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애니메이션, 만화, 드라마를 봤습니다.
그 중에서, 정말 멋진 부모, 감동적인 부모 캐릭터를 꼽아보라고 하면.
그 중에 반드시 들어가는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용자왕 가오가이가" 에 나오는 아마미 이사무, 아마미 아이 부부입니다.
용자왕 가오가이가 의 주인공 중 하나인 아마미 마모루는, 실제로는 멀고 먼 삼중련 태양계 녹색 별에서 온 "이성인" 입니다.
이는 슈퍼맨 시리즈에서 칼-엘이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에 의해 거둬져 키워진 것에서 모티브를 갖고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결정적인 차이는, "활약하는 연령대" 가 겨우 10살도 되지 않은 시기에 시작된다는 겁니다.
이제 겨우 8살에서 9살이 되는 시점에서, 마모루는 지금까지 키워준 부모님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지구인조차 아니었다는 진실을 알고 절규합니다.
僕のお父さんは天海勇。
아빠 이름은 아마미 이사무!!!
お母さんは天海愛。
엄마 이름은 아마미 아이!!!
僕は。。。僕は。地球人の天海護だー!
나는... 나는... 지구인 아마미 마모루!!!
이제 겨우 9살이 되는 아이에게는 너무 잔혹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이 그러하듯. 그런 내적인 고뇌를 짓밟는 것처럼, 계속해서 일이 터집니다.
"가족" 이라는 쉼터에서도 조금씩 눈치가 보기 시작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게 되어가는데...
결국 마모루는 먼저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僕、本当はお父さんとお母さんの子どもじゃないんだよね?
있잖아요. 나, 사실은 아빠 엄마의 진짜 아들이 아닌 거죠?
언제 봐도 가슴이 쓰라리는 장면입니다.
겨우 9살 아이가 이런 말을 꺼내기 위해서 얼마나 마음 아파했을까요.
하지만, 이 다음 장면에서 아마미 부부의 반응이 그 모든 아픔을 씻겨줍니다.
아마미 아이
護ちゃん、あなたは間違いなくママとパパの子どもよ。
마모루는 틀림없이 엄마랑 아빠의 아이란다.
아마미 이사무
そうさ。ただ、ちょっと授かり方が他の子と違っただけさ。
그럼그럼. 그저, 다른 아이들하고는. 엄마 아빠 곁으로 오기까지가 조금 다른 것 뿐이지.
人はそれぞれ自分にとって大切なものがある。
누구나 소중한 무언가를 하나쯤은 품고 있기 마련이란다.
それを守れる人間になって欲しい。
그걸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줬으면...
そう願って父さんはお前に護るという名前を付けたんだよ。
그런 의미에서 아빠는, 니 이름을 마모루 (보호할 護) 라고 지었단다.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 여러가지 의미로 충격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나는 과연 이런 상황일 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안 되겠네..." 라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아빠라고 불러도 되냐는 아이들을 다독이면서도, 저 비슷한 말을 했던 적이 없지는 않습니다.
과연 진심으로 말한 것이겠냐고 하면, 스스로도 망설여집니다.
그저 그 자리를 면하기 위해서 둘러댄 말일 뿐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거든요.
그리고, 친혈육은 아니라고 하더라. 아마미 부부는 그들의 아이 마모루를 정말 잘 키워냈다는 게 즉각 증명됩니다.
아무리 강대한 힘을 가졌다 한들, 9살 아이는 결국 9살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아빠는...!!! 엄마는!!!" 이러면서 울먹이는 게 당연한 거죠.
그런 아이가 , 소꿉친구를 인질로 삼고 버티는 거대한 로봇 앞에 나서서 이렇게 외치는 겁니다.
宇宙人なんて嫌いって言われても構わない。
우주인 이라서 미움받는다 해도 상관없어.
僕は、僕は華ちゃんを守るんだ!
나는... 나는 하나를 지킬 거야!
영상을 보면 아실 수 있겠지만, 겁나 큽니다.
사실상 초고층 빌딩이 쿵쿵 걸어오는 거나 다름없는 크기입니다. (작중에서 실제로 방송국 건물이...)
아무리, 정말 친한 소꿉친구가 인질로 묶여있다 한들 말이죠.
게다가 얼마 전, 정체까지 들켜버린 상황입니다.
링크에 띄워둔 40화에서 정체를 들키고, 44화에서는 아예 "우주인이지?" 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임에도, "미움 받아도 상관없어." 라고 단언하고.
"그래도 나는 (내게 있어 소중한 사람인) 하나를 지켜야 해!!!" 라고 나서는 아이로 성장한 겁니다.
미친 짓은 맞을 겁니다.
하지만, 인생에 정말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나서는 상황이라면, 저런 미친 짓을 벌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나설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낸 것이라면, 자식농사 나름 대박쳤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마치...
사실상 절대적인 신에 가까운 힘을 갖고 있지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개인이길 포기한" 슈퍼맨을 길러낸 켄트 부부처럼 말입니다.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으나, 왕따를 당하고 괴롭힘을 당해도 절대 보복해서는 안 되는 것을 어떻게든 시간을 들여가며 납득하게 해주고.
스스로의 힘을 자각했을 때, 세상에서 쏟아지는 무한한 신호에 미쳐버릴 것 같이 괴로워하는 클라크에게 "그럼 조금씩 작게 만들어보자꾸나" 라고 도닥여가며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었던.
그런 부모 말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부모가 자녀에게 저런 부분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힘이 있다고 해서 짓밟아도 되는 것이 아니며, 힘이 있다고 마음대로 휘둘러서 되는 것도 아니며
힘이 모자랄 수 있다 한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며.
그 모든 것을 고뇌하고, 생각하고, 스스로 도덕적인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마모루 같은, 슈퍼맨 같은.
그런 초능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정치, 경제의 힘을 쥐게 되는 사람이 되는 건 가능하잖습니까.
그때 그 힘을 마음대로 휘둘러버리면, 그 자녀는 그 부모에게는 자녀일지언정.
다른 사람들에게는 "빌런" 일 뿐이잖습니까.
빌런으로 키울지.
영웅으로 키울지.
용자왕 가오가이가는.
...그런 의미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