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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차에서 있었던 이야기.
게시물ID : bestofbest_468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erubim
추천 : 278
조회수 : 19805회
댓글수 : 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1/02/25 11:30: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2/24 11:44:58
난 부자도 아니다.
난 그렇게 착한 사람도 아니다.
난 마음이 그렇게 따뜻한 사람도 아니다.

다만 다음달에 공주님이 태어나고... 결혼한지 10개월 남짓된 새신랑이다.

나는 울산에서 부산까지 출퇴근을 한다.
한달 10만원 내외의 정기권을 끊어서 출퇴근을 한다.
집에서 태화강(구 울산역)역까지 자가용을 타고 6키로 가량을 가서 기차를 타고 해운대역에서 내린다.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로 출근을 한다.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6시 56분 기차를 탈수 있고 저녁 6시 10분에는 사무실에서 나와야 6시 48분 기차를 탈수 있다.

어제 저녁 부전발 동대구역 새마을 기차를 타기 위해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어제 저녁 평소와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기권은 자유석이다. 그래서 사람이 많으면 자리를 비켜 줘야한다. 

카페칸으로 가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려 이어폰을 꼽고 앉았다.
옆자리에 10대 중반의 남자아이들 셋이 시끄럽게 먹을것을 들고 탓다.
난 볼륨을 좀더 올리고 앉았다.

해운대역을 출발한 기차는 기장역을 지나고 있었다.
검표하는 여자 직원분이 차표를 보여 달라고 했다.
난 정기권을 보여주고 '수고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곤 다시 게임(팔라독이라고 무진장 잼있다. --;)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북벽' 교복을 입은 학생 셋이 차표를 보여달라는 직원분의 말에 쭈뼛쭈뼛 대답을 못하고 있다. 

'차표가 없나?'

달리는 기차 안이다.
직원분은 아이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기차 앞쪽을 향해 갔다.

'허기야 달리는 기차에서 도망칠 곳은 없겠네.' 

하고 다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잠시후 역무원(정복 차림의 여자 직원분)과 검표하시던 직원분(붉은색 치마정장)께서 함께 도착했다.

"학생들 정말 차표 없어요?"

정복 직원분(이하 A님)이 물었다.

이녀석들 대답도 안하고 얼굴만 숙인다.

"학생들 어디까지 가요?"

학생1이 대답한다.

"동대구요..."
"그럼 동대구역까지 차표 끊을테니까 돈주세요."  한다.

근데 돈이 없단다.

"동대구역까지 갈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어떻게 갈려구요?"

학생1이 대답한다.

"걸어 갈껀데요?"

이시키... 웃으면서 장난식으로 대답한다.
학생 2, 3은 잘못을 아는양 눈 내리깔고 고개 숙이고 있는데 이 학생 1녀석은 어떻게 된 녀석인지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A직원과 B직원분이 10여분간 얘기를 하고 있다.
차비를 내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연락해야 한다. 그리고 운임의 10배를 내야한다. 다음역이 태화강역(울산)이니 태화강역까지 가서 거기서 결재를 하고 그이후는 알아서 할껀지? 아니면 동대구가서 보호자를 부를껀지... 
가지고 있는 돈은 14000원 가량 학생 2가 가지고 있단다.

지금까지 난 게임하던 이어폰을 끄고 듣고만 있었다.
직원분들은 얘네들이 잘못을 시인하면 최소한의 책임(차비)만을 위한 조치만 할것 같은 눈치가 보이는데 이녀석들은 묵묵부답이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난 그렇게 착하거나 그렇게 맘씨 좋은사람 '아니다.'

이어폰을 빼고 이야기에 껴들었다.

"학생아... 너(학생 2)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집에 갈 차비빼면 얼마가 남니?"
"4000원요..."
"이 아저씨가 부자도 아니고 착한 사람도 아닌데 너희들 나이에 그렇게 한번 해보는거 이해한다. 아저씨도 지금 현금이 없어 카드로 결제 할꺼니까 그 4000원 나한테 줘. 그리고 나머지는 너희 동대구 도착해서 집에가는 차비로 쓰고..."

직원분들이 더 놀랐다.
그분들께 얘기했다.

"이녀석들 차비 제가 낼테니까 결제해 주세요."
"그렇게 해도 되겠어요? 얘네들 그렇게 해도 고마운줄 모를껀데..."
"괜찮아요. 얘네들 인생공부 하는데 5만원 정도 쓸수 있다면 떡사먹은셈 치지요뭐.."

여러가지 말이 오고 갔다.
그 직원분들은 명함 받고 계좌번호 받아서 알바를 하던지 해서 내게 돈을 이체시켜 드리라고 한다.
난 동대구 잘 도착하면 문자라도 넣어달라고 하며 명함을 내밀다가 쟤네가 넣을지 않넣을지 돈자체가 중요하진 않지만 넣는게 쟤네들 인생공부에 좋을듯 싶어 계좌번호를 명함뒤에 적어 줬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 아저씨가 고등학교때 집에서 1시간 50분을 통학을 했어. 고 2땐데 2년동안 다니면서 반장하고 있을때였지. 3학년들 수능 치를때 5분지각을 했는데 3학년 학생부 선생님이 나를 시범케이스 삼아 때리기 시작하더라? 그때까지 학교 다니며 한번도 그렇게 맞은적 없었는데 엉덩이에 무지개가 떠있더라. 
그 선생님이 지각한녀석들 저녁에도 모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녁에 모여 운동장 청소까지 한뒤에 집에 가려는데 뒤에서 그 선생님이 부르시더군...

'너 처음 지각했지?'
'네...'
'지각 하니 좋니?'
'아니오...'
'그래... 니가 세상 살면서 좋든 싫든 한번의 실수나 경험은 할수 있어. 하지만 그걸 해보고 좋지 않다면 다음부터 하지 말길 바래. 인생에 한번의 실수는 있을수 있지만 실패는 하면 안된다는 말이야. 네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얘길 아이들에게 해주고 무임승차가 잘못된 일이란걸 알게된 날이 되었으면 좋겠고 다음부터는 무임승차 하지말라는 얘길 남기고 아이들에게 결제된 표를 받아 자리에 앉으라고 건네줬다.

돈이 입금 될지... 혹은 고맙다는 문자가 올지 모른다.
그건 고등학교때 그 선생님이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셨던 것처럼...
하지만 그 아이들로 인해 예전의 따뜻한 그 마음이 내게 다시 살아난 것으로 고맙다.

아참... 그녀석들에게 한마디 해줬다.

'다음달에 우리 딸 태어나. 분유값 기저귀값도 모자란데 너희들에게 이렇게 한턱쓰는 이 아저씨가 고맙다면 아기 잘태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줘.'라는 무언의 압박을 해줬다.


그냥 어제 오늘... 마음이 참 따듯하다.


'그래... ^^ 그걸로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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