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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일기
게시물ID : panic_429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손님DX
추천 : 21
조회수 : 744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3/02/16 06:36:34

소설의 문장을 다듬는 연습을 위해 썼습니다.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막 꼬아 쓰긴 했는데 이해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네요.

 

뭐 소설처럼 가볍게 읽어주시면 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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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청년이 등산을 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 올해 마지막 날이기도 하였고, 정상에서 마음껏 소리치고 나면 마음 속에 응어리 진것들을 전부 털어버리고 새로운 일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한발한발 내딛는 다리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너무 뜰뜬 탓일까, 그만 미처 녹지 않은 눈을 밟고 산 아래로 구르고 말았다. 어딘가의 큰 나무에 머리를 들이받은 탓인지 청년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겨우 정신을 추스려 일어난 것은 이미 어둑어둑해진 새벽에서였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진통에 손을 대어봤지만 다행히도 피는 흐르지 않는 듯 하다. 평소 어머니께서 \"이 놈의 돌머리를 어찌할꼬...\"라며 핀잔을 주시곤 했는데 청년은 실로 생존력이 강한 돌머리를 지녔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청년은 다시 한번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근처에 빛은 전혀 보이지 않고 인기척도 없다. 아무래도 등산코스에서 크게 벗어난 듯 한데 큰일이었다. 다리도 지끈지끈한 것이 부러졌던지 어떻던지 아무래도 걸어서 내려간다는 선택지는 틀려먹은 듯 했다.

 

다행히 스마트폰은 무사했지만 불행하게도 안테나의 눈금은 바닥을 쳤다. 이래서는 구조를 요청하는 것도 무리. 올라오는 길에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으니 지금까지도 내려오지 않는다면 혹시나 구조를 보낼지도 모른다. 청년은 그렇게 위로하며 머리를 크게 부딫쳤던 나무에 기대었다.

 

그 상태에서는 심심하기도 하고 게임이나 하며 기다릴까하고서 스마트폰을 들었을 때, 머리 위에서 무언가 아른거리는 것을 느꼈다. 폰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며 청년은 머리 위에 어른 거리는 \'무언가\'를 비췄다.

 

그것은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썩은 밧줄이었다. 세월의 탓인지 거뭇거뭇한 밧줄은 끝이 끊어진 것처럼 너덜너덜했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것만으로 끊어질 듯 위태로웠다. 어찌되었든 정신을 차린 후 발견한 첫 사람의 흔적이었으니 안심이었지만, 역시 오랜 세월 방치된 밧줄이니 사람의 통행이 뜸할 것이란 불안도 들었다.

 

그때 무심코 바닥을 쓸던 손에 무언가 걸렸다. 굉장히 낡은 수첩... 군데군데 묻은 손때가 수첩이 간직한 세월을 짐작하게 해준다.

 

수첩은 비교적 깨끗한 것으로 최근 이곳에 누군가 떨구고 가버린 듯 했다. 이 낡은 수첩은 청년이 찾아낸 두번째 사람의 흔적이었으나 여전히 인기척은 없었다.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되었다고 생각한 청년은 수첩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첫장은 약간 소설같은 분위기로, 완전범죄에 관하여 쓰여있었다. 그 다음 장도, 그 다음다음 장도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큰 사건이 되었을 내용이었다. 그런 분위기가 반전 된 것은, 막 아파트의 밀실살인에 대한 페이지를 넘겼을 때였다.

 

19XX년 X월 X일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자면 많은 문장들이 필요하겠지만, 줄여서 이야기 하자면 XX대학의 친구로 서로 경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거리의 시인들이다.

 

범죄노트와도 같던 내용이 소설풍의 일기로 바뀌었다. 범죄 소설가를 꿈꾸는 학생이었다는 화자는 자신의 누구였으며, 어디가 고향이었더라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XX대학의 입시 때부터 사소하게는 학점, 크게는 여자친구를 핑계로 경쟁하던 친구인 은수와 대학의 마돈나로 불리던 희영, 그리고 나는 기분좋게 마시던 술자리에서 은행을 털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술도 얼큰하게 들어갔거니와 희영에게 추근대는 은수에게 욱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 당시 나느 가난한 대학생이었기에 그런 황당무계한 발언도 반쯤은 진심이 어렸는지도 모른다.

 

이제와서 빠지면 절교라고 으름장을 놓고서 집으로 돌아온 후 시작한 것은 안전범죄를 향한 계획의 골격을 만드는 것이었다.

 

닥치는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직원, 경비원과 경찰의 동성을 확인해 꼼꼼히 계획을 세워나갔다.

 

그 후로는 계획과 도주로 등이 아주 세세하게 적혀있었다. 정말로 할 셈이었던가? 청년은 침을 꿀꺽 삼키며 더욱 더 일기에 몰입해 나갔다.

 

19XX년 X월 X일

 

XX은행에 돈이 집중되는 오늘을 거사의 실행일로 삼았다. 조금 전 은수와 희영에게 연락을 취해 지정된 장소에서 만나기로 정했다.

 

세상은 우리를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물론 지금은 그저 범죄자라 불리울 뿐이겠지만 1년, 2년 혹은 10년이 지난 후에는 대괴도라 불리며 역사에 한줄을 남길지도 모른다.

 

나의 빈틈없는 계획은 그런 자신감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되었다. 이제는 물러설 길은 없다.

 

청년은 옛날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XX은행의 강도사건을 기억해냈다. 그런 거였나. 청년은 지체랑 것 없이 다음 장을 펼쳤다.

 

19XX년 X월 X일

 

계획은 순조로웠다. 내가 지휘하고, 희영이 경비원의 눈을 돌리고, 은수가 실행할 터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은수는 흥분하여, 결국 인질들 중 하나를 죽였다. 그래선 안될 터였다. 인질의 의미가 살아진 이상 그곳은 혼돈의 도가니 일 터.

 

역시나 은수 혼자서 흥분한 인질들을 모두 상대할 수 없었다. 인질인 척 잡입했던 희영도, 밖에서 지휘하던 나도 은수를 구하기 위해 노출되었고, 목표로 하였던 금액에 약간 못미치는 돈만을 챙긴 채 겨우 빠져나올 수 이었다.

 

하지만 인질이 죽은 이상 경찰은 몇년이고, 몇십년이고 우리를 쫓을 것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계획의 실패였다.

 

비가 내린다. 다행히도 이 비가 경찰의 추적을 늦출 것이다. 그대로 몇십킬로를 내달려 가는 길, 겨우 한숨을 돌린 나는 머리 끝까지 치솟은 화를 억누르지 못해 결국 멍청한 짓을 저지른 은수를 나무랬다.

 

하지만 은수는 목표액에 못미치지만 1억 가까이 가는 돈을 가리키며,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라도 못챙겼을 거이라며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무엇보다 그는 내게 그런 엉터리 계획으로선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비난했다.

 

참을 수 없었다. 저런 쓰레기같은 놈을 친구라며 이런 중요한 일을 도모하다니. 뒤에서 소리치며 말리는 희영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은수와 나는 서로를 비난하며 싸웠다.

 

그 순간 앞에서 다가오는 트럭을 미처 감지하지 못하고, 억지로 비튼 핸들은 자동차를 절벽으로 내몰았다.

 

우리들은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그 당시 뉴스에서는 절벽에서 떨어진 차가 범인의 차였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청년은 다시 한번 페이지를 넘겼다.

 

정신을 차리고 구겨진 차의 안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그 후 희영을 끄집어내 안전한 장소까지 데려가 눕혀놓았다.

 

엉망이었지만 다행히 희영은 살아남았다. 안심의 한숨을 흘릴 때 차 안에서 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줘.. 살려줘...\'

 

그때의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인가, 그저 멍하니 은수를 바라보기만 했다. 흘린 피가 적지않아 머리가 멍한 탓인지도 모른다. 나는 끼인 몸을 간수 못하는 은수를 바라보며 한가지를 떠올렸다.

 

\'그래, 은수가 없어진다면...\'

 

희영도 은수에게 끌릴 일이 없을 것이다, 은수의 몫까지 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화들짝 놀랐다. 아니 그 무슨.. 나는 그런 무서운 생각을 하는 것인가. 돈과 여자는 성직자도 악마로 만든다고 하더니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한번 침을 삼키고서 차로 다가갔다. 그러나 이것은 무슨 신의 장난인가..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새어나온 기름에 불이 옮겨붙은 것인지, 엄청난 폭발과 함께 은수도, 차도 모조리 화염에 삼켜져 버렸다.

 

당연히 나는 그것을 망연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희영을 들쳐메고 산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구조도 우선이지만, 지금은 경찰의 시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점점 비가 그쳐오고, 나와 희영은 우리를 가려줄 큰 나무의 밑에서 겨우 쉴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희영은 울고만 있고, 나는 그저 망연자실한 채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나는 어찌했어야 했던 것인가. 급기야 희영은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든 은수를 구해야만 했다고, 이런 일따윈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은수의 잘못이다. 은수가 그런 짓만 벌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유유자적하게 넘치는 부를 누릴 수 있을 터였다.

 

그래. 모든 것은 은수의 잘못이다.

 

그리고 두어 페이지 정도 은수를 나무라는 글이 계속되고 다음 장에서는 희영과 그의 갈등이 적혀있었다. 희영은 모든 일의 원인이 그의 탓이라 돌리며 무자비하게 몰아붙인 듯 했다.

 

지금은 다친 몸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몸만 피해 사라져야만 한다. 희영은...

 

거기까지 적힌 아래로 몇번이나 되새긴 듯, \'모든 것은 희영과 헤어진 곳에 묻다.\' 라는 문장만이 씌어져 있었다.

 

수년 전의 은행강도 사건, 다툼 그리고 은수의 죽음. 무엇보다 사라진 돈의 행방. 청년은 몇번이나 되 쓰여진 문장에 힌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것보다 이 문장 자체가 정답이 아닌 것인가?

 

청년은 돈을 발견해 떵떵거리며 사는 자신을 상상하며 다음 페이지를 펼쳤다.

 

20XX년 X월 X일

 

설마 이 수첩을 다시 손에 들게 되다니... 세월의 탓인가. 나도 참 많이 약해진 모양이다.

 

날짜는 순식간에 10년 정도 뛰어넘어 있었다. 그 사고가 있던 후부터 일기는 쓰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 수첩을 우연히 다시 발견해 쓰기 시작한 것은 꽤 최근의 일이었던 듯 하다. 숨겨뒀던 돈을 다시 찾으러 가겠다는 내용인가? 청년은 어쩌면...이란 생각을 하며 몰입했다.

 

그 날의 사건 후로 나는 모든 것을 잊기로 했었다. 그러기로 했었다. 하지만 먼지가 그득히 쌓인 잡동사니 사이에서 이것을 찾아냈을 때 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죄압감? 분노? 슬픔? 속죄?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저 공허하기만 했던 가슴을, 이것을 찾아낸다면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XX년 X월 X일

 

수년이 지난 지금 정확한 장소가 기억날 리가 없다. 며칠간 헤멜 것을 각오하고서 충분한 식량과 텐트를 들쳐메고서, 그날 그 장소로 찾아갔다.

 

은수가 폭발에 휘말려 죽은 그 자리는 눈과 잡초에 뒤덮여 아주 약간의 흔적만이 존재했다. 은수, 이 어리석은 녀석. 하지만 나 또한 어리석었다. 몸을 데울 겸해서 가져왔던 보드카를 한잔 따라 그 자리에 뿌려주었다.

 

그래도 친구라고 생각한다는 것인가. 이걸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아주 약간의 시간을 은수의 명복을 빌어주고서 숲으로 들어갔다. 그 날 이후 결국 나는 희영과 헤어져 산을 빠져나왔다. 여전히.. 그곳에 있는 걸까.

 

그런데 나는 이 무모한 산행을 쉽게 생각한 듯 하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산을 빠져나가는 길마저 잃어버렸다. 산을 몇바퀴 돌고 돌아 발견한 것은 올가미가 걸린 나무였다. 여긴 어디인가. 자신의 한심함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올가미가 걸린 나무를 중심으로 그 자리에 텐트를 치고 주위를 탐색하기로 했다.

 

1일째.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후 2일째, 3일째의 일기에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만 쓰여있었다. 거기까지 읽고서 청년은 잠시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는 최근 이 곳을 헤멘 것인가. 잠시 주의를 기울이니 과연 사람의 흔적이라고 할까 여러가지가 보이는 듯 하다.

 

청년은 곧장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역시나 4일째, 5일째에도 그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20XX년 X월 X일

 

7일째... 여전히 발견 할 수 없었다. 식량을 좀 더 챙겨 올 것을.. 후회하고 있지만 찾지 못한다고 하여도 그것 그대로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은 내 죄의 증거이고, 그저 텅 빈 가슴의 구멍을 메울 것으로-그저 그런 핑계를 델 뿐이었고...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래, 그걸로 상관없다.

 

남은 이틀치의 식량이 바닥나는 대로 이 숲을 빠져나가자고 다짐했다.

 

PS.최근 올가미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생각해내려 할 수록 두통이 일어나 곧 생각하기를 관뒀다.

 

그리고 날짜는 가장 최근의 날짜로 지금으로 부터 불과 하루 전의 날짜였다.

 

20XX년 X월 X일

 

9일째. 어쩌면 나는 실수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마음 속으로 정해둔 시기가 지났으니... 미련을 버려두자.

 

그런데 저 올가미.. 뭐였던 걸까?

 

..(수첩을 두드리며 고민한듯 점이 여러개 찍혀있다)

 

맙소사. 저 올가미는 내가 걸어둔(일기는 여기에서 더 이상 쓰여지지 않은 듯 했다)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청년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음 페이지를 펼쳐봤지만 더 이상 어떠한 글도 쓰여지지않은 채 공백이었다.

 

도대체 뭐지? 올가미는 또 뭐고? 청년은 다시 한번 일기를 쭉 읽었다.

 

한번, 두번, 세번을 읽었을 때 청년은 일기에서 어떠한 위화감을 느꼈고, 무심코 위를 올려보았을 때 청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후 몇시간이 지나 날이 밝아오자 근처에서 청년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년을 구하러온 안전요원이었다. 그는 불과 한시간 전에도 이 근처를 지났음에도 청년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근처를 다시 찾아나서자 갑자기 발견한 것이라 청년에게 말해줬다.

 

청년은 아무 말도 없이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곧 경찰에 연락해 어떠한 사실을 신고했다.

 

청년이 있던 자리는 파헤쳐졌고, 그곳에서 발견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십년 전 은행강도 사건과 연관지어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댔다.

 

청년이 일기를 해독해 돈을 찾아내었다면 만만세인 이야기일 터였으나 그러질 않았고, 그 사실에 후회는 없었다. 그런 사실보다 청년이 궁금한 것은 이 일기를 쓴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였다.

 

청년은 어째선지 알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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