였습니다. 저 역시 이 문제로 9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부에 전달했습니다만, 기자 분들은 다른 일이 많다며 전달하기도 전에 가셨습니다. 안녕하지 못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교과서가 최종승인을 통과한 것 이외에도, ‘철도민영화’라고도 여겨지는 민자 자회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8565명이 일자리를 잃고 또 체포되었고, 해고되면 돈을 벌지 못해 파업을 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감옥에 가거나 47억을 내게 되었으며, 교직원조합은 억울하게 해고된 선생님들을 내쫓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화되었습니다. 여의도에선 대통령 탄핵소추권까지 가진 국회의원이 ‘부정선거 불복’ 한마디에 제명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밀양에선 송전탑을 반대하던 할머니들의 자살시도가 이어진다는 소식이, 정부에선 ‘병원의 영리자회사 허용’으로 의료민영화의 첫발을 뗐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라고요?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을 지키려는 것은 수많은 우리의 부모님들이고, 시골에 남아 집을 지키려는 것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입니다. 우리가 보는 교과서이고, 우리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며, 우리가 타는 기차와 우리가 가는 병원입니다. 그리고 저런 부당한 일들을 막을 수 있는 것 역시 바로 우리의 관심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열심히 하면 잘 되고,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느끼듯,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선, 노력한 만큼의 대가도, 잘못한 만큼의 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못된 현실에 관심 갖지 않고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 만 해도 잘못된 현실들을 수도 없이 봤습니다. 경제를 예측했다고, 투표를 독려했다고, 방사능이 온다고 했다고 검찰에 불려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청와대에 거슬렸다고 수 천 명이 사찰당해 일터를 잃는 것을 보았습니다. 선거로 뽑힌 국회의원이 선거를 방해하려고 선거관리위원회를 공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민을 지킨다는 국정원이, 국방부가 선거에 개입하려고 수 천 만개의 글로 일부 국민들을 ‘쏴 죽여야 한다.’, ‘씨를 말려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힘든 삶에 지친 아이들이 거기에 빠져 피 흘리는 시체를 홍어무침이라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원정녀라며 웃고 즐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런 짓들을 저지른 사람들이 벌을 받는 것도, 저 일들이 뉴스에 나오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죄인을 잡으려던 경찰, 검사들과 진실을 알리려던 기자, 제보자들이 벌을 받고, '대통령의 패션외교'니 '대통령과 날씨'니 하는 기사만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무섭습니다. 노력한 대가를 온전히 받을 수 없는 세상이, 누구에게 어떤 잘못된 일이 벌어져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남의 슬픔을 보고 즐기는 아이들로 넘쳐나는 세상이 두렵습니다. 도저히 안녕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안녕하지 못한 주제에 남들의 안녕을 외면하지 못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나는 아직 어린 학생이라며
1,2년 뒤면 그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진 않으십니까?
저런 일들은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이라며
언젠가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외면하고 있진 않습니까?
나 하나 관심을 가진다고 무엇이 달라지냐며
혼자라도 안녕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혹시 그러시다면
그러는 동안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