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13일을 맞이하는 9월 10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최윤민 학생과 2학년 5반 김민석 학생의 생일입니다. 반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2학년 3반 최윤민 학생입니다.
윤민이는 갈비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밥 위에 고기 얹어 먹는 것을 좋아해서 가족들끼리 고기 먹으러 가면 윤민이를 위해 꼭 공기밥을 추가로 주문했다고 합니다.
윤민이는 매니큐어와 패디큐어에도 관심이 많은 예쁜 열 일곱 소녀였습니다. 수학여행 떠나기 전에도 발톱에 분홍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흰색 꽃무늬를 넣었습니다. 윤민이 어머니는 4월 23일에 "발톱에 분홍색 매니큐어를 칠한 아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윤민이라는 걸 바로 아셨다고 합니다.
윤민이 언니는 동생을 위해서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과 "힐링센터 쉼과 힘" 가족합창단 공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2학년 5반 김민석 학생입니다.
추석 명절이던 작년 이맘때, 가족분들이 아직 국회에서 농성중이시던 상황에서 추석명절 당일에 혼자 국회 농성장을 지키시던 민석이 아버님을 만났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식으로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니라 하소연하듯, 속풀이하듯 털어놓으신 이야기들이라 정리해서 들려드립니다.
민석이 아버님은 직장 때문에 부산에서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민석이와 민석이 형, 이렇게 아들 둘은 어머님이랑 안산에서 지냈고, 아버님은 가깝게 돌봐주지는 못하더라도 아들 둘을 언제나 든든하게 여기셨다고 합니다.
사고 당일에 민석이 아버님은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가셨다가 텔레비전에서 참사 소식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 뉴스로만 보셨을 때는 그 배에 민석이가 타고 있다는 걸 모르셨습니다. "그 배에 민석이가 타고 있다"고 처음 전화한 사람은 민석이 형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석이 형도 믿을 수가 없었는지 대화가 불분명해서 아버님은 실감을 못하셨다고 합니다. 민석이 이모님 댁에서 전화를 받고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고 그 즉시 직장도 일도 내팽겨치고 안산으로 향하셨습니다.
안산에서 민석이 아버님은 다시 가족들과 함께 진도로 향했고, 팽목항은 생각도 하기 싫다고 하셨습니다. 민석이는 그나마 빨리 물에서 나온 편인데, 아버님이 신원을 확인하러 갔더니 널따란 신원확인소 안에 한쪽은 여학생, 다른 한쪽은 남학생, 이렇게 나눠서 어린 학생들 시신이 줄줄이 누워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생지옥 같은 와중에 민석이를 확인하시고 아버님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분들에 대해 "떠났다", "별이 되었다", "돌아오지 못했다"... 등 완곡한 표현을 쓰고 있지만, 민석이 아버님 말씀을 들으면서 현실이 얼마나 참담하고 끔찍했는지, 가족분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들을 겪으셨는지,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들을 어떻게 지내오셨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피해자 가족분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그냥 "보낸" 것이 아닙니다. 아무 이유 없이 영혼이 갈갈이 찢어지는 일들을 당하셨고, 지금도 그런 일들을 겪고 계십니다.
참사 이후로 민석이 형은 너무 충격을 받아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이모님 댁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민석이가 없는 집에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민석이 아버님도 이후에 청운동과 광화문으로 다니시며 진실규명 활동에 힘쓰고 계십니다.
광화문TV 페이스북 페이지에 윤민이와 민석이 생일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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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겨버린 우리 사랑스러운 아이들, 소중한 삶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