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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100킬로미터를 탔지만, 어딘가 권태기가 오네요.
게시물ID : bicycle2_468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헌다4호
추천 : 15
조회수 : 1002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7/03/06 23:55:24


안녕하세요?

겨울동안 그럭저럭 타왔고, 이제 슬슬 시즌 온이라 나름 즐거운 마음으로 싸이클링 라이프를 즐기고는 있었습니다.

음, 원래는 한 30~40 킬로미터 정도의 짧은 거리를 거의 매일 반복하다시피 하다가,

최근부턴 한 번에 80킬로미터, 7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로 이동량을 늘려서 타고 있어요.

하얀손인 저는 사실 자전거 타는 것 밖에 메인 이벤트가 없어서, 물론 그것도 눈치를 좀 봐야해서 오랫동안은 안되지만.

아무튼 자전거를 좀 많이 타고는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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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역 라이더 형님과 또 이번에 직장을 그만두고 저랑 같은 하얀손이 된 친구, 이렇게 셋이서-

오랜만에 이 도시의 남쪽 해안가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번에 한 번 갔었고, 보통 왕복에 한 90킬로미터 정도 되니까요. 나름 재미도 있고.

바다는 어릴 적부터 좋아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흥이 있어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사진은 많이 못찍었네요. 다음엔 혼자 가서 더 좋은 사진을 담아와야겠습니다-

가서 라이더분들의 영원한 보급소인 편의점에서 2+1 음료도 사먹고, 커피도 마시고,

샌드위치나 라면 같은 것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재밌어요.

아무튼 오늘은 갈 땐 순풍, 올때는 역풍이라, 앞에서 끌어주신 지역 라이더 형님께서 고생을 좀 하셨네요.

그분은 저랑 같은 하얀손은 아니시고, 오후 4시 무렵부터 일을 하시는 분이시라-

오늘은 오전 10시 30분에 만나서 근 4시까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그랬습니다.

아무튼 바다를 구경하고, 다시 친숙한 강변길로 돌아오니 94킬로미터 정도 탔더라구요.

그래서 한 6킬로만 더 타자 싶어서 친구를 보내고 혼자 또 한 10킬로 타서, 104킬로미터를 찍었어요.

올해 100킬로미터 이상 탄 건 처음이네요. 앞으로도 종종 타겠지만.


사실 요즘에 자전거가 좀 물리기 시작하네요. 권태기가 좀 온 것 같아요. 

작년 가을 무렵에도 이런 비슷한 글을 쓴 적 있지만, 그때랑은 또 좀 다른 느낌이네요.

그땐 뭐, 타도 타도 평속 30이 안되고, 잘 타고 싶은데 잘 안되고 뭐, 그러니까 짜증이 좀 나고, 하는 식의 그런 고민이었다면.

이번에는 "이걸 왜 타지?" 하는 이상한 근원적인 물음입니다.

물론, 자전거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살도 많이 빠져서 보기도 좋고, 또 매일 햇볕도 쬐고 하니까 건강해지고,

자전거로 인해 알게된 사람들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그리고 또 타면 꽤나 즐거워요.

하지만 타면 탈수록, 자전거를 잘 타는 건, 스트라바상 기록에 연연한다거나, 스프린트를 엄청나게 한다거나,

아니면 업힐의 강자가 된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그냥 안전하게 안다치고 타자, 하는게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냥 살랑살랑 타고,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노래도 좀 부르고 하면서 타기도 하지만.

뭔가, 좀 공허하다고 해야하나. 대체 내가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고.


물론 이젠 자전거가 완전 생활의 일부라, 안탈 수도 없을 것 같기는 해요.

그리고 이건 자전거 탓이 아니라, 자전거 이외의 내 생활 방식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어제 친형한테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니까,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해한다. 물릴 만도 하지. 매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건 직업이 있고 시간이 없는 사람한테야 로망이겠지만. 너처럼 맨날 자전거만 타는 사람한텐 당연히 질리겠지. 맨날 쌀밥만 먹을 수 있나. 고기도 먹고 해야지. 다른 사람한텐 자전거가 고기겠지만, 너한텐 자전거가 쌀밥 같은 거지."

음. 그렇겠죠.

에휴- 아무튼 제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괜히 애꿎은 자전거를 탓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그렇네요.

다른 라이더 분들께서도 아마 이런 과정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직업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ㅎㅎ

자전거가 좀 질리거나 그런 일들?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가 좀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이제 한창 시즌 온인데, 이런 마음이 들다니.. 

모르죠, 또. 날씨가 좋아지고, 꽃이 피고, 봄이 오고, 누군가가 탄핵맞고 끌려내려오거나...하면,  

또 행복해져서 들로 산으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닐지. 

그냥 의미 없는 푸념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즌 온 하시고, 안전하고, 즐겁게- 오래 오래 함께 탔으면 좋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요즘에 느끼실 지 모르겠지만, 날씨가 풀리니 엄청나게 많은 라이더분들은 물론 사람들, 강아지들이 코스에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니까요.

정말 안전에 주의하시고, 헬멧은 꼭 쓰시기 바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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