 나오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감히 우리나라의 유구한 전통인 김치를 욕해?'
김치가 우리 나라 조상의 얼이 담긴 소중한 음식이긴 하지만, 뭐 저런 표현도 불가할 신성불가침적 존재는...아니겠지요.
언제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에 대해, 굳이 두유 노우~ 를 남발하지 않고도 당당할 날이 언젠간 오겠지요.
2. 주인공은 자살한 걸까요?
마지막 즈음에 주인공은 모형이 아닌 진짜 총으로 자살을 기도합니다.
다만 미수로 그치고 코를 잃고 가짜 코를 답니다.
재밌게도 한국에서도 매부리코 라는 말이 있 듯이, 외국에서 beak는 새의 부리를 뜻하기도 하지만 그 처럼 크고 뾰족한 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버드맨 분장도 코의 부분에 가면의 부리가 위치하고 있지요.
그래서 코를 날려버린 것 = 버드맨의 잔재를 날려버린 것, 이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첫 장면에서 주인공은 공중에 떠 있었고, 극 중 후반에는 아예 하늘을 날아다니며 극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후 바로 택시 기사가 요금을 주지 않았다며 극장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면
실제로 그에게 '버드맨의 능력'이 있었는 지는 의문입니다.
의문이라 표현하는 건, 그 전 까지는 확실히 아니고 단지 그의 환각, 혹은 착각 정도라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엠마스톤이 바닥을 보았다가 다시 하늘을 보며 웃는 모습에
'진짜 하늘을 날았나?'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의문이라 썼습니다.
과연 정말 그는 하늘을 날았을 까요?
그게 아니라면 왜 엠마 스톤은 (작 중 표현을 보면 다른 곳에 나간 것 같지는 않고 창문을 통해 나갔으리라 추측되는 주인공의 모습)
웃었을 까요?
날지 못하고 추락하여 어쩌면 차디찬 바닥에 누워 명을 달리 했을 아버지의 모습에
'아, 드디어 아버지가 그 오랜 고난과 자기 경멸 등을 떨쳐버리고 (비록 죽어서라도) 자유로워 졌겠구나' 하고 웃은 걸까요?
이렇게 표현하니까 엠마 스톤이 좀 싸이코 -_-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확실하게 정해준 결말이 아니라, 보고 나서도 후련함이 남지 않아서 글을 작성해 봅니다.
나름대로 생각해 볼만한 영화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