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처음 아내의 간질을 안것은 데이트 하던때입니다. 하얀색에 빨간 땡땡이 무늬 원피스를 입고 아내가 데이트에 나왔더랬습니다.
하늘이 참 맑고 예쁜 아내는 더 사랑스러워보이고... 아이스크림을 두개 사서 아내와 서로 장난치며 나눠먹는데.... 갑자기 아내가 "어..어..어.." 하더니 벤치에서 땅쪽으로 고개를 점점 낮추면서 땅바닥에 드러눕는 겁니다.
눈이 돌아가고.. 몸은 부들부들 떨고... 정말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쳐다보구 혀를 끌끌 차구...
아내몸을 붙잡고 10여분 "어떻게... 괜찮아...?" 하는데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더군요. 간질이라구 했습니다.
어릴때부터 있었고 이렇게 2~3달에 한번씩 발작을 한다하고.. 지금까지 오빠 잘해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하더군요. 미리 처음 만날때 얘기 안한거 미안하다구.. 자기도 여자로 태어나서 오빠같은 그런 남자 한번 데이트해봤으면 했고 욕심을 낸거였다구...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구 했습니다.
이미 삼개월 정도를 사귀면서 아내를 너무너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간질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공부도 무지 많이했습니다. 논문 몇편 쓸수도 있을정도로요. 아내 간질은 완치가 어려운 그런거라 하였습니다.
그런 아내와 결혼을 하기까지 조마조마한 시간들... 차마 글에 다 담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네요.
결혼8년째 7살 남자아이와 5살 여자아이 이렇게 사랑하는 아이도 얻었구요. 아내랑 행복합니다. 오르지 남편과 아이들만을 생각하고 헌신하는 아내. 얼굴도 몸매도 참 미인입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이런 아내에게 간질이 있다는것을.... 지금도 2~3달에 한번씩 있는 발작을 하지만 조마조마하게 잘 넘어갔습니다.
간질은 절대 귀신 들린게 아닙니다. 기냥 뇌가 좀 아픈겁니다. 발작을 하면 몸을 스스로 컨트롤을 못합니다. 옆에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경련시에 몸을 상할 물건들을 주변에서 치워주고 기다리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오늘 퇴근해서 현관비번을 누르고 들어와서 거실을 보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 그 옆에서 너무나 침착하게 엄마손을 꼭 붙잡고 있는 큰 녀석... 그옆에는 둘째딸이 홀짝홀짝 엄마를 부르며 울고있고.... 직감적으로 아내가 간질 증상이 왔다는게 바로 느껴지더군요.
"엄마가 갑자기 뇌가 이상이와서 몸을 떨었어.... 난 아빠가 말한대로 엄마를 바닦에 누이고 옆에 유리탁자두 치웠어."
내가 없을때 간질 발작을 대비해서 귀에 못이박히도록 대처하는 법을 큰 녀석에게 얘기했는데 오늘 큰애가 처음 그 상황을 당한 거였습니다.
"나, 이제 엄마 또 아퍼두 잘 할수 있어. 승연이는 울보쟁이라서 우는거구 난 엄마를 보호할 수 있어. 그러니깐 아빠 걱정하지마.... "
그러고서는 이녀석 긴장이 일순 풀려서인지....닭똥같은 눈물을 쏟아네네요. 어린 녀석이.... 엄마의 그런 모습 보면서 얼마나 놀랐을까요. 큰넘 둘째 넘 끌어안고 한참을 저도 훌쩍 거렸네요. 앞으로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가족을 지킬겁니다. 사랑하는 가족 이잖아요.
혹시 주변에 발작으로 흰자위 들어내고 경련하는 사람 보면 혀를 끌끌 차고 하지 마세요. 발작하는 사람은 공격성이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