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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귀신 - 쌍두귀(雙頭鬼) -
게시물ID : panic_465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17
조회수 : 370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4/28 13:33:07
개요
쌍두귀(雙頭鬼)는 ‘신막정’이란 이름을 가진 서울 사람의 집에 붙어사는 집 귀신이다. 그 형상은 두 개의 머리, 네 개의 눈, 축 처진 입술, 찌그러진 코, 붉게 충혈 된 눈, 높이 솟은 뿔 등을 하고 있어 흉측하기가 이를 데 없다. 신막정은 도사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쌍두귀에게 들쥐를 먹게 하여 쫓아낼 수 있었다. 쌍두귀는 집주인 부부의 잠자리에서 시끄러운 웃음을 웃거나 먹을거리를 끊임없이 요청하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심술을 부린다. 쌍두귀는 사람 곁에 머물기를 좋아하고 먹는 것을 몹시 밝히며 ‘들쥐 고기’와 같은 음식으로 퇴치된다는 점에서 도깨비와 유사한 특징을 지닌다.
원텍스트 요약
신막정이라는 사람이 한양의 소공주동에 새로 집을 장만해서 이사하게 되었다. 그 집에는 형체를 알 수 없고 목소리만 들리는 귀신이 있어서 신막정을 자신의 주인으로 섬겼다. 그러나 늘 먹을 것을 요구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여러 가지 괴상한 짓을 했다. 신막정 부부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려하자 귀신도 함께 따라가겠다고 했다. 어느 날 신막정이 귀신에게 형체를 보여 달라고 하자 귀신은 두 개의 머리, 네 개의 눈, 높이 솟은 뿔, 일그러진 코와 입술을 한 모습을 드러냈다. 신막정은 두려워 도사에게 조언을 구해 들쥐고기를 귀신에게 먹였더니 귀신은 울면서 떠나가 버렸다. 
출처 :《어우야담》 권1
설화 분석 및 상징적 의미
쌍두귀는 ‘신막정(申莫定)’이라는 이름의 사람 집에 사는 머리를 둘 가진 귀신으로, 이 내용은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실려 있다. 《어우야담》은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野談集)으로, 인륜 ․ 종교 ․ 학문 ․ 예술 ․ 사회제도 ․ 풍속 ․ 천체만물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류를 이루고 있는 주제는 다양한 신분의 인물과 관련한 일화이다. 쌍두귀는 이런 점에서 ‘신막정’이란 사람에 관한 일화에 등장하는 집 귀신인 셈이다.

쌍두귀는 들쥐고기를 먹으면 죽는 특징이 있으며, 집에 머물러 사는 집 귀신의 일종이다. 우리나라 설화에서는 이처럼 귀신이 붙어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흉가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전하는데, 흉가 관련 설화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①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깃들어져 있는 집에 우연히 손님이 찾아와 귀신의 한을 풀어주었다는 이야기 
이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이야기가 밀양부사의 딸 아랑에 관한 설화이다. 밀양 관사에는 아전의 손에 억울하게 죽은 아랑처녀의 원귀가 밤마다 나타났고, 이로 인해 새로 부임해 오는 부사들이 놀라 죽게 된다. 그러나 밀양부사를 자청한 한 선비에 의해 아랑처녀의 원한이 풀어지게 된다. 이 설화는 《청구야담》을 비롯한 여러 야담집에 수록되어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유형에 속하는 설화들은 주로 억울한 원혼의 한을 풀어주는 해결자의 비범함을 강조하는 데에 그 초점이 있다. 또 원귀들이 대부분 억울하게 죽은 ‘처녀’로 등장하기 때문에 피를 흘리거나 소복을 입고 있는 등의 끔찍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예를 들어 《명엽지해(蓂葉志諧)》에 실린 조광원(曺光遠, 1492-1573)이 만난 여자 귀신에 관한 이야기에는 ‘들보에서 판자 뜯기는 소리가 나더니 사람의 팔, 허리, 머리가 차례로 떨어져 하나로 합쳐지더니 하얀 피부의 여인이 온 몸에 피를 흘리며 나타났다’고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귀신설화는 이런 유형이 주류를 형성할 만큼 이와 관련한 전승과 기록이 풍부하다. 이는 공포감을 야기하는 귀신설화 특유의 끔찍한 묘사와 귀신 가운데서도 처녀 귀신을 가장 무서운 존재로 간주해왔던 민간 신앙적 믿음이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② 사람의 손때가 묻거나 오래된 물건 - 빗자루, 절구공이, 촛대, 열쇠, 엽전 등과 같은 사물 - 에 잡귀가 붙어서 된 귀신이 집안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이야기
이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설화가 ‘자물쇠 귀신’과 ‘황금귀’이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두 귀신에 대한 다른 개별항목의 설명을 참조해볼 만 하다. 
③ 어떤 집에 정체 모를 귀신이나 요물이 나타나 사람을 괴롭혀서 죽게 만들거나 이사하게 만드는 이야기
이런 유형의 집 귀신은 특별한 이유나 원인 없이 출몰해 사람을 괴롭히거나 내쫓고, 심지어 병에 걸려 죽게 만든다. 집 귀신의 모습은 “사람 목소리로만 출현하는 경우”, “9척 장신에 긴 목을 가진 귀매”, “팔다리만 보이는 귀매”, “잡귀와 붉은 눈의 개를 거느린 관리복장의 귀매”, “긴 푸른 털로만 나타나는 귀매” 등 실로 다양하다. 물론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눈, 뿔과 뭉그러진 코와 입술을 지닌 쌍두귀도 여기에 추가될 수 있는데, 이는 집 귀신 가운데서 가장 특이한 외형을 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집 귀신이 인간에게 부리는 행패는 종류는 매우 기괴하면서도 다양하다. 계집종을 임신시키거나 솥단지 안에 똥을 가득 담아 놓고, 밭의 채소를 거꾸로 심어 놓기도 한다. 낟가리에 불을 일으키기도 하고, 집안사람을 홀려 어디론가 끌고 가기도 하며, 집안에 시(詩)나 글귀를 적어 놓기도 하고, 심한 경우 집안사람 모두를 병들어 죽게 만들기도 한다.

①과 ②유형의 설화에 등장하는 집 귀신은 자신의 요구가 성취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그 부탁을 들어준 인물은 높은 벼슬을 얻거나 부자가 된다. 그러나 쌍두귀와 같이 ③유형에 속하는 집 귀신은 그 모습을 종잡을 수 없고, 출현 이유도 불분명해 퇴치가 힘들다. 따라서 ③유형 설화의 결말은 대부분 집주인이 집을 버리고 떠나거나 집안 식구가 모두 원인불명의 병으로 죽어 흉가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유명한 술사 또는 퇴마사인 ‘황철’ 같은 사람이 집 귀신을 물리쳤다는 이야기, 또는 ‘쌍두귀’에서처럼 들쥐고기를 먹여 집 귀신을 퇴치했다는 내용이 일부 야담집에 전하기도 한다. 
‘쌍두귀’의 사례처럼 집 귀신 퇴치 방법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예는 《학산한언(鶴山閑言)》에 담긴 다음과 같은 내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선조 때 ‘허우(許雨)’라는 사람의 집에 형체는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리는 두 귀매가 나타났다. 귀매들은 종들이 허우를 속인 일을 다 고하고, 허우가 잠자리에 들면 그 곁에서 손뼉을 치며 웃기도 했다. 부적이나 굿으로도 귀매를 쫓을 수 없자 허우는 귀매에게 무엇을 무서워하는가를 물었다. 귀매는 구운 박쥐고기와 물에 말은 밥이 제일 무섭다고 대답했다. 허우가 이것을 준비해서 천장에 올려 두었더니 이후로는 귀매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서 집 귀신을 쫓아내는데 사용된 것은 “구운 박쥐고기”와 “물에 말은 밥”이다. 이 가운데 구운 박쥐고기는 쌍두귀에 등장하는 “구운 들쥐고기”와 동원된 방법이 흡사하다. 박쥐 또는 들쥐가 집 귀신 퇴치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예로부터 ‘쥐’가 “지혜와 변신에 능통한 동물”로 간주되어 왔던 우리의 전통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창조신화의 일종인 《창세가》에서 쥐는 인류에게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주는 지혜롭고 신성한 동물로 등장한다. 반면, 소설 《옹고집전》이나 〈쥐서방〉 설화에서 ‘쥐’는 사람의 손톱을 먹고 그 사람으로 변신해 인간 행세를 하는 사악한 동물로 등장한다. 또 생태학적으로 ‘쥐’는 어두운 곳에 살며 곡식을 축내고 인간에게 병을 옮겨주는 해로운 동물이기도 하다. 
집 귀신을 퇴치하는 ‘쥐’는 쥐가 지닌 이러한 양면성 가운데 후자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쥐가 인간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집 귀신을 쥐의 화신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 기거하면서 사람에게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서 ‘쥐’와 ‘집 귀신’은 유사한 일면이 있다. 따라서 신막정과 허우의 집에 나타난 귀신을 들쥐와 박쥐 고기로 퇴치했다는 것은 ‘쥐(집 귀신)’가 지닌 사악함과 해악함을 불사르는 의식을 통해, 집 귀신을 내쫓는 모의적 의례를 행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문헌
《어우야담(於于野譚)》 권1
김귀웅 〈민담을 통한 한국인의 종교심성 연구〉 카톨릭대학교 석사 학위논문 1995.
김연신 〈한국귀신설화연구〉 경남대학교 석사 학위논문 2001.
김현룡 《한국문헌설화》5 건국대 출판부 2000.
임동권 〈귀신론〉 《어문논집》10 1975.

내용 출처 : Kocca 문화콘텐츠닷컴
이미지 출처 : 이글루스 - 이선생의 신화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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