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역에 있는 A부대와 B부대의 차이인데, 양쪽 다 제가 업무때문에 왔다갔다 해본 적이 있어요. 근데 사제물품 허용 정도가 너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났던 기억이 나서 글 적어봅니다.
A부대는 막사에 젖과 꿀이 넘쳐 흘렀어요. 일이등병 관물대에까지 과자, 음료수, 컵라면 따위가 꽉꽉 차 있고 원하면 아무 때나 취식 가능해요. 상병장들 침상 밑에는 항상 양주병이 숨겨져 있고 MP3, PMP, PSP, 닌텐도, 전자사전 따위도 일병 때 부터 반입 가능했어요. 신병들 전입오면 분대장이 PX데려가서 샴푸, 바디샴푸, 샤워타올 같은거 죄다 맞춰줬고요. 책도 거의 도서관급으로 쌓여있었는데 만화책이든 게임잡지든 자유롭게 반입해도 터치 없었어요. 이 인간들이 대단하긴 했던 게 사제 전자제품 쓰는 거, 술 마시는 거 간부들이 알면서도 묵인해 주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냥 스트레스 그렇게라도 풀어라 하고 냅두다가 한 번이라도 선 넘으면 죄다 엎어버릴려고. 근데 제가 인근에서 복무하던 1년 수 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선을 넘어 즐기다가 걸린 사례가 없어요. 그냥 적당히 놀면서 업무, 근무 빵꾸 안 내고 넘어가니까 간부들도 그냥 내버려 두고 막사엔 계속 젖과 꿀이 흘러넘침; 포상외박/휴가증도 남발돼서 병장들은 외박정도야 나가도 돈만 쓰고 이젠 부대가 더 편하다면서 안 나가기도 했고요미친.
B부대는 좀 상극이에요. A부대랑 울타리 몇 개 건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사엔 사제물품 일체 없어야 돼요. 뭐 오밤중에 화장실에서 과자부스러기 하나라도 먹다걸리면 바로 전원기상! 완전군장 차림으로 연병장 집합! 애애애애애애애앵... 병장도 얄짤없이 보급비누로 샤워하고 샤워타올도 때수건도 허용 안 돼요. 때밀 일 있어도 걍 손으로 밀었어요. 야간근무 후 컵라면 먹는 것 하나도 일과 끝나기 전에 간부한테 가져가서 보고하고 문서에 기록해야 가능했고요(그나마 보급라면만 가능). 책? 오락기구? 그딴 거 전혀 없고 허용되는 책이라곤 좋은 생각 정도? 물론 휴가는...포상?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그야말로 혼자 부대 캐리한 정도의 업적이 있어야 말년에 선심쓰듯 4박 5일 한 번 줘요. 근데 병장정기랑 붙이는 거 절대 안 되고 만약 분대장인데 분대원이 사고라도 친 적 있다 그러면...더 이상은 너무 슬퍼서 생략합니다.
좀 더 슬펐던 것 중에 하나는 B부대원들은 다른 부대도 다 자기네랑 같거나 약간 더 나은 정도라고 알고 있었어요. 밖에서 좀 프리한 부대 얘기 안 들어본 사람은 없었지만 그런 건 어디 육본이나 국방부, 못해도 사단 사령부급은 돼야 가능한 줄 알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복무하던 중에 B부대 고참들이 A부대 사정을 알게됐어요. 다른 육군부대 대부분이 A부대까진 아니어도 자기들 보단 프리하단 것도 알게됐고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고, 따라서 변한 것도 없었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