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생존보고 마지막
게시물ID : bicycle2_467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作心三日
추천 : 12
조회수 : 622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7/02/27 20:39:53
옵션
  • 본인삭제금지
  • 외부펌금지
460km 성공하고 지금은 집에 도착했습니다.

간략하게 이번 종주를 표현하자면 ' 사는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생각하는대로 사는 사람 이었다. ' 입니다.

1일차 1년정도 쉬다가 140km를 한번에 탔더니 밤10시쯤 숙소도착해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는데 발음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2일차 길을 잘못들어서 산을 4개나 넘어버렸습니다. 도착예정시간엔 66km 밖에 움직이지 못하고 숙소에 들어갔습니다.

3일차 드디어 이화령고개를 넘고 이름모를 산을 하나 더 넘어서 평지로 들어갔습니다.
       다만, 아침부터 목감기+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여주에서 결국 퍼졌습니다. 열이 39.4도까지 올라가고 침삼키기도 힘들만큼 목이 부었습니다.
       다행히 링거한방에 열이 떨어져서 의사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발했습니다.
       ( 이날 점프를 쪼금.... 살고자 하는 의지에 의해... )

4일차 마지막 남은 58km를 가며 한강의 사람들도 구경하고 업힐이 없다는 것에 감사하며 잘 마무리 했습니다.

비용 지출 : 종주(20만원) + 지인 밥값(10만원) + 교통비(4만원) = 총 34만원 지출했습니다.

소모칼로리는 약 10000kcal 정도이고 집에와서 체중재보니 찌지도 빠지지도 않았습니다.. ㅠㅠ

---

팁 1 : 문경 불정역 인증센터 <-> 상주 인증센터 공사 구간 있습니다. 우회도로는 +40분이고 뚫고 가시면 진흙에 빠지실 껍니다.
       저는 뚫고 갔지만 지푸라기로 브레이크에 뭍은 진흙을 떼어낸다고 시간을 꽤나 잡아먹었습니다.

팁 2 : 짐은 무조건 가볍게. 시작은 인천에서부터.

팁 3 : 경로상에 경천대가 있다면 무조건 반대편 자전거길 타시는걸 추천드립니다. MTB길 이라고 산이 4~5개 정도 있습니다.

팁 4 : 강이 옆에 있어도 자전거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로 들면, 남한강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잘못 가게되면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됩니다.
       + 지도상에 보이지 않는 또랑(?)을 따라가다가 길이 끊겨 당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팁 5 : 안장커버 꼭 사세요. 쿠션 뚜꿉한걸로.. 최대한 푹신한걸로..

---

에피소드1 : 금호강,낙동강,새재자전거길,남한강자전거길 모두 맞바람이 불었습니다.
             휴대폰을 쥐고 있었는데 바람에 날아가기도 하고 잘 가고있다가 갑자기 분 바람에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 바람이 너무 쎄서 다운힐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에피소드2 : 자전거민박 사장님이 말씀해주셔서 알게되었는데.. 지금 날씨에 남에서 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이 계절은 항상 북에서 남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ㅠㅠ
             + 심심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에피소드3 : 그만둘까, 돌아갈까 생각을 몇백번은 한 것 같습니다. 그럴때마다 들었던 생각이, ' 어짜피 한번은 넘어야한다. 일단 가자 ' 였습니다.

에피소드4 : 고라니랑 부딪혔습니다.

에피소드5 : 초행길이다보니 아무리 철저한 준비를 했어도 부족했습니다. 결국엔 휴대폰 GPS에 의존했습니다.
              + 현지인들의 말을 믿지 마세요.. 절대로.. 휴대폰이 가장 정확합니다..
              + 경로 짜실때 로드뷰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자전거길이라고 꼭 강옆으로만 가는게 아니더라구요..

에피소드6 : 짐은 무조건 가볍게.
              + 온갖 것 다 챙기고 14kg 가방매고 타니 죽을 맛이었습니다.

에피소드7 : 서울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음악을 하는 친구였고 돈이 없어 단칸방에 살며 알바를 해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술값을 제가 계산하고 다음날 출발한지 한참 지나서 전화가 오더니 가방 앞주머니에 돈을 넣어 놨다는 겁니다..
             지 밥값도 없는 놈이 지갑에 있는 4만3천원을 다 제 가방에 넣어놨습니다. 액수가 아니라 마음이 너무 고마워 한참을 울었습니다.

에피소드8 : 아라서해갑문인증센터까지 1km를 남기고 바닥에 써져있는 - 아라서해갑문인증센터 전방 1km - 를 보고 눈물이 터졌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 슬펐는지,기뻤는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

이상으로 금년 25세 남자의 종주기 마칩니다.

이번 종주를 통해 인간이 이룰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고자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

다리가 너무 아파 걸어갈때도 있었고, 넘어진 그 상태로 한참을 멍때리고 있을때도 있었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길에 나약한 내 모습을 발견하고 뺨을 쎄게 친적도 있었고,
밤이 너무 춥고 무서워 혼잣말을 두시간넘게 한 적도 있었고, 숙소를 구하지못해 멘붕에 빠진적도 있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 너무 많았지만 만약 제가 그때 포기했었다면 이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어쨋든 성공했고, 어쨋든 기쁩니다.

정말 좋은 인생공부 였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