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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살아온 이야기 (87항쟁)
게시물ID : sisa_4665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리말쉽게
추천 : 3
조회수 : 55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18 16:28:48
지난 글 전 4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지만 젊은 세대 비판하지 않아요" 에 이어서 글을 남겨 봅니다. 

87년도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87 항쟁이 일어나서 민주화를 쟁취하게 되었는 지 생각하면 참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 국민교육헌장 암기 등 초중고 시절 독재정권의 복종을 강요하는 세뇌교육 아래서 성장한 대학생들이 이런 시위를 주도 했다는 것이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일 같습니다. (참고로 저의 국민학교 교과서에 북한군의 머리에는 뿔리 달려 있었습니다 ㅠㅠ) 

본인의 경우 정치학을 전공했음에도,  25세에 군 전역 후 정신차리고 공부하면서 세상을 뒤 늦게 알게 된 경우였으니까요.

대구에서 시내에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거의 매일 같이 시위가 있었습니다. 

http://photom.imaeil.com/supervisor/UploadFiles/photo_gallery/ds0000/1.26691084049E+130001.jpg
                                               (사진출처 : 대구 매일신문사 포토갤러리)
사진과 같은 상황이니 학교에선 시위가 있는 날이면 조기 귀가를 시키곤 했고, 최류탄 냄새로 수업에 많는 지장이 있곤 했답니다. 
물론 집에 일찍 가지않고 구경하기도 하고, 또 버스가 못와서 어쩔 수 없이 걸어서 시내를 벗어나다 보면 많이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http://photom.imaeil.com/supervisor/UploadFiles/photo_gallery/ds0000/1.26690695493E+130001.jpg
                            (사진출처 : 대구 매일신문사 포토갤러리)

물론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도 보기도 했습니다. 

지역이 보수적이다 보니, 부모님 세대들은 대부분 자식이 위와 같은 시위에 연루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대학 들어가면 절대 나쁜 선배들과 
어울리지 말거라, 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데모나 하고" 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민주화 운동에 동의하는 부모님은, 침묵을 했던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연설의 "멸문지화"가 두려웠을테니까요.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에게 물어 보기도 했습니다. 절반의 선생님은 학생들 욕을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 들어갔으면 공부나 할 것이지..."
하지만 절반의 선생님은 침묵했습니다. "크면 알게 될 거야".. 이 분들도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기 무서웠을 겁니다. 그 후 후자에 해당되는 많은
선생님들은 전교조 가입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답니다. 

경상도에서는 80년에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전두환이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고, 김대중은 국가반란을 주동한 세력이었지요.

경찰서에서의 가혹행위는 일반인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학교 동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오락실에서 가방 도둑으로 몰려, 파출소에서 손바닥을 맞으면서 자백을 강요 받았고, 시골의 절도 피의자는 군 단위의 
경찰서에서 고문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술만 마시면 부모님을 폭행하던 동네 청년은 마을 주민들에 의해서 삼청교육대에 보내 졌고, 그 후 정신이 이상해져서 나왔습니다. 
배추값이 폭락해서 1톤 트럭으로 부산지역에 가서 배추를 처분하고 오다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단속된 부모님은, 1만원을 요구 받고, 
5천원에 흥정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던 때였습니다. 5천원 짜리가 없어 만 원을 주니 5천원 거스름돈을 돌려 주더랍니다. 

이런 세상에서 교육을 받은 윗 세대들은 대학에서 어떤 심정으로 민주화 운동을 했을까요? 
위의 사진 속 시위 현장에 내가 있다고 생각해 보면 40대 중반인 지금에도 오금이 저립니다. 

http://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namo/2010.10/18/15448/2020610_0106(6%EC%9B%94%ED%95%AD%EC%9F%81).JPG

                                 (출처: 연합뉴스 )
위 사진에서 전경과 맞서 돌을 던지던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86년 사진이니, 그 때 대학 1학년이었다면 47세, 복학생이었더라도 지금은 
50대 초반 쯤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예나 지금이나 있었습니다. 
90년 대 초반에도 학내에서의 시위는 많이 있었습니다. 
주로 도서관 앞에서 했습니다. 민중가요를 부르고, 겨우 수십명의 학생들이 구호를 외쳤고 대형스피커에 키보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습니다.
"뭣도" 모르는 신입생이 도서관에서 80년대 학번 선배들에서 "쟤네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죽겠다"는 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선배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허름한 방에 자취를 하며 도서관에서 죽어라 장학금을 위한 공부, 공무원 공부만 하는 선배였지만 안색이 변하며,
호되게 후배를 꾸짖었습니다. 동참은 못하고 침묵했지만 그들의 투쟁에 이렇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이 분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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