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햇볕에 노출되면 심한 화상을 입게 되는 사람이 입영 면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군에 입대해 화상 등에 시달리다 '현역복무 부적합자'로 전역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이 사람은 2012년 같은 증상으로 군 훈련소에 입소했다 3일 만에 귀가했지만 군은 관련 규정 개선을 미뤄 올해 5월 신병교육대에 재입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23)씨는 햇볕에 잠시만 노출돼도 머리와 팔 등 노출부위에 심한 화상을 입는 선천성 광(光) 예민성 피부질환자다. 그는 현행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관련 규정이 없어 현역 2급 판정을 받고 2012년 5월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다. 당시 이씨는 단 2시간의 야외 활동만으로 머리와 귀, 목 등에 화상을 입고 난 뒤 3일 만에 귀가 조치했다.
이씨는 현역복무가 불가능하다가 판단하고 병역 처분을 변경해달라고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는 이씨의 과거 치료내역과 외부 민간병원 전문의의 소견 등을 바탕으로 이씨의 신체등급을 다시 판정하라고 인천경기지방병무총장에 의견을 표명했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은 국방부 보건정책과에서 검사규칙 개정 작업이 예정되어 있으며, 규칙 개정이 완료되면 병역처분 변경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씨의 입소 이후 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규칙을 개정 하지 않은 채 "내년에 개정할 예정이다"만을 반복했다. 결국 이씨는 올해 5월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다시 햇볕에 노출되어 화상을 입게 됐다.
신병교육대는 이씨에게 골프우산을 쓰게 하고 팔토시와 목토시, 정글모를 착용시킨 뒤 신병훈련을 받게 했다. 하지만 그는 화상을 피할 수 없었고 현역 복무가 불가능하다는 최종 판단을 받고 40일 만에 전역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로 인한 징병자원 부족현상으로 징병 범위가 확대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각종 질환이 있는 장병의 관리책임은 결국 국가에게 있다"며 " 현역복무 부적합 인원을 미리 배제시키는 것은 국가나 개인에게 모두 이익이 되므로 국방부는 검사 규칙을 조속히 개정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