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 들어서며 패치노트를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소환사는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이 오라질 잔나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소환사가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바람 소리가 정적으로 변하였다. 개똥이가 들었던 잔나의 지팡이를 던져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 붙어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응아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소환사는 잔나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잔나의 머리를 껴들어 흔들며,"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년!""……""으응, 이것 봐, 아무말이 없네.""……""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보이."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이 검은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승률만 바라보느냐, 응"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소환사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오늘 버프가 되었는데 왜 픽되지를 못하니, 왜 픽되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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