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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귀신 - 거구귀(巨口鬼) -
게시물ID : panic_466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19
조회수 : 461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4/29 08:06:08
개요
거구귀(巨口鬼)는 윗입술이 하늘에 닿고 아랫입술이 땅에 닿을 정도로 커다란 입을 가진 괴물이다. 이 괴물은 비범한 사람을 만나 제압되면 청의 동자로 변신해서 그 사람을 보좌하고 수호하는 존재로 변신하기도 한다. 조선 전기에 학식과 문재가 뛰어났던 신숙주(申叔舟)는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이 괴물을 만난다. 신숙주가 두려워하지 않자 거구귀는 청의 동자로 변신해서 신숙주의 일을 보필해 준다. 거대한 등치의 거구귀는 어린 청의동자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귀신이다.
원텍스트 요약
문충 신숙주가 젊었을 때 알성시를 보기위해 여러 벗들과 함께 성균관에 가고 있었다. 길 가운데에 한 물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윗입술은 하늘에 닿았고 아래 입술은 땅에 닿았다. 동행했던 친구들은 모두 황급히 다른 길로 달아나 버렸지만 신숙주는 곧장 양쪽 입술 가운데로 들어가니 한 청의동자가 있어 절을 하면서 말하였다. “따르기를 원하오니 데려가 주신다면 시키시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신숙주가 승낙하자 이로부터 동자는 숙주를 따라다니면서 잠깐이라도 떠나지 않았다. 과거에 장원하도록 도와주었고, 길흉을 있으면 먼저 손쓰지 않음이 없었다. 죽을 때가 되자, 동자는 울면서 하직인사를 하고 가는데 얼마 안 있어 신숙주가 죽게 되었다. 《기문총화》
출처 :《기문총화》
설화분석 및 상징적 의미
거구귀(巨口鬼)는 《기문총화(記聞叢話)》에 들어있는 신숙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귀신이다. 신숙주는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길에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하늘과 땅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입을 가진 귀신을 만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어유야담》에서 처음 보이는데, 《기문총화》의 기록보다 조금 더 자세하다. 《어유야담》에는 청의동자가 신숙주의 과거급제는 물론 일본에 사신으로 갈 때 뱃길을 열어준 일, 세조를 도와 공을 세우게 한 것까지 모두 도모해 주었다고 되어 있다.

또 이야기의 말미에 청의동자는 중국의 이임보(李林甫)를 따라다니던 신동과 동일한 존재라고 하는 의견까지 덧붙어 있다. 이임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중국의 《태평광기》 권19에 실려 있는데, 신숙주 이야기는 이것에 영향을 받아 재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동패낙송(東稗洛誦)》에도 동일한 내용의 신숙주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신숙주가 청의동자를 벽장 안에 살게 하면서 식사를 제공했고, 신숙주가 죽은 후에 그 자손들이 신숙주와 청의동자를 함께 제시 지낸다는 얘기가 덧보태져 있다. 이 이야기는 《풍암집화(楓巖輯話)》, 《동화(東話)》, 《계산담수(鷄山談藪)》와 같은 책에서도 거듭 실려 있다. 
거구귀 이야기는 신숙주의 비범함을 강조하는데 중점이 있다. 사대부에게는 일생일대의 과업인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성균관을 향하던 길에 신숙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귀물을 만난다. 그러나 그는 전혀 두려움 없이 자신이 가던 길, 비록 그 길이 귀물의 거대한 입 속으로 나 있더라도 곧장 나아간다. 그 결과 그는 청의동자라는 수호신을 얻고 과거급제라는 과업을 이룬다. 이러한 이야기는 결국, 신숙주의 비범함을 강조하기 위해 창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숙주(申叔舟, 1417〜1475)는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호는 보한재(保閑齋)이고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뛰어난 학식으로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에 공을 세웠으며, 부제학, 대제학을 거쳐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을 두루 거치면서 6대왕을 섬긴 1등 공신이다. 저서에는 《보한재집(保閑齋集)》, 《북정록(北征錄)》등이 있으며,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동국정운(東國正韻)》, 《국조보감(國朝寶鑑)》, 《세조실록(世祖實錄)》등을 편찬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발탁하고 아껴준 세종의 뜻을 저버린 채, 단종을 폐위시키며 등극한 세조를 적극적으로 보좌함으로써 역사적으로는 많은 비난을 받는 인물로 기억된다. 여름철 쉽게 변하는 음식인 숙주나물의 이름이 절개를 지키지 못한 신숙주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일설도 그에 대한 이런 비판적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비록 신숙주가 단종을 저버리고 세조를 따르는 변절을 했지만 그의 학문적 업적은 높이 평가될 만하다. 
신숙주가 거구귀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하는 것은 그의 이러한 비범함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신숙주의 담대함이 거구귀는 결국 굴복을 하고 말았고, 거구귀 속에서 청의 동자가 나와 신숙주를 주인으로 섬기고자 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청의동자가 거구귀에 부속된 존재일 수도 있으나, 거구귀의 또다른 변형물일 수도 있다. 학문과 인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거구귀는 하늘과 땅에 맞닿을 정도의 커다란 입을 가진 괴물로 보이지만 비범한 사람에게는 한갓 푸른 옷의 어린애에 비유될 정도로 왜소한 존재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의동자는 곧 거구귀의 변신물로서 사람에 따라 거대한 괴물로도 어린 동자로도 보일 수 있는 존재이다. 
한편 청의동자는 늘 신숙주를 따라다니면서 모든 일을 다 미리 알려주었고 신숙주가 죽을 때에 이르자 이를 미리 알고 눈물로 하직인사를 하고 떠나간다. 이를 통해 볼 때, 청의동자는 신숙주의 수호신과 같은 존재이다. 청의동자와 같은 수호신적 존재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청의동자라는 그 자체가 이미 초현실적인 존재이기에 그러한 초현실적 존재를 간파하고 다스릴 수 있는 사람에게만 그 존재를 드러낸다.

고대 소설 《금방울전》에서 장해룡의 여행길을 안내하고 목숨을 구해 주는 금방울, 김유신이 화랑시절에 고구려 첩자의 꼬임에 빠져 죽게 되었을 때 이를 미리 알려 준 세 명의 호국여산신(《삼국유사》)등이 모두 영웅적인 주인공을 도와주는 초월적인 수호자들인 것이다. 
이러한 수호신적 존재는 신숙주의 손자 신광한(申光漢, 1484-1565)에게도 나타난다. 신광한은 어렸을 때 아름다운 색채를 지닌 새가 입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는데 이후 그의 글재주가 뛰어나게 되었고, 대제학(大提學) 벼슬에 오르게 될 때도 채조(彩鳥)가 입안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채조는 신광한을 보살펴 주는 수호신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의동자로 변모하기 이전의 ‘거구귀’는 어떤 존재이며 의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숙주와 함께 과거를 보러 가던 친구들은 거구귀를 보고 놀라 도망친다. 조금도 두려움 없이 곧장 가던 길을 가듯 거구귀 안으로 걸어 들어간 신숙주는 과거에 급제하고 대제학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거구귀를 보고 도망친 친구들이 과거 시험에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들은 가야할 길을 가지 않았고, 통과해야 할 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거구귀는 큰 일을 이룰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하나의 통과의례적인 동굴(穴), 문(門)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머물렀던 동굴, 〈지하국대적퇴치설화〉에서 공주를 구하고 보물을 얻기 위해 찾아가야만 하는 어두운 지하세계 등은 모두 신숙주가 벼슬길로 나아가기 위해 걸어 들어가야 했던 거구귀의 입과 동일한 상징성을 갖는 공간인 것이다. 
결국, 신숙주가 만난 거구귀 이야기는 학문적 업적이 남달랐던 신숙주의 삶을 신비화시키기 위해 중국의 이임보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하늘과 땅에 맞닿은 거대하고 두려운 거구귀의 입은 영웅들이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의 문, 비밀의 문과 같은 상징성을 지닌다. 두려움 없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만이 과거급제와 높은 학문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 안에서 만난 청의 동자라는 존재는 이러한 과업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자기 자신의 마음 속 수호신인 것이다.
참고문헌
《기문총화(記聞叢話)》
일연 《삼국유사》
김현룡 《한국문헌설화》6 건국대학교출판부 2000.

내용 출처 : Kocca 문화콘텐츠닷컴
이미지 출처 : 이글루스 -이선생의 신화도서관 http://lsm20418.egloos.com/m/292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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