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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시위 후기... 스압?
게시물ID : sisa_4658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지
추천 : 7
조회수 : 32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17 19:59:02


이런 거 써도 되나여..........
안 되면 말해주세요.
바로 지우겠습니다.







요 며칠 고민고민하다가 시내로 나가서
화이트 보드에 문구 쓰고 한 시간 정도 들고 있었어요.
날씨도 추운 편 아니었고 보드가 무겁지도 않아서
하는 동안 손이 조금 시릴 뿐(보드 둘레가 철이어서ㅠㅠ)
무리 없었..... 는 줄 알았더니 끝나고 나서 집에 돌아오니까 척추에 통증이...ㅠㅠㅠ
아 척추야 아프지마 내 척추....ㅠㅠ 으흥헝헠ㅠㅠ


작년에 샀지만 한자 몇 자 적어놓고 방치해뒀던 화이트 보드에
언제 샀는지도 까마득한, 화이트 보드보다는 오래 전에 산 보드 마카를 들고
무슨 문구를 써야 할까.. 뭘 써야 사람들에게 내 뜻을 전할 수 있을까.. 하다가
주저주저하며 몇 자 적었어요. 마카가 굵은 게 아니라서 글씨에 덧칠도 하고 그림도 그렸어요.
하기로 마음 먹고도 망설이면서 적고 있는데
이걸 진짜로 해도 될까, 사람들 별로 없을지도 모르고 누군가가 와서 조롱을 하거나 시비를 걸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용기를 내고 그거 들고 시내 쪽으로 갔어요.


일인시위는 신고 안 해도 되고 명예훼손이나 영업방해가 아니면 자유라대요?
그래서 처음에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관심을 안 줘서, 병원 앞에 가 섰어요.

별로 춥진 않았지만 보드 주위가 철이라 차가웠거든요?
손은 차갑지 사람들이 나한테는 거의 눈길도 안 주고 훽 훽 지나치시길래 
목소리는 못 내겠고 아.. 제발 관심 좀 주세여..ㅠㅠ 하는데
중학생 쯤 되어보이는 어떤 여자아이가 친구하고 걸어가다가

"멋지다..." 하더니 저한테 붕어빵을 나눠줬어요ㅠㅠㅠ

크림 붕어빵...!!!
저 크림 붕어빵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근데 그거 받자마자 크림 붕어빵이 정말 따뜻하고 부드럽고....ㅠㅠㅠ
바로 먹지는 못하고 조금 들고 있다가 한 입 베어물었는데
너무 맛있고 그 학생 마음이 고마워서 울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설마 제가 울 줄은 몰랐어요.....
난 내 뜻 전하러 나간거지 울러 나간 게 아니었는데,
그거 깨물자마자 눈물이 확 고이더니 주룩주룩 흐르더라고요...ㅠㅠㅠ
그 학생 나중에 좋은 사람이 될 거예요. 확신함!!


그 뒤에 병원 앞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약국 앞으로...ㅎㅎ 갔어요.
약국이 시내 출입구라 서 있는데 사람들 한 삽십 명 쯤은 지나간 듯!
모든 사람들이 다 저를 쳐다봐주지는 않았어요.

요 때 터득한 게, 일인시위를 할 때는 지나가는 사람과 눈은 마주치지 않는 게 좋다, 이거예요.
서로 눈 마주치면..... 저는 얼굴 가리고 있는데(보드로 가렸습니당)
제가 그 쪽 빤히 쳐다보면 어 쟤가 나 바라보네 하면서 눈 마주친 사람이
제 눈에만 집중하다가 부담스러워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저 멀리서 내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은 눈을 바라봐도
바로 앞 지나가는 사람은 절대로 눈 마주치지 않으려 했어요.

한 오 분 십 분 정도 서 있었나. 약국 앞이 출입구라 해도 
모든 사람이 출입구로 드나드는 건 아니라서 좀 더 깊숙하게 자리를 옮겼어요. 
겨우 30m 정도였지만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골목에 서 있었더니 
확실히 병원 앞 약국 앞 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어요!

학생들도 지나가고 아주머니들도 지나가고 아저씨들도 지나가고
애기 손 잡은 엄마들도 지나가고 가족들도 지나가고 하는데 
몇몇 분은 저한테 가까이 와서 문구 자세히 읽어 보시고 그러셨어요.
관심이 있으신 게 아니라 제가 악필이라 뭔 소리여.. 하시면서
가까이 오셨는지도 모르지만 ㅎㅎㅎ기분 됴타 드디어 관심 좀 몰리네 엉헠힠힠ㅋㅋㅋㅋ
하면서 좋아했어여... 네 저 바보맞음...


그거 서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저 멀리서 걸어오시더니 저보고 "힘내요" 이러고 가셨어요.
하....ㅠㅠㅠ 네 저 힘낼게요!!!


계속 힘내서 손에 자국 남고 피 몰리는 거 참으면서 서 있었는데요
그 뒤에 어떤 꼬마애가 와선 말동무를 해줬어요.
그 애가 이게 뭐냐고 물었는데 바보 같이 울컥해서 제대로 된 대답을 몬해줘써... 몬해줘써요...ㅠ
하 미안해.... 그 애가 대답 안 해줘도 된다 그랬어요....
아이한테 배려받는 나란 년 바보 같은 년.......

그리고 저 위의 중학생 여자아이처럼 "멋지다"고 칭찬해주고 가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고맙게시리..... 만약 제 보드를 보고 내일 학교에 가서 
이런 사람이 있더라, 왜 그럴까, 하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쓰는 와중에도 허리 아프네요... 어유우ㅠㅠㅠㅠ
내일도 나갈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단 1시간이라도 제 뜻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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