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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오브파이 와 니체철학...
게시물ID : phil_46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종이커피
추천 : 12
조회수 : 107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1/20 13:43:40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은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의 책이었다.


영화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 영화를 오직 인문주의로 해석해봤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뻘글일수도 있지만 파이가 그랬다 ㅋ ㅋ 믿고 싶은 대로 믿으라고;;


영화는 신앙이라는 것에 대해 초반에 설명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신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도 이야기해주었고 나약하기에 신을 만들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종교가 삼천 개가 넘는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인간은 신의 종으로 노예로 산다.

그래서 율법을 만들고 고기도 피하며 그렇게 사는 존재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언급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통해 인간은 노예인 낙타에서

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너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 라는 존재에서 나는 이렇게 할 것이다 라는 존재.

신을 죽이고 인간 스스로가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인간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영화에서의 소년 파이가 (다종교를 믿는) 낙타라면 호랑이 리차드파커는 사자라고 감히 해석해 본다.


또 감독은 파이도 리차드 파커도 이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데 파이는 무한대의 숫자 /

리차드파커는 실수로 뒤바뀐 조련사의 이름.


파이=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


리차드파커= 지배받는 존재가 아닌 지배하는 존재의 상징


오줌싸개라 피싱이란 이름에서 파이도 재창조된 이름이고 

리차드파커도 실수로 조련사의 이름으로 재창조된 공통점을 가진다.


또 피싱이라는 이름 본래의 뜻 수영장과 파커의 본래 이름 목마름은 이성을 지배하려는 본능의 비유 같기도 하다.


침몰한 배에서 살아남은 파이가 작은 배에 여러 동물들과 함께 타게 되는데

파이는 영화 끝에 보험사에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동물들을 사람에 비유했다( 아마도 이게 진실인 듯...)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름다운 스토리가 호러물이 되는 순간이다...


오랑우탕= 엄마

하이에나= 주방장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 불교신자

호랑이= 파이자신.


그렇다면 함께 탄 진짜 인간 파이는 어떤 존재일까...

나의 해석으론 호랑이 리차드파커로의 파이는 본능적인 존재

인간 파이로의 파이는 신의 종인 이성적인간 파이 정도...

리차드파커와 파이는 동일한 존재지만 두 개의 자아이다.


항해를 하면서 파이는 불교신자의 시신을 낚시의 미끼로 쓰고 엄마를 죽인 주방장을 죽이는 죄를 짓게 된다. 

호랑이가 하이에나를 물어 죽이는 장면이다.

이는 곧 호랑이 파커 , 즉 파이의 분노... 본능이 저지른 행위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신을 핑계로 인간 스스로는 인간이란 존재를 매우 위대하며 특별한 존재로 만들지만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에 불과할 뿐 이 거대한 자연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 인간의 오만과 착각.

극한 상황에 처하면 인간 역시 결국 자연의 나약한 일부로 돌아갈 뿐이다. 


파이는 긴 항해 동안 본능적인 자신(리차드파커)을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멀리한다.

이성과 본능을 철저하게 분리하고(배를 나눠타는) 순간순간 이성을 위협하는 본능으로부터 자신을 지킨다.


파이가 배가 고픈 리차드파커를 위해 물고기를 잡고는 죄의식에 흐느끼며 신께 용서를 비는 장면은

결국 본능(배고픔=파커) 을 견디지 못해 종교적 율법을 어긴 자신의 죄의식이다. 


하지만 힘든 항해를 하면서 파이는 점점 바뀌어간다.


신의 종이었던 파이가 점점 스스로 주인이 되어간다. 신에게 대적하며 맞서서 따지기도 한다.


살생을 하고 죄의식에 울던 파이가 어느 순간 파커 앞에 떨어진 물고기를 보며 그건 내꺼라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

은 본능의 지배로부터 욕망을 따르는 존재가 아닌 본능을 길들이고 재창조된 파이의 모습 같았다..


니체는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아이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존재하는자 즉 자신을 극복한 인간. 초인.

인간 스스로가 자기삶의 주인이자 창조자여야 한다는 것.


파이는 사자(리차드파커)에서 아이(신의 지배를 받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가 삶의 주인인)초인 파이로 변화되어 간다.



파이는 가장 위대한 신을 만났던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 아마도 파이가 말한 그 위대한 신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간 파이 자신이 아닐까



섬을 떠날 때 미어캣을 파커 먹이로 챙겨주면서도 파이는 더이상 신을 찾거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마지막 무인도에서 리차드 파커가 정글로 떠나는 순간 파이는 온전한 자기삶의 주인인 아이(초인) 로 완성된다..

 억압받던 (철창) 자기욕망의 상징인 호랑이 파커는 자유의 몸이 되어 자연으로 떠난다. 

파이는 영혼을  억압받고 구속받는 노예에서 벗어나 드디어 자기 삶의 주인인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된다.


어떤 이는 이 모든 게 다 신의 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믿음은 언제나 믿는 자의 자유니까...

하지만 나는 파이가 항해하는 동안 신의 기적보다는 인간만이 가진 이성과 본능 그 무한한 힘을 보았을 뿐...


파이가 그런 말을 했다.

죽고 살고 문제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헤어지기 전 가족애게 작별의 인사조차 못한 것이라고...

결국 사 후 , 죽음 , 삶,  보다 더 소중한 건 살고 있는 오늘이고 매 순간순간 지금이라는 뜻이 아닐까...



연꽃이니 식인섬이니 하는 더 심오한 디테일은 머리에 쥐나서 몰겠고;;; 암튼


나라를 배반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한 여자의 비극적 죽음을 그린 색계...

세상의 편견 뒤에 숨어 동성을 사랑하는 두 남자의 비극적 삶을 그린 브로크백마운틴...등



이안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며 인간은 인간 개개인의 삶이 가장 소중해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 위에는 그 어떤 것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비록 비극적인 결말이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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