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끔 현실과 인식을 혼동한다. 어떤 사실이나 견해를 비판하기 위해 "그런 이야기는 난생 처음 듣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그렇다. 내가 어떤 사실을 모른다고 해서 그 사실이 허위가 되지는 않는다. 처음 듣는 정보가 허위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정보는 모두 허구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인들이 자국산 쇠고기를 마음놓고 먹는다고 해서 그 고기가 안전해지지는 않는다. 한국 정부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그 결과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광우병 위험은 조금도 줄지 않는다.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영국 정부의 설득이 국민들을 광우병에서 구하지 못했듯이 말이다.
영국의 광우병 확산이 줄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민심 달래기'가 아닌 '문제 해결'에 나선 후였다. 한국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말하면서도 국민으로부터 계속 멀어지고 있는 것은 이 차이를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지 '달래기'가 아니다.
한국의 국민들은 학교에서는 세계 최고의 학습량, 일터에서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밤에도 쉬지 못하고 한 달 넘게 촛불을 들고 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수입 식품의 위생 조건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대책'으로 제시한 것들을 보라. 왜 '친박' 이야기가 나오고, 왜 '세금 환급'과 '인터넷 여론경보 시스템' 이야기가 나오는가?
-----------------
http://media.paran.com/sdiscuss/newsview2.php?dirnews=1515920&year=2008&key=net&link=nethitnewslist.php 맘에 드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