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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30대 젊은 부부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517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꼬몽블랑
추천 : 5
조회수 : 130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2/14 21:21:57

스물셋 여름, 학원끝나고 집에 가던 길

베이지색 면 반바지 붉은 티셔츠입고 나를 스쳐 저 멀리 뛰어가던 당신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스물셋 겨울, 나 캐나다 가기 전 마지막 만남..

청량리 기차역에서 처음하는 이별에, 아쉬움에 하염없이 울던 그 애틋함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스물넷 여름, 한번 더 찾아온 이별

17시간 비행 내내 꾹꾹 눌러봐도 터져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몇달 이별도 이리 괴로운데..

나 그대보다 꼭 먼저 죽으리라 결심했었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스물다섯 발렌타인데이, 나 그대위해 밤새 과자집을 만들었었소.

방은 초코시럽 생크림으로 엉망진창이 되었고 나도 녹초가 되었지만, 과자집 받고 기뻐했던 그대 얼굴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스물여섯 봄, 나 그대에게 헤어지자 했었오.

내가 헤어지자 한 것인데 내 팔이 잘려나간듯 팔이 저리고 내 심장이 없어진 듯 난 숨을 쉴 수 없었오..

나의 헤어지잔 얘기에 손을 떨며 안피던 담배를 입에 물던 그대의 모습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었오..

여보..그때를 기억하오..

 

그대가 없던 스물여섯, 스물일곱 내 삶..

밤에는 악몽으로 낮에는 우울증으로 하루도 울지 않고 하루도 편히 자질 못했소..

그대가 나의 일부고, 그대없이 나는 살 수 없다는 걸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며 깨달았소..

여보..그때는 내가 바보였소.

 

스물여덟 봄, 그대 춘천 내 친정집에 결혼 허락 받으러 갔었소.

어릴적부터 그대를 봐와 편하게 그대를 대하는 우리 부모님께 갑작스러워하실까 두려워 결혼이란 말을 차마 입밖에 못꺼내고

그렇게 그냥 놀기만하다 집을 나와 당신은 자책하고 나는 그게 재밌다고 놀리면서 웃던게 생각나오.

여보..그때를 기억하오..

 

스물아홉 1월, 산전검사하러 찾은 산부인과에서 임신소식을 들었소..

혼자 검사 받고 나와 당신에게 얘기했고 당신은 장난치지 말라고 웃어넘기는데..

못믿어 하는 당신을 난 더 놀려 먹고 싶은데 눈물이 자꾸 나와 진짜 임신인걸 들켜버린 그날이 생각나오.

여보..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우리 둘이 이제 우리 셋이 되었소..

당신 꼭 닮은 아들도 이제 당신 못지 않게 소중하지만...

우리 아들에겐 비밀인데 난 그래도 당신이 조금 더 소중하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가사처럼, 우리 아이들 대학도 보내고 시집 장가도 보내고

그때까지도 지금처럼 두 손 꼭 잡고..

그때까지도 여지껏 그래왔듯이 그렇게 함께 하오.

 

그리고 당신이 늘 말했듯 내가 먼저 가겠소..

당신 없이 내가 하루도 살 수 없는거 아는 당신이 그러라 허락해주지 않았소..

내가 먼저 갈때까지 당신 내 옆에서 건강하시게..

사랑하오..

나의 반쪽, 나의 소울메이트, 나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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