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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탕수육
게시물ID : readers_46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SP
추천 : 1
조회수 : 2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1 23:55:11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들어 올린 총구의 끝은분명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 비열한짐승만도 못한 인간.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눈에서 핏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미워하고 있었구나. 그래도어쩔 수 없었어. 부디 날 용서해줘. 그래. 그녀가 이렇게나마 날 용서할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나 또한그녀의 사랑스런 두 눈을 마지막으로 점잖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첫 모습은 정말이지 천사와도 같았다. 저 멀리 문 앞에서부터누구에게나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오던 그녀의 첫 모습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심장이 두근거리기시작했던 때도 아마 바로 그 때가 아닌가 싶다. 나는 유명한 놀이기구의 입장을 기다리는 초조한 사람처럼그녀와의 대면을 기다렸고, 결국 그녀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곧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마 그 짧은 대화가 그녀와 내가 나누었던 첫 대화였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제가 연기가 처음이라 많이 어색할 텐데 많이 좀 도와주세요.

“아. . 잘 부탁드립니다.

무심한 듯 쳐다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동안 대학에서 연기를 배운 보람이 있구나. 떨리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며, 난 다시 한 번 대학을 보내주신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었다. 그녀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난 평생 솔로로 살 줄 알았다. 친구들이 내게 한 ‘넌 연예도 한 번 안 해봤냐’라는 말을 마치 자랑스러운훈장처럼 생각하던 아이였다. 그렇다. 나는 실로 부처와도같았다. 물론 짝사랑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일들은예수의 시련처럼 나를 유혹에 쓰러지지 않도록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그 때 그 크기를 알수 없는 어마어마한 시련의 블록버스터가 내 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그녀와 나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촬영장의 그녀는 언제나 상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작스런 일들로촬영 준비가 늦어질 때도, 밤샘촬영으로 인해 모두가 지쳐있을 때도 그녀의 표정은 변함없이 밝았다. 그녀는 모든 남성들이 생각하는 그런 완벽한 이상형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촬영장의모든 늑대들이 그녀를 좋아했다. 나 또한 그런 그녀의 곁에서 한 마리의 늑대로 숨 쉬고 있음에 큰 기쁨을느꼈다. 내 안의 부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극 중 나의 배역 때문에 그녀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또다시 나는 부모님께 감사했다. 부모님! 그 동안 이 얼굴을원망만 해서 죄송합니다. 부모님이 주신 이 얼굴이 그녀와 만나게 하기 위해 주신 얼굴임을 정말이지 몰랐습니다. 나의 역할은 그녀를 협박하는 건달이었다.

촬영 중엔 그녀를 협박하고 촬영이 끝나면 그녀에게 사과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죄송해요. 제 말이 좀 심했죠?

“아니에요. 연기인데요. 뭘”

촬영이 지속되면서 나와 그녀는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가벼운 장난을치는 사이가 되었으며, 가끔씩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기도 했다.나는 이제 그녀의 팬 카페에서도 접하지 못한 그녀의 고급정보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의대한 나의 마음도 지속적으로 팽창했다.

 

서로 말을 놓게 될 즈음에 나는 촬영장의 어느 누구도 모르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촬영 중 쉬는 시간에 촬영장 밖 그녀의 밴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밴의문 앞에 걸터앉아 그녀는 한숨을 쉬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순수한 줄만 알았던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연기에 나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그런 나를 발견했는지 그녀는 갑작스럽게 담뱃불을 껐다.

“저기요. 이거 모른 척해주시면 안되나요?

그녀는 애처로운 모습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이니까 이 일이 알려진다면 그녀도 많이 힘들어 지겠지.그녀도 이 바닥 생활이 많이 힘든가 보구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치부를 들킨 그녀의처량한 모습에 연민을 느끼기 보단, 그녀의 비밀 한 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는 데에서 큰 안도감을 느꼈다. 오히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그녀의 비밀을 더 알고 싶어졌다. 내가그녀의 비밀을 하나씩 더 알아갈 때마다 난 그녀와 좀 더 가까워짐을 느꼈다.

 

그녀에 대한 나의 관심은 이제 집착수준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제는 그녀와의촬영 보단 그녀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그녀의 코디가 이야기하는 남들이 모르는그녀의 신체적 비밀, 그녀의 매니저가 이야기 해주는 그녀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감독 및 주변 스태프들이 이야기 하는 그녀가 그녀의 매니지먼트 사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등 그녀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접하며 나는 그 속에서 진실여부를 확인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그녀에 관한 고급정보들만을 간추려 냈다.

 

작품의 촬영이 중반부에 들었을 즈음에 현실의 나는 영화 속 캐릭터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드러낸 나의 순수한 마음을 그녀가 쉽게 받아주었다면 나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고백에 대한 그녀의 답변은 나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았다. 그때 내가 느낀 모멸감과 분노는 나의 어쩔 수 없는 행동들을 정당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녀의 핸드폰에전화를 걸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그녀의 비밀들로 그녀를 협박했다.

처음엔발신자제한으로 문자를 보내보았다. 발신자제한 문자로는 그녀의 마음을 알기 어렵다는 걸 깨닫자 나는 대담하게내 번호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녕. 그 동안 문자 보내던 게 나야. 잘 지내지?”

그녀는곧바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속으로 전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격양된 듯 보였다.

오빠.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건가요?”

통화저편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울음에 나는 조금의 희열을 느꼈다. 나는 점점 이 희열에 중독되어 그녀에게계속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끝내 그녀의 전화를 바꾸고, 촬영장에서는 나를 피해 다녔다. 촬영장의 그 누구도 나와 그녀의 이러한 비밀스런 관계를 알지 못했다.그러나 나만큼은 그녀가 나와 함께 연기할 때면 보통의 때 보다 훨씬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밝았던 모습도 이젠 어디에도 없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시선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모든 남성들의 이상형이었던 그녀를 한 평범한 여자에 지나지 않게 만들었다. 그녀의 이러한 변화는 원인의 제공자인 나 또한 아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그녀가 그녀의 매니저와 함께 나에게 보여주는 행동들 빼고는 어떠한 특별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곧 작품에서 하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냥 묻어가려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더 크게 분노했다. 그래나에겐 특별한 일이 너에겐 아무것도 아니라 이 말이지?..

 

나는 그녀에게 누구도 가져다주지 못한 특별함을 안겨다 주고 싶었다. 그때 이미 나의 정신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의 마지막 대본을 바라보았다. 내안의 잠깐 동안의 혼란이 지고난 후에 나는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곧장 집을 나섰다.

총포상에서 작품 속 소품과 동일한 모델의 총과 실탄 두어 발을 구입했다. 그리고집에 돌아온 후에 누구보다 안정된 마음 상태로 다음의 일들을 계획했다.

 

그 날은 첫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분명 내가 사는 이곳에선 첫 눈이내리는 날이었다. 새하얗게 내리는 눈발들이 내가 계획한 모든 일들을 이루기엔 정말이지 끝내주게 낭만적인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눈이 어느 정도 쌓인 촬영장에서 모든 스태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촬영장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스태프들의 분주한 모습은 마치나의 계획을 준비하는 것 마냥 보였다. 계획을 실행하려 소품과 총을 바꿔치기하려는 순간 그동안 잊고있었던 내 생존 본능이 약간 꿈틀거렸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성전을 기다리는 이슬람의 거룩한 순교자처럼확고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촬영장의 모든 촬영준비가 끝났다. 나는 촬영장에 다가갔다.

 

그리고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엔 소품이 아닌 진짜총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들어 올린 총구의 끝은 분명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 비열한짐승만도 못한 인간.

그녀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눈에서 분노가서린 핏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미워하고 있었구나. 그래도 널 사랑하기에 어쩔 수 없었어. 부디 날 용서해줘. 그래.. 그녀가 이렇게나마 날 용서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날 기억해줄수 있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나 또한 그녀의 사랑스런 두 눈을 마지막으로 점잖게 지긋이 바라보았다.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말고…, 이 세상에서 꺼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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